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스키장 설악산케이블카 문산-도라산고속도로 '밀어붙이기' … 생태환경 문제는 여전히 '뒷전'

장마가 언제 시작된 건지 언제 끝난 건지도 모르게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진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숨이 더 막힌다. 전지구적 기후위기라는데 우리는 뭘 하고 있는지 달라지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

탈석탄 탈원전 구호가 무색하게 신규 석탄발전소는 계속 건설중이고 원전 발전비중도 높아진다. 4대강 재자연화는 기다리다 지쳐 이제 잊혀진 공약이 됐다. 가리왕산은 3년이 지나서야 복원한다면서 또 2년 동안 곤돌라를 운행하겠다고 한다.

제주2공항 사업은 반려됐지만 가덕도신공항, 흑산도공항, 문산-도라산고속도로, 설악산케이블카 등 자연 생태계를 훼손하는 수많은 개발사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기후악당' 대한민국은 아직 국제사회에 뚜렷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내놓지 못했다. 국내 전력의 55%를 소비하는 기업들도 재생가능에너지 100% 전환을 놓고 미적댄다.

김대중정부에서 참여정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까지 지난 20여년 동안의 개발사업과 환경정책 흐름을 2회에 걸쳐 되짚어본다.

'영주댐 시험담수'는 2020년 6월 수위가 154.7m에 도달하면 발전설비 가동시험을 하고 9월 초 시험담수 이전 상태로 회복하도록 계획됐다. 그러나 영주댐은 2020년 11월 중순에야 방류를 시작했고 아직도 물을 가득 담고 있다. 7월 31일 현재 영주댐 수위는 152.55미터에 이른다. 녹조 등 수질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사진 남준기 기자


4대강사업은 그야말로 '단군 이래 최대 토건사업'이었다. 건설업자 출신답게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였고, 3년 동안 4대강에 2개의 댐과 16개의 보를 뚝딱 세웠다.

환경영향평가나 문화재조사조차 약식으로 진행됐고 준설공사 과정의 오탁수나 엄청난 비산먼지는 가볍게 무시됐다. 직접 눈으로 보고 쓴 현장기사에 대해서도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언론중재위에 올렸다.

현장도 점점 폭력적으로 변했다. 현장 모니터링하던 NGO 활동가들을 폭행하고, 대구 칠곡보 상류에서 수심조사를 하던 시민단체 모니터링 선박에 경비선박을 충돌시켜 목숨을 위협하기도 했다.

남한강 여주보 '단양쑥부쟁이' 취재 당시 취재진을 태운 공사차량은 두번째 대체서식지에서 차를 세우지 않았다. 기자가 문을 열고 내리려는 순간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가속페달을 밟았다. 한쪽발이 땅에 닿은 채 매달려 끌려가다 겨우 차를 세웠다.

◆"4대강 맑은 물환경 성과" 주장 = 4대강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환경정책은 30년 전으로 후퇴했다. 불법준설 현장에서 관할 유역환경청에 제보전화를 해도 환경부 담당직원은 아무도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

교토의정서 발효를 앞두고 온국민의 마음과 뜻을 모아 온실가스 감축에 대비했어야 할 소중한 10년을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4대강 진흙탕 싸움으로 허비했다.

'4대강살리기 마스터플랜'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었지만 MB정부 4대강사업은 '4대강 살리기'가 아니라 완벽한 '낙동강 죽이기'였다. 4대강사업에 투입한 사업비는 △낙동강 11조8050억원 △한강 5조1309억원 △금강 4조535억원 △영산강 3조7071억원으로 낙동강에 51% 이상이 들어갔다.

4대강사업으로 총 18개의 댐(영주댐 보현산댐 + 16개 보)이 만들어졌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개가 낙동강에 건설됐다. 낙동강에 만들어진 댐(보) 10개 중 8개가 대구경북지역에 건설됐다.

준설구간도 규모 자체가 달랐다. 낙동강은 상하류 전 구간 100%가 준설구역이었다. 특히 포스코컨소시엄 구미보 구간의 낙동강은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에 따라 6미터 이상 깊이로 준설됐다. 준설 과정에서 왜관철교가 붕괴됐고 구미시 상수원인 해평취수장은 두번이나 물 공급이 끊기는 식수대란을 겪었다.

2011년 2월 25일 이명박정부 3주년을 맞아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환경 분야에서 △환경질 개선 △저탄소사회 기반 구축 △4대강 맑은 물환경 조성 △둘레길 조성 등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환경부, 오색케이블카 TF까지 만들어 = 4대강사업에 대해 이명박정부에 각을 세웠던 박근혜정부는 김기춘 비서실장 영입 후 4대강사업에 대해 침묵했다. 보 철거는커녕 보 개방조차 거론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였다. 박근혜정부 당시 환경부는 심지어 비공개 '케이블카 태스크포스'까지 운영했다. TF는 2015년 4월 30일부터 8월 28일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의결될 때까지 운영됐다. TF 단장인 자연보전국장은 국립공원위원회의 당연직 정부위원, 총괄팀장을 맡은 공원생태과 과장은 국립공원위원회 간사였다.

