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여전히 높은 수준 이어질 듯

양적긴축 따른 유동성 축소 속도에 주목

글로벌 채권금리가 연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나타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다소 안정되는 듯 했던 미국 국채금리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 이후 다시 급등했다. 유럽의 국채금리도 유럽중앙은행(ECB)의 7월 금리 인상 가능성 발언이 나오면서 독일 금리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주요 인사들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전세계 채권금리가 널뛰기하는 모습이다.

채권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채권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지속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기업들의 실적발표와 향후 연준의 양적긴축(QT)과 시장 유동성 축소 속도에 주목, 단기채·공사채 위주 보수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국면에서 장기채 발행을 늘리는 것보다는 다시 여력이 생긴 단기채 중심으로 이자부담을 줄이고 채권시장 균형을 회복시키는 것을 고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고물가 정점 기대 약화 = 2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일대비 8bp(1bp=0.01%p) 오른 2.91%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10bp 이상 오른 2.95%까지 올라섰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도 장중 15bp가량 오른 2.72%까지 올랐다. 유럽의 국채금리도 유럽중앙은행(ECB)의 7월 금리 인상 가능성 발언이 나오면서 급등했다. 독일 금리는 전일보다 9bp 오른 0.95%로 거래를 마쳤다.

국채금리 급등은 미 연준의 5월 50bp 금리인상 가능성 확대와 3월 인플레이션 정점(피크아웃) 기대가 약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패널 토론에서 "3월 인플레이션 피크아웃도 (가능성은 있지만) 기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FOMC에 대한 우려를 높이면서 다시 한 번 긴축 불안을 유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은 연속적인 50bp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현재 선물시장에서는 연말 정책금리가 2.75%~3.00%에 이를 수 있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올해 3번의 50bp 인상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연말에는 정책금리가 중립 금리를 상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중립 금리는 물가의 상승이나 하락에 영향을 주지 않는 균형금리 수준을 가리키는데, 연준 위원들이 장기적으로 보는 중립 금리 수준은 현재 연 2.4%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강화되는 연준의 매파성향에 연준 자산 축소이슈도 부각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당장 5월 회의에서 축소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국내 채권시장도 패닉 = 국내 채권시장도 패닉상태에 빠졌다. 국고채 3년 금리와 5년 금리가 모두 연초 이후 100bp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막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되자 국채금리는 빠르게 안정세를 보이며 하락 반전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경제 및 물가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간 괴리가 해소되면서 국채금리가 안정된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일 미국과 유럽 채권금리 급등으로 국내 채권금리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김 연구원은 "시간이 갈수록 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통화당국이 물가안정과 경기 연착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면서 중앙은행의 과잉 대응에 따른 실책가능성에 관심이 쏠려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시장기대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경기둔화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가만 잡을 수 있다면 감지덕지라는 식으로 기대치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제 그마저도 달성 여부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경기침체 신호에도 주목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 스프레드의 플러스 전환으로 경기침체 확률이 낮아졌다고 할 수 없다"며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미국 주택시장 냉각 관련해서도 의견이 부분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연준의 기준금리 50bp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양적긴축(QT)가 이르면 5월부터 실시될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도 경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의 물가 급등은 일시적인 요인뿐 아니라 고용시장 구조 변화, 기후변화 등 구조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박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침체 확률을 전망하는 유용한 수단 중 하나이긴 하지만 연준의 대규모 자산매입, 물가의 구조적인 변화 등으로 침체 확률을 온전히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은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과거 침체시기 금·은 상대가격은 단기간에 급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은은 대표적인 산업용 원자재로 제조업 경기 둔화에 따른 산업 수요 감퇴 전망이 확산되면 은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금·은 상대가격의 상승은 안전자산인 금 가격의 상승(안전자산 선호확대)과 은 가격 하락(제조업 경기 둔화 전망)을 의미한다.

["장단기 금리차 논란"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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