5대은행, 기업·가계 연체율 소폭 상승

중기·자영업 높아, 경기침체기 '위험'

은행권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이자를 제 때에 내지 못하는 연체율이 늘어나고 있다. 가계와 기업대출 모두 상승한 가운데,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기준 가계 및 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은 석달 전인 9월에 비해 모두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평균 0.23%에서 0.28%로 0.05%p 상승했다. 소상공인이 많이 받는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18%에서 0.24%로 0.06%p 올랐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0.01%→0.02% △가계 주택담보대출 0.12%→0.15% △가계 신용대출 0.24%→0.28% 등의 연체율 상승폭에 비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오름세가 눈에 띈다. 은행권은 이러한 움직임이 당장 심각한 사태로 급진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자체는 아직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지난해 4분기 이후 소폭 상승하는 추세여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은행권 연체율 절대 수치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높지 않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연체율은 2019년 11월 0.48%까지 올랐다가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0.20%대에서 오르내리는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2021년 8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1년 6개월 만에 3.00%p 급등했고, 이는 가계 및 기업대출 금리에 그대로 반영돼 채무자의 이자부담을 상승시키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대출 이자율은 2021년 7월 2.85%에서 지난해 12월 5.76%로 두배 이상 뛰었고, 가계 주택담보대출도 같은 기간 2.81%에서 4.63%로 올랐다. 불과 1년 반 만에 기업과 가계의 이자부담이 두배 안팎으로 늘어난 셈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한계 기업과 가계가 속출할 여지가 높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의 폭락과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는 이자부담을 더 키우는 요인이다. 한은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부채비율(91.2%→92.6%)과 차입금 의존도(24.5%→25.2%)가 전분기 대비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부채비율(106.0%)과 차입금 의존도(30.3%)가 더 높았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불안정성이 확대될 것에 대비해 은행이 충당금을 더 쌓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지난 25일 "은행권의 대손충당금과 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 추가적인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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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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