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후 7시간 만에 입장 발표

시민 등 "광주서 떠나라" 반발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지만 이후 '부실시공이 없었다'는 입장 발표로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있다.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는 12일 오전 10시 사고현장을 찾아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보신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이어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현대산업개발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사고 사흘째를 맞은 13일 오전 실종자 6명을 찾기 위해 구조대가 준비하고 있다. 광주 연합뉴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1일 유 대표를 비롯해 구조안전전문가 등 50여명을 사고현장에 급파해 사고수습 및 실종자 수색 등을 돕고 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이날 오후 4시 50분쯤 오전과는 달리 부실시공이 없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입장은 사과 후 7시간 만에 나왔고, 부실시공을 지적한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이었다. 회사는 '공기를 단축하려는 무리한 공사도 없었고, 콘크리트 양생도 충분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진행했던 39층 콘크리트 타설 준비과정을 날짜별로 공개했다. 그렇지만 붕괴가 일어난 201동 37~24층 타설 일자를 공개하지 않아 '유리한 정보만 공개 한다'는 비난을 샀다. 건축허가를 내 준 서구청 관계자는 "원인규명을 위해 요구한 자료는 안주면서 이런 반박이나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시민들은 7개월 전 '학동 철거건물 붕괴참사'를 떠올리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사고 현장에서 만난 남 모(54)씨는 "7개월 전에 붕괴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이 또 사고를 냈다"면서 "그때도 고개를 숙였는데 도대체 무엇을 반성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시장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은 우리시민들에게는 참 나쁜 기업"이라며 "대표이사는 자정이 다되어서야 광주에 도착했고, 사과는 한 장짜리 입장문 발표가 전부였다"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이 시장은 또 "언제까지 이런 어처구니없는 건설현장 참사로 우리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아야 하는지 분노스럽고 답답하다"고 개탄했다. 광주시는 이날 현대산업개발 5개 공사 현장에 대해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학동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해 온 시민단체도 분노를 삭이지 않았다. 학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붕괴사고 역시 학동 참사 판박이"라며 "안전을 도외시한 현대산업개발을 지금 당장 광주에서 퇴출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이번 사고는 생명과 안전보다 현대산업개발 이윤 창출과 관리감독을 책임져야 할 관계기관의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제2의 학동참사"라고 주장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기록 공개 등을 내부에 보고했다"면서 "붕괴로 인해 현장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실종자 6명을 찾기 위해 구조견과 드론 등을 이용해 수색에 나섰지만 붕괴 위험 때문에 성과가 없어 실종자 가족들을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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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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