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대정치연구소 소장

더불어민주당은 순회경선을 시작하는데 국민의힘은 아직도 경선규칙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과정 중 1차 컷오프에서는 여론조사 100%, 2차 컷오프에서는 국민 70%와 당원 30%의 비율로 다음 단계 후보군을 결정한다. 그리고 본 경선은 당헌에 따라 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50%와 여론조사 결과 50%를 반영한다. 갈등은 경선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파에 한정할 것인지 혹은 유권자 모두에게 개방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홍준표와 유승민 후보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포함한 전 국민을 응답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지지층의 외연확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완전개방형 국민여론조사 참여경험을 통해 더 많은 유권자들이 본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선택할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원희룡과 최재형 후보는 역선택 방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완전개방형 경선조사에 참여해 국민의힘 경선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국민의힘 경선조사에서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그런데 각 후보들의 입장과 대선후보 여론조사의 관계가 흥미롭다. 8월 26일 MBN의 야권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홍준표와 유승민 후보는 전국적으로 각각 20.9%, 9.3%의 지지도를 보였고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 이들을 선택한 비율이 각각 23.1%와 12.2%로 조사됐다. 반면 최재형 후보는 전국지지가 4.1%인데 민주당 지지자들의 선택은 1.4%에 불과하다. 결국 후보들의 경선조사에 다른 당 지지자들을 포함시킬지에 대한 입장은 어떤 방식이 본인에게 유리한지 여부에 따른 것이다.

타 정당 후보 선호하는 유권자도 있어

정치권에서는 '타정당 경선참여'를 경쟁정당의 경선을 왜곡시키는 역선택의 경우로만 상정하지만 실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왜곡 의도가 아닌 타정당 경선참여 동기는 진심참여와 전략참여로 구분된다.

우선 진심참여 이유로 상대당 후보 개인에 대한 매력을 꼽을 수 있다. 잘 알려진 사례가 미국의 '레이건 선택 민주당 지지자'(Reagan Democrats)들이다. 1980년과 1984년 미국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개인적 매력에 따라 공화당후보인 레이건을 선택한 유권자들이다. 이처럼 타정당 후보를 선호하는 유권자들은 상대정당의 경선에 참여할 동기가 있지만 외형상 잠재적 역선택 투표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들은 진심으로 자신의 선호를 밝히는 유권자들이며 상대정당의 경선을 왜곡시키려는 동기를 갖고 있지 않다.

8월 27일자 갤럽조사를 보면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양자가상 구도 설문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 12%가 이재명 후보를 선택하고 민주당 지지자들 중 7%가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지지정당과 별개로 상대정당 후보 개인에 대해 호감을 갖는 유권자들이 상당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전략참여는 위험분산의 동기를 갖는 경우다. 대선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만일 상대정당이 승리할 경우 기왕이면 그 정당에서 가장 선호하는 후보자가 후보가 되기를 원한다. 이때도 상대정당 경선에 참여하기 때문에 역선택 가능성이 있는 유권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정치선호를 제대로 밝힌 것이며 상대당 경선조사에 참여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다. 가장 나쁜 미래를 상정해 그나마 나은 결과를 가져오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타정당 경선참여 동기를 볼 때 상대정당의 경선을 왜곡시키려는 나쁜 의도만을 우려해서 경선조사에 타당지지 응답자들 제외하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다. 대선 본 선거에서 자기정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는 유권자들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선후보를 내지 않는 정당이나 군소정당 지지자들은 타정당 경선조사에 참여한다고 해도 자신의 선호를 거짓으로 말할 이유도 없다. 예를 들어 국민의당이 대선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들의 후보선호도 중요하게 반영해야 할 것이다.

여론조사 참여자 선택제한 효과 없어

사실 전화를 이용한 여론조사를 한다면 경선참여자를 선택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별 효과가 없다. 먼저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상대정당 경선에 간여해 결과를 왜곡하고 싶을 정도로 선거에 열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나아가 경선왜곡하고 싶은 정도의 열정을 가진 경쟁정당 지지자들이라면 경선조사 첫 질문에서 무당파라고 응답할 것이다.

결국 타당 지지자들을 경선조사에서 제외하는 것은 잠재적인 지지자들을 소외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타정당 지지자들이 무당파나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거짓응답하는 것을 걸러낼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경선 때마다 역선택 문제가 제기되지만 이 같은 진지한 논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