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이상 연속 장기 하락 여부 ·역전 폭 주목

"금리차, 미래경기 예측 좋은 지표 아냐"주장도

전세계적인 물가 폭등에 채권금리가 급등하며 글로벌 채권시장은 패닉수준에 빠졌다.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현실로 나타난 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30년물 금리가 3년물 금리보다 더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사상 처음으로 발생했고, 국고채 10년물과 30년물 역전 폭은 20bp(1bp=0.01%p)로 사상최대로 확대됐다. 최근 초장기물의 금리 역전 현상은 심화되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으면 경기회복, 반대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은 역전현상이 생기면 일정 기간 후 경기침체가 다가온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 경험상 장단기금리 역전이 경기침체가 되는 조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편집자 주>


최근 가파르게 오르던 단기채권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가능성이 나오면서 금리 추가 상승이 제한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국고채 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단기물 중심으로 하락 마감했다. 다만 30년물 입찰 부진과 초장기물 금리 역전 등의 현상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일부 채권 전문가들은 장단기 금리역전이 경기침체 전조가 될 조건은 △연속적 역전기간이 4개월 이상 △ 장기금리 하락에 의해 발생 △역전 폭 20bp 이상 등 3가지 등이라며 최근 장단기 역전은 경기침체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미래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좋은 지표가 아니라는 견해도 나왔다.


◆미국채 2년물 15bp 하락 … 장단기 금리차 다시 확대 =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정책금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2년물 국채 금리는 11일 이후 2일 동안 15bp 하락했다. 선물시장에서 추정하는 연말까지 정책금리 추가 인상폭 역시 주초 대비 2.25%에서 2.00%로 0.25%p 하락했다. 전일 미 국채 미국채 2년물은 장 중 2.3%를 하회했고, 10년물도 2.65%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11.2% 상승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피크에 대한 기대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는 "3월 소비자 및 생산자 물가의 큰 폭 상승에도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국채 매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일 서울채권시장에서도 단기물 중심으로 국고채 금리는 하락했다. 국고채 2년물은 전 거래일보다 10.3bp 내린 연 2.890%, 3년물은 10.4bp 하락한 3.001%, 5년물은 7.4bp 낮아진 3.196%로 나타났다. 10년물은 2.6bp 하락한 3.287%를, 20년물은 5.0bp 내린 3.213%를 나타냈다. 30년물은 3.9bp 낮아진 3.110%, 50년물은 2.7bp 내린 3.083%로 마감했다.

다만 국고 10년물과 30년물의 금리 역전 폭은 더 커지며 악화일로 상태다. 최종호가 기준으로 역전 폭은 -17.7bp를 기록했고 장중 (-)20bp를 넘기기도 했다.

◆경기침체 조건 갖추지 않아 =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모든 장단기 금리역전이 침체의 전조는 아니었다며 최근 나타난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경기침체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경기침체 현실화 이전의 연속적 장단기 금리 역전기간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2개월에 달했다. 반면 1998년과 2019년의 경우 역전이 발생했지만, 각각 28일과 3일에 그쳤다. 이 정도의 짧은 역전 이후에는 경기침체가 도래하지 않았다.

또 이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역전은 단기물의 상승보다는 장기금리 하락에서 주로 비롯된 것이어야 침체의 위험신호가 발생했다 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장기 금리의 하락보다는 단기 금리 급상승으로 금리 역전으로 이는 반드시 경기 침체의 전조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경험상 경기침체 전조 신호를 보였던 역전 폭의 기준은 20bp는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차 더 중요 =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역전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시장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0년물과 2년물 금리는 당분간 역전과 정상화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로 인한 증시 변동성 확대는 시장의 과잉 반응"이라며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역전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시장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장단기 금리차 역전을 두고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문 연구원에 따르면 1980년 이후 나타난 6번의 경기 침체는 대략 1~2년 전에 10년물과 3개월 및 2년물간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10년물과 3개월물간 금리가 역전된 모든 경우에 5개월에서 23개월 후에 경기가 침체국면에 진입했다. 10년~2년물 금리는 올해 4월 역전된 바 있지만, 10년~3개월물 금리는 아직 역전되지 않았다.

'이번 역전이 과거와 다르다'는 주장을 하는 JP 모건과 파월의장은 동일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이미 2018년 금리역전을 앞두고 연준 스태프가 제시했던 논리이기도 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10년과 2년 금리까지 역전된 반면 2년 이하 초단기 구간 금리차 확대는 통화정책 여력으로 평가한다"며 "당장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역사적으로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데 평균 18개월 정도 소요되었던 경험에 기반 미래 3개월짜리와 현재 3개월의 차이만큼 통화정책 여력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장단기금리차가 좋은 경기침체 예측 지표가 아니라는 주장도 내놨다. 김 연구원은 "지난 10여년간 경기침체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에 대한 연구가 많았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며 "그 연구들을 종합하면 경기침체는 신규고용, 산업생산, 개인소득, 소비 등 실물경제 지표로 볼 때 더 예측가능성이 높고 현재까지 발표된 실물경제 지표로 봤을 때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장단기금리차에 대한 해석을 잊어버리고 연준에만 집중하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로 경기침체가 올 위험이 높다면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고, 그런 연준의 점도표 변화가 장단기금리차 확대로 나타나게 될 것이며 그걸 본 투자자들은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석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채시장은 연준의 손바닥 안에 있으니, 채권시장이 연준을 쥐락펴락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장단기금리차에 대한 해석을 잊어버려라"고 말했다.

["장단기 금리차 논란"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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