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무역수지 개선 등 '상저하고' 의문

물가 3.5% 상승 … 기준금리 3.50% 동결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낮췄다. 중국의 본격적인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에 따라 중간재 등 수출이 늘어 무역수지 역조가 개선되면서 거시경제 전반에 활력을 줄 것이라는 이른바 '상저하고' 경기가 불투명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은은 또 기준금리도 동결해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25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월 전망치(1.6%)에서 추가로 하향해 전망한 수치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데는 대중국 수출이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22일 국회 기재위 현안 질의에서 "중국에 수출하는 상품이 중간재인데 중국이 많이 생산하면서 수출이 줄었다"며 "지난 10년간 누렸던 중국 특수는 많이 사라진 상태"라며 대중국 수출 여건이 예전같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미중간 반도체 및 핵심 부품 등을 둘러싼 상호 규제와 보복이 확대되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개회 선언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6년 만에 준공된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20일까지 8개월째 줄어들고 있고, 무역수지는 올해만 누적 295억달러 적자를 보였다. 특히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이달 들어서도 42억6000만달러에 그쳐 지난해 동기 대비 35.5%나 감소했다.

소비와 투자도 회복세가 더디다. 올해 1분기 민간소비가 전분기 대비 0.5% 증가해 마이너스 성장을 방어했지만, 한은이 올해 예상했던 소비증가율(2.3%)이 회복될지 불투명하다. 기업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마이너스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하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대로 3.5%를 유지했다. 최근 물가오름세가 둔화되는 등 당초 예상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동결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올해 2월과 4월에 이어 세차례 연속이다.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낮추는 등 경기전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물가경로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에 최근 외환시장 움직임도 비교적 안정적이고, 미국 연준이 다음달 정책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다만 시장 일각에서 나오는 올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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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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