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송 위스콘신대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아 종식을 비롯해 비만 고혈압 등 관련 질병을 줄이도록 하는 '기아 영양 보건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5세 이상의 미국인 중 75%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며, 미국 성인의 약 40%가 비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인의 10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10명 중 4명은 고혈압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로 인한 심장질환과 뇌졸중은 미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비만과 관련한 질병 때문에 미국 의료 분야에서 연간 1470억달러의 추가 지출이 발생한다.

그러나 수년간 지속해오던 식습관을 갑자기 바꾸는 건 매우 어렵다. 수많은 자금을 투자하고도 실패로 돌아갔던 미국 정부의 캠페인을 되짚어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건강에 해로운 미국인들의 식습관을 단기간에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정책적 도구로 '세금'이 등장했다.

2015년 캘리포니아 버클리를 시작으로 미국의 7개 도시가 탄산음료 및 기타 가당음료에 세금, 즉 소다세(Soda tax)를 부과하고 있으며 더 많은 지역에서 이 세금정책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소다세를 도입한 버클리는 온스(약 28.35g)당 1센트(약 11원), 콜로라도주 볼더는 온스당 2센트(약 22원), 워싱턴주 시애틀은 온스당 1.75센트(약 18.7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1캔(355㎖)으로 환산하면, 캔당 150원에서 300원가량의 돈을 더 내고 탄산음료를 마셔야 한다.

미국 7개 도시에서 소다세 시행 중

소다세 이면에 있는 아이디어는 '제품가격이 인상되면 구매욕구가 줄어들게 된다'는 경제학의 기본적인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소다세를 도입해 사람들이 더 건강한 선택을 하도록 강요하는 정책은 이미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부과 중인 담뱃세와 주류세의 오랜 역사에서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세금이 공중보건에 미치는 술과 담배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관련 연구자들은 세금이 분명 가당음료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가당음료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담배나 술보다 낮기 때문에, 소다세 도입이 지나치다고 여기는 견해도 있었다. 이에 보건 관련 전문가들은 가당음료의 습관적인 소비가 체중증가, 비만,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및 잇몸질환 등 기타 건강 문제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한다.

예를 들어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배리 팝킨 교수는 가당음료가 다른 어떤 음식보다 혈당을 급격하게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팝킨 연구팀이 총 31만819명의 참가자를 추적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 하루 1잔 이상 가당음료를 마시는 사람은 1잔 이하로 마시는 사람보다 당뇨병 발병 위험이 26% 더 높았다. 더불어 가당음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의 인슐린 조절을 방해하는 경향이 더 커질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포만감을 생성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다세 수입, 가당음료 소비 크게 줄여

그러나 소다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소다세를 도입하더라도 처음부터 강력한 수준으로 부과할 수 없으므로,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또 세금 때문에 사람들이 탄산음료나 가당식품을 당장은 섭취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건강에 해로운 또 다른 대체식품을 찾아낼 수도 있다. 게다가 소다세를 부과하지 않는 지역으로 가서 탄산음료를 구매하면 그만일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소다세 도입으로 가당음료의 소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은 2017년 1월 1일부터 온스당 1.5센트의 소다세를 부과한 필라델피아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크리스티나 로베르토 연구팀은 슈퍼마켓 약국 월마트 등의 대형매장의 판매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소다세가 시행된 다음해 필라델피아에서 판매된 가당음료가 51% 감소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소다세가 부과되지 않는 다른 음료의 구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던 대체 효과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인근 도시로 가서 탄산음료를 구매하는 시민들이 일정 정도 증가했지만, 이를 고려해 계산하더라도 가당음료 구매가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인당 49캔의 구매를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였다.

처음으로 소다세를 도입한 버클리와 비교했을 때, 필라델피아에서 더 큰 구매축소가 나타난 요인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부과된 세금 자체가 필라델피아가 더 높았다. 인구비중을 비교해보면 버클리보다 저소득층이 더 많이 포진한 필라델피아 주민들이 가격인상으로 느끼는 부담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버클리 주민들이 필라델피아 주민들보다 대체로 가당음료를 적게 섭취해왔기 때문에 그 효과가 크게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이렇게 뚜렷한 매출감소 효과가 드러나면서 음료업계의 반발은 매우 거세졌다. 음료업계는 소비자들의 자유 침해, 저소득층에 지우는 부당한 부담, 고용 및 경제에 대한 부정적 효과 등을 주장하며 소다세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음료업계는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소다세가 통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6년에만 로비와 반대 캠페인 명목으로 3000만달러를 지출했다. 하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에는 소다세 입법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입법로비가 시작되었다. 2017년 미시간주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된 이래, 2018년에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워싱턴주가 뒤를 이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도 소다세를 주 전역으로 확대하고자 했던 논의를 보류해야 했다.

이렇게 미국 곳곳에서 논란이 되는 가운데 소다세는 세수 확대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소다세를 부과하는 미국의 7개 도시는 현재 연간 총 1억330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이렇게 걷은 소다세 전액이 공중보건을 위해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수익은 어떤 식으로든 지역사회 복지를 개선하는 데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필라델피아는 유아 교육의 발전을 위해 해당 세금을 사용했으며, 버클리는 아이들의 영양 교육 및 운동을 장려하는 지역 단체에 자금을 전달했다. 2018년 소다세를 시행한 시애틀은 해당 수익을 저소득층을 위한 과일 및 채소 구매 보조금 등 건강 평등 개선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사용했다.

음료업계의 표적 마케팅 결과로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 사회에서 가당음료 소비율이 더 높고 이러한 음료와 관련된 질병 발생률이 더 높다는 것을 생각하면 소다세 도입은 효과는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정책 효과 눈여겨봐야

그러나 음료에 대한 세금이 소비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점차 축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세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직접적 증거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게다가 그러한 증거를 당장 수집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만 및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발병하는 데는 수년이 걸리며 새로운 세금정책으로 발생할 건강 혜택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로베르토 연구팀은 펜실베이니아대학 병원 내 수천명의 환자에 대한 전자 건강기록을 사용해 필라델피아의 소다세 제정을 기점으로 나타난 체질량지수 변화와 당뇨병의 지표를 찾는 연구를 시작했다. 수년 내로 소다세와 건강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 결과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은 개인의 노력만이 해답은 아니다. 국가는 효과적인 정책을 통해 국민의 건강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소다세 논쟁을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이유다.

김찬송 위스콘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