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 디딤돌 1호, 조용한 교실혁명 … 미래교육 '공간혁신-수업시수조정-교육과정 개편'이 성패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교육의 방향은 무엇인가? 세계의 수많은 교육학자들이 쏟아내는 주제다. 한국정부도 교육의 변화에 맞설 설계도를 내놓았다.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인재양성,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디지털을 교육과정 중심에 들여놓기 시작했다. 차등과 불평등을 넘고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창의성을 교육목표로 설정했다. 이른바 그린스마트미래학교다.
앞서 교육부는 공간혁신 사업을 추진했다. 가로 7m, 세로10m의 정형화된 교실은 해방 후 지금까지 전국 모든 학교의 표준설계로 통했다. 이를 두고 학생들은 '교실 = 감옥'이라고 표현한다. 교사들도 획일적인 공간에서는 차등과 불평등 교육을 해소할 수 없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기존 학교공간에서는 창의·융합교육이 불가능 하다고 강조했다.
미래교육을 담은 교육과정에 맞춰 공간을 바꾸고 수업시수를 조정하는 교육 대전환의 현장을 찾았다.

남원 덕과초교 지붕은 마을 주변 산과 어울리게 산의 형태로 설계했다. 결과 '숲속 동화마을' 같은 지붕 속에 멋진 야외교실이 탄생했다. 학교건물은 주변 환경이나 시설물과 조화를 이룬다. 멀리서 보면 산속 펜션처럼 보인다. 사진은 13일 덕과초교 수업을 참관한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과 학생, 교사들. 사진 전호성 기자


"장관님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덕과초 학생들을 만나본 소감은 어떤가요? 부총리는 언제까지 하시나요? 그만두시면 무슨 일을 하실 건가요? 놀이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수업시간을 줄여주실 수 있나요?"

4월 13일 전북 남원 덕과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를 방문한 유은혜 부총리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6학년 학생 5명이 취재기자가 됐고 인터뷰 내용을 신문으로 제작하는 수업이다. 학생들은 유 부총리와 인터뷰 내용을 기사로 써서 4월 18일자 '덕과일보'에 게재했다.

이날 유 부총리는 6학년 사회교과 수업에 참석해 태블릿PC를 지급받았다. 정부부처의 역할을 배우고 토론하는 시간이다. 수업은 태블릿PC를 통해 답을 선택하도록 구성했다. 옆자리 희락이가 태블릿PC를 만지작거리는 유 부총리에게 다가가 능숙한 솜씨로 사용법을 알려줬다.

'국회가 하는 일', '국민건강을 담당하는 부서와 역할', '대통령은 대법관은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학생들은 태블릿PC에 표기된 내용에서 답을 눌렀다. 모두가 교과서가 요구하는 답을 선택한 후 "국회는 싸우는 곳이고 학생건강을 책임지는 곳은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교육부"라며 웃었다.

3학년 교실에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고장의 주요장소를 찾아 백지도에 나타내는 수업이 한창이다. 수업은 태블릿PC를 통해 진행한다. 구글 앱스토어를 통해 지도를 찾아가는 손놀림에서 디지털 교육과 친해졌음을 알 수 있다. 교사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으로 디지털교육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13일 덕과초교 수업에 참관한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6학년 학생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덕과초교 미래학교 모델이 되다 = 덕과초교는 시골마을 작은 학교다. 기존의 수십년된 건물은 벽이 갈라지고 라돈까지 검출돼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웠다. 2019년 공간혁신사업에 참여해 4월 준공했다. 설계기간만 1년 6개월이 걸렸다.

설계팀은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1년 넘게 학교로 출근했다. 덕과초교는 '미래형 학습환경조성 우수학교'에 이름을 올렸다. 교육부가 공간혁신 사업을 시작해 그린스마트미래학교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모델이 된 최초 사례로 꼽힌다.

새 교실로 이사한 후 학생들 반응도 크게 달라졌다. 최근 2명이 전학을 와서 전교생은 6학급 21명이 됐다. 과거 긴 복도를 따라 등하교를 하거나 화장실로 이동하는 게 전부였다면 이제는 쉬는 시간이면 교실 문을 열고 운동장과 복합공간에 마련된 도서관과 놀이터로 달린다. 복도와 사용공간의 벽을 허물어 공간활용도를 높인 것이다.

덕과초교 학생들은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다락'을 선택했다. 야외교실로 가는 계단은 높이가 낮아 어른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학생들은 이곳에 동심의 세계를 구축하고 꿈과 추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삼았다. 교실에서 밖으로 나오면 테크를 통해 운동장이나 옆 교실로 이동이 가능하다.

설계를 책임진 박기우 원광대학교 교수는 13일 "학생 안전과 관계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계단형 도서관에 모인 학생들이 외쳤다. "학교가 집보다 더 좋아요. 공부가 재밌어요."

◆공간혁신에 운영할 교육과정은 = 선한이 6학년 담임교사는 이날 "교실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새롭게 구성된 교육과정을 설명했다. 선 교사는 "미래교육과정을 어떻게 수업에 적용하고 타 교과와 융합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중심 평가, 줄 세우기식 교육, 지식전달 수업은 이제 시대흐름과 변화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신 수업인공지능(AI)과 디지털, 빅데이터 수업이 미래교육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교육공간에서는 이러한 미래교육과정 운영이 불가능 했을 것이다. 시골마을 작은 학교의 조용한 교실혁명이다."

덕과초교는 4월 초 제2의 개교를 한 후 기존 교과운영에서 벗어났다. 우선 교육과정은 계절, 기후, 학교실정과 학생실태에 맞춰 새롭게 월별 주간별로 편성 운영한다. 각 과목에 창의인성 융합을 적절히 배합했다. 캠핑, 장애인권교육, 사이버폭력 예방, 진로교육도 가르친다.

과학과 미술은 전담교과목으로 선택하고 주 18시간을 운영하도록 했다. AI 교육은 소프트웨어 교육으로 통한다. 따라서 컴퓨팅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교육과정으로 설계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그나마 교육부가 설정한 미래교육과정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상실된 관계망 회복에 AI교육을 접목시키는 것도 신선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프로그래밍 작업의 90% 이상이 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덕과초교 교사들은 세계 교육시장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방안도 쉽게 풀어쓸 수 있도록 교육과정 개편에 착수했다. 그린학교를 목표로 삼았다. 교사들은 교실에서 잠시 고개만 돌리면 자연이고 훌륭한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토론하고 실행 방안을 마련한다. 학생들이 기후위기에 함께 적응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교육과정에 녹여냈다. 학교가 지역사회 거점으로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교육과정 자율성을 지역 맞춤형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모든 학교의 공간혁신이 순탄한 길을 가는 것은 아니다. 수십년간 쌓인 보신주의와 눈에 보이지 않는 기득권의 벽을 넘어야 한다. 당장 연간 수업일수 190일을 조정하고 교육과정을 새롭게 개편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이강복 교육부 미래교육추진담당관은 "국가가 제시한 교육과정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편재하느냐에 따라 미래교육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며 "공간혁신과 교육과정이 어떻게 융합하고 실행력을 갖추는가에 따라 미래교육 성패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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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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