양양지역 경제를 위해 오색케이블카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정작 권금성케이블카가 운영 중인 설악동은 경기가 바닥이다.

케이블카와 지역경제는 전혀 다른 사안이다. 대청봉에 오르기 위해 지금도 많은 이들이 오색 등산로를 찾는다. 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음식과 휴게 서비스를 제공할지부터 고민하는 게 맞다. '만경대 최초 개방' 이런 싸구려 단기 마케팅은 끝내야 한다.

오색케이블카 노선을 따라 식생조사 모니터링을 두번 했다. 예정지 노선은 경관이 탁 트인 곳이 한군데도 없다. 차라리 장수대-대승령 도보 등산로 경관이 훨씬 낫다.

백두대간 끝청봉 능선을 올라서야 북쪽으로 용아장성, 남쪽으로 점봉산 능선이 보이고 경관이 탁 트인다. 현 노선보다 차라리 한계령 도로를 폐쇄하고 도로를 이용해 한계령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게 낫다.

2018년 평창올림픽 스키활강경기장이 건설된 가리왕산은 세계 최대 '왕사스레나무' 자생 군락지였다. 사진 남준기 기자


◆가리왕산스키장 밀어붙이기 =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결정 후 시민환경단체들은 "남한에서 가장 훌륭한 가리왕산 숲을 베어낼 순 없다"며 서울대 국토환경연구소 자문을 거쳐 정선 평창 관내에 있는 5개의 대안지를 제안했다.

알파인 활강스키장은 △출발지점 도착지점 표고차 900미터 이상 △슬로프 길이 3km 이상 △슬로프 평균 경사각 20도 이상 등의 지형적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5곳 모두 이 조건을 다 만족시키는 곳이었다. 그런데 강원도는 제대로 설계도 해보지 않고 모두 "부적격지"라고 거부했다.

201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어젠다 2020'을 발표, '올림픽경기 분산개최'를 제안했다. '동계올림픽 경기 일부만 평창에서 하고 알파인 활강스키는 알프스나 소치에서 해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와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분산개최는 없다"며 외면했다. 당시 강원도의 유일한 논리는 '스키 경기장으로 쓰고 난 뒤 가리왕산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겠다'는 것이었다.

◆문산-도라산고속도로와 DMZ 보전 = "비무장지대(DMZ) 보전을 위한 민관 거버넌스? 그딴 거 다 필요없다. DMZ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정권의 문제도 아니다."

DMZ 보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전문가 정책 간담회가 온라인으로 열렸을 때 10년 이상 이 문제를 고민해온 활동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이 활동가는 "정부는 DMZ 보전에 의지가 없고, 국회도 관련 법제화에 관심이 없고, 결국 도라산고속도로처럼 개별 개발사업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 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남북이 함께 DMZ 전체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DMZ 보전 정책은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DMZ 남쪽 구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은 강원도와 경기도 연천군 등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됐다. 개발압력이 가장 강한 경기도 파주시는 아예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는 서부 DMZ 핵심 생태계인 파주 임진강과 장단반도를 관통하는 문산-도라산고속도로를 추진중이다.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임진강 생태계가 훼손되고 민통선 내 지형변화가 심하다"며 "기존 연결도로가 있는 통일로 쪽 노선을 검토하라"는 협의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환경부 요구대로 하면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며 기존노선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영주댐 시험담수 후 늑장 방류 = 영주댐은 박근혜정부 때 시험담수를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영주댐을 전량 방류했다. "수질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담수하지 말라"는 방침이었다.

후임 조명래 장관은 2019년 9월 다시 시험담수를 지시해 영주댐에 물을 채웠다. '영주댐 시험담수'는 2020년 6월 수위가 154.7m에 도달하면 발전설비 가동시험을 하고 다시 방류해 9월 초 시험담수 이전 상태로 회복하도록 계획됐다. 그러나 영주댐은 2020년 11월 중순에야 방류를 시작했고 여전히 물을 가득 담고 있다. 7월 31일 현재 영주댐 수위는 152.55미터에 이른다. 녹조 등 수질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10년 간 영주댐 모니터링을 해온 생태사진가 박용훈씨는 "환경부가 본연의 영역인 내성천 자연성 회복 문제를 제쳐둔 채 국토부에서 댐 업무가 이관된 후 영주댐 유지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석탄발전하면 그린뉴딜 하나마나" = '기후악당' 대한민국은 아직 국제사회에 뚜렷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내놓지 못했다. 전력의 55%를 소비하는 기업들도 재생가능에너지 100% 전환에 미적댄다.

문재인정부는 "그린뉴딜'은 전세계 녹색회복의 본보기"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국제 환경 협력단체 '기후투명성'(Climate Transparency)은 "한국이 그린뉴딜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 1230만TOE를 감축하는 것인데, 이는 건설 중인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 1년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개발사업 20년과 환경정책]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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