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이전, 예외 없이 장단기 금리 역전 발생

금리인상 개시 시점에 역전 현상 '더 큰 충격'

최근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현실로 나타났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장단기 금리 격차가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 일반적으로 채권 장단기 금리 격차는 경기 예측 지표로 활용되며 장기 국채수익률이 단기 국채수익률보다 더 떨어지는 금리 역전 현상은 통상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반드시 경기침체를 단정 짓기에는 섣부르다는 의견도 나오면서 경기침체 논쟁에 불이 붙었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신호가 경제 전반에서 감지되는 가운데 채권시장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모습이라는 의견과 장단기 금리차는 좋은 경기침체 예측 지표가 아니라며 현재까지 발표된 실물경제 지표로 봤을 때 경기침체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 금리 인상기 사례를 살펴보면서 경제침체 가능성과 채권시장 흐름을 전망해본다.<편집자 주>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채권시장에서도 장단기 금리차는 최소치로 축소되며 10년물과 3년물 금리차 역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통상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여겨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0.5%p 인상을 뜻하는 '빅스텝'을 시사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도 장단기 금리차 역전 가능성 =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6bp(1bp=0.01%p) 내린 연 2.905%에 장을 마쳤다. 3년물 금리가 종가 기준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달 30일(연 2.615%) 이후 6거래일만이다. 10년물 금리는 연 3.128%로 0.1bp 하락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5.1bp, 2.9bp 내려 연 3.046%, 연 2.719%에 마감했다. 20년물은 연 3.131%로 1.4bp 올랐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0.1bp씩 상승해 연 3.050%, 연 3.016%를 기록했다.

전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금리가 장기물을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국내 국고채 금리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국고채 시장은 연일 급등세를 보이면서 혼란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 지속됐다. 6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941%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3.0%에 거래되기도 했다.10년물 금리는 연 3.129%로 2014년 8월 22일(연 3.14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흘 연속 연고점 경신이다. 3년물과 10년물 간의 금리 차는 18.8bp로 좁혀졌다. 이로써 10년물과 3년물 간 장단기 금리차는5일 0.201%p에  이어 6일 0.188%로 더 좁혀졌다. 이는 2019년 10월 10일(0.183%p) 이후 가장 작은 폭이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장단기 금리차(10-3년)가 점차 축소할 것이라며 역전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민 연구원은 "연초부터 추경 이슈로 국내 장단기 금리차(10-3년)는 40bp에서 추가 플랫이 제한됐으나, 현재는 국내 금리인상 경로에 더 주목하며 20bp 초반까지 빠르게 축소됐다"며 "3월 국내 물가지표 발표 후 4월 금통위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며 국내 금리는 상승했고, 4월 금리인상 단행 시 연말 국내 최종 기준금리 레벨이 높아지면서 국내 장단기 금리도 역전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민 연구원은 국내 경기선행지수의 꾸준한 하락 흐름은 국내 경기 펀더멘털이 취약해 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연내 공격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을 빠르게 결정해 미국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처럼, 국내도 한은의 금리인상 우려를 과도하게 선반영하는 경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금리역전 후 1년에서 1년반 이후 경기침체 = 장단기 금리 역전이 왜 생기는걸까. 전문가들은 시장 참여자들이 경기의 단기 방향성을 불확실하게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면 투자자들은 단기채 투자를 꺼려(수요 감소) 단기채 금리는 상승한다(채권 가격 하락). 반면, 상대적으로 장기채 투자는 수요가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장기 채권 금리는 하락하고(채권 가격 상승) 장단기 금리 차이가 축소되거나 아예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 10년물 채권과 2년물 금리차가 거의 소멸되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과 경기 침체 논란이 확산됐다. 이미 10년물과 5년물은 금리 역전 상태에 있지만, 경험적으로 경기 침체 신호로서 더 중요했던 것은 10년물과 2년물 사이의 금리차였다.

과거 사례를 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은 경기 하강의 전조로 실제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금리 전문가인 캠벨 하비 듀크대 교수 분석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 7번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고 그 후 5~23개월 뒤에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과거 경기 침체 이전 10년-2년 역전은 예외 없이 발생했다. 데이터 집계 가능한 1975년 이후 다섯 번의 경기 침체(2020년 3~4월 팬데믹과 대봉쇄에 따른 경기 침체는 제외)에서 장단기 금리역전 이후 경기 침체 진입까지는 1년에서 1년 반의 시차가 있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5월 FOMC부터 2~3차례에 걸쳐 50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렇게 금리 인상속도가 빨라지면서 금리 역전 상태로 가게 될 전망"이라며 "경기 침체는 2023년 2분기에서 4분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경기침체를 압박하는 채권시장의 경고를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금리역전 현상 장기화 예상 =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되지 않은 올해 상반기 FOMC에서 50bp 빅스텝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하반기에 점진적 금리인상을 실시할 가능성이 강한 가운데, 2023년 이후 중기적으로 전개될 실물경제 둔화와 10년 이후에야 장기적으로 해소될 인플레이션 압력이 미 채권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결코 단기에 머무를 현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과거 미 채권시장의 장단기 역전 사례의 공통점은 시차를 두고 2분기 이상의 마이너스 성장 등의 경기침체를 발생시킨 바 있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인상 개시시점에 나타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제에 더 큰 충격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1977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장단기 국채수익률 역전이 전개된 경우는 이번을 포함해 6차례가 있었는데 대체로 금리인상이 중반 이상, 혹은 종료되는 시기에서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이 발생됐다"며 "이번에는 금리인상 개시 시점에서 발생해 금리상승이 실물(소비와 투자 위축)과 금융 부분(자산과 부채 부실화)에서 미국 경제의 충격을 빠르게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발생에도 고용회복과 임금인상은 견조하며, 거대 기술기업의 실적개선이 지속될 것이라는 긍정적 판단 등으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안심이 있다"면서도 "경기침체를 압박하는 채권시장의 경고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단기 금리차 논란"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