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서 법안 아닌 결의문 통과, '실제 실행'은 불투명

"부동산 투기 때처럼 금융정보제공동의서 제출, 검증해야"

입법활동 관여 보좌진, '사각지대' 논란 … "논의 시작"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와 이해충돌 논란으로 21대 국회의원들이 임기동안 투자한 가상자산 거래내역을 모두 등록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권익위에서 검증하도록 제안했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제안'이고 '법안'이 아닌 '결의문'인 만큼 실제 검증작업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결의안, 국회 본회의 통과 |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또 입법 등 국회의원 의정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위메이드 등의 입법로비에 노출돼 있는 보좌진은 등록 대상에서 빠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6일 더불어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국회의원 가상자산 신고에 대해 검증이 없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며 "지난 부동산투기 때처럼 검증을 권익위에 맡기고 금융정보제공동의서와 서약서를 써서 제출하도록 여야가 검증절차까지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서는 '의원 본인,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소유하고 있는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비율 또는 금액 이상의 가상자산과 발행인 명단'을 재산공개 대상에 새롭게 포함시켰으며 부칙에 '의원은 임기 개시 일부터 2023년 5월 31일까지의 가상자산 소유 현황 및 변동내역을 2023년 6월 30일까지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등록 사항을 바탕으로 이해충돌 여부를 검토하여 2023년 7월 31일까지 그 의견을 의장, 해당 의원 및 소속 교섭단체 대표의원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등록하고 등록한 내용을 토대로 이해충돌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은 규정하고 있다.

검증과정은 '결의안'에 담겼다. 전날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은 '국회의원 전원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보유 현황 및 변동내역에 대해 스스로 신고하도록 하고 부패방지를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로 하여금 조사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취득·거래·상실에 관하여 조사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단순 권고가 아닌 '의무'로 강제하기 위해서는 금융정보제공동의서와 '만약 이 등록 내용이 거짓이면 의원직을 사퇴한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권익위에 소속 의원들의 금융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한 정의당 관계자는 "권익위가 기준 등이 정립되지 않은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 검증하는 부분을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상당히 난감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검증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허위·누락 등록땐 징계 가능 = 정치개혁특위 1소위원장 전재수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허위로 신고하거나 누락하게 되면 징역형과 벌금형이 돼 있어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권익위 조사 역시 결의문이 통과됐기 때문에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 규칙 개정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규칙이 만들어져야 등록을 시작할 수 있는 만큼 늦어도 다음 달 초반에는 마무리돼야 한다. 여야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등록해야 하는 가상자산의 '비율 또는 금액'의 하한선을 '국회 규칙'에 위임해 놨다. 전 의원은 "'1원이라도 보유하고 있는 모든 가상자산'을 등록대상으로 하는 데에는 여야가 합의를 봤기 때문에 국회규칙 개정 과정에서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난 안 만났다. 보좌진이 만났다" = 또다른 쟁점은 '보좌진 사각지대'다. 이해충돌 등록과 검증에 '보좌진'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가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한 '21대 국회 기간 중 위메이드 출입 기록' 내역에 따르면 위믹스 발행사인 위메이드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소속 임직원이 21대 국회(2020년∼현재) 들어 국회를 총 14차례 찾았다. 민주당 김성주·김종민·김한규·오기형 의원실과 무소속 양정숙 의원실, 국민의힘 윤창현·허은아·정희용 의원실이다. 이들 중 허은아·정희용 의원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실은 모두 가상자산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 소속이다.

의원실의 해명을 보면 대부분 의원을 직접 만난 게 아니라 보좌진을 면담했다. 허은아 의원은 "위메이드 측을 직접 만난 적이 없다"고 했고 정희용 의원은 "중국 내 지식재산권 소송 관련 국회의원 명의의 탄원서를 만들어 달라는 위메이드 측 요청이 있었고, 이를 보좌진이 전달한 바 있다"고 했다.

윤창현 의원 역시 "위메이드는 의원실 출입시 모두 보좌관을 만나고 갔다"며 "저는 만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김종민 의원은 "당시 근무했던 전 보좌관이 정무위 소관 현안 건으로 위메이드 관계자 면담요청을 받아 면담을 진행했다"고 했고 김한규 의원 역시 "위메이드 측에서 사무실을 방문해 보좌진이 만났다"며 "저는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오기형 의원은 "위믹스 상장폐지와 관련해 위메이드 직원 1명이 의원실을 방문해 보좌진 2명에게 설명하고 갔다"며 "저는 미팅에 관여하지도,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양정숙 의원은 "위메이드 관계자가 올해 2월 두 차례 의원실을 방문했으나 당시 저는 위메이드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며 "설명을 보조관과 비서관이 들은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했다.

실제로 기업이나 로펌의 대관(로비)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주로 보좌진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 의원실 보좌관은 "보좌진 내부에서도 가상자산 투자로 수익을 냈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실제 법안 등 의정활동에서 보좌진들이 많이 개입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또 "출입할 때 의원실을 적어놓고 다른 업무를 보는 경우도 많고 들어와서는 그 의원실 외에도 다양한 의원실을 방문하고 다닌다"고 했다.

전 의원은 "급하게 의원들에 대한 등록과 신고, 조사를 하기로 한 만큼 이제는 여야 원내 지도부에서 보좌진에 대한 전수조사 부분에 대한 등록과 조사도 논의를 시작해 합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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