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쉼·놀이가 공존하는 열린 공간 … 전기 에너지 67% 태양광 발전으로 자급자족

전국 모든 학교의 공간혁신이 순탄한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은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반응이다. 코로나19와 부족한 사업추진 기간 탓에 현장 소통과 효율적인 지원이 미흡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고려해 '모두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미래학교'를 추진중이다. 그린학교는 생활 속 환경생태교육 활성화를 목표로 삼았고, 스마트교실은 맞춤형 개별학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학교복합화는 지역사회 거점으로 역할을 강화해 지역과 학교시설을 공유하고 지역사회 공동체와 연대를 강화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0일 "공간혁신은 교육과정과 함께 접목되었을 때 효과가 배가된다"며 "학교를 원격수업시대에 맞는 스마트학교로, 기후위기시대의 첨단 그린학교로 재편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설명한다.
서울시교육청이 그리는 미래학교는 어떤 모습인지 서울 공항고등학교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공항고에서 가장 특징있는 공간은 중앙 현관의 '아트리움'이다. 중앙정원을 뜻하는 아트리움은 실내 공간에 유리지붕을 씌워 건물 내부에서 하늘을 볼 수 있게 설계한 공간이다. 내부에 있어도 답답하지 않고, 천창으로부터 자연채광이 들어와 조명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공부도 하고 휴식도 즐긴다. 사진 이집건축 제공


쇼핑몰을 연상케 하는 탁 트인 공용 라운지에서 학생들이 저마다 시간을 보낸다. 널찍한 천창을 통해 들어온 자연채광 덕분에 조명을 켜지 않아도 충분히 밝다. 실내는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이 가동돼 계절과 상관없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모든 교실에 무선 인터넷이 연결되고 학생과 교직원에겐 태블릿PC와 노트북이 제공되는 등 스마트 학습환경도 구축됐다. 학생들은 개방형 공간에서 휴식하고 친구들과 교류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미래학교에서나 볼 수 있을 모습 같지만 공항고에서는 이미 현실이 됐다.

공항고는 2019년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새로 문을 열었다. 본래 인근 방화동에서 1983년 개교한 30년 가까이 된 노후 학교였다. 방화동의 학생수는 감소하고 있었지만 마곡지구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학생 수요가 늘어 지금 자리로 옮겼다.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공용 공간에 태양광 발전 현황판을 설치해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진 이의종


공항고는 일반학급 24개와 특수학급 3개를 운영한다. 이전에는 해마다 학생수가 줄어 학급수가 감축되는 상황이었지만 신축 이전한 뒤로는 학급마다 26~28명을 꽉 채울 정도다. 김용호 교장은 10일 "이전에는 학생들이 공항고에 배정되면 울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가지 못해서 운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선호도가 바뀌었다"며 "학교 공간이 바뀐 후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도 매우 높아졌다"고 자랑했다.

◆학교가 환경 교육의 장으로 변신 = 새롭게 지어진 학교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우선 건물 옥상과 벽면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외관부터 여타 학교와는 다른 모양새를 띤다. 공항고는 전체 소비되는 전기 에너지의 67%를 태양광 발전으로 자급자족한다.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공용공간에는 태양광 발전 현황판을 설치해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제로에너지·탄소중립의 가치를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접한다. 학교 자체가 환경교육의 장이 된 셈이다.

1학년 지혜영 학생은 "교실 밖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특히 자습시간에 공용공간을 자주 이용한다. 쉬는시간에도 운동장보다 학교 건물 안에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진 이의종


공항고에서 가장 특징적인 공간은 중앙 현관의 '아트리움'이다. 중앙정원을 뜻하는 아트리움은 실내 공간에 유리지붕을 씌워 건물 내부에서 하늘을 볼 수 있게 설계한 공간이다. 내부에 있어도 답답하지 않고 천창으로 자연 채광이 들어와 조명 에너지를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공부도 하고 휴식도 즐긴다.

1학년 지혜영 학생은 10일 "교실 밖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많다. 특히 자습시간에 공용공간을 자주 이용한다. 쉬는시간에도 운동장보다 학교 건물 안에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1학년 신지윤 학생은 이날 "빛이 잘 들어서 실내가 밝고 환하다. 공부하다 잠시 쉴 때 아트리움에 오면 1층부터 4층까지 한눈에 다 보여 시원하다"고 덧붙였다.

획일적인 긴 복도와 교실이 아닌 널찍한 공용공간이 생기면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활동이 학교 안에서 이루어진다. 실제로 아트리움 중앙홀은 연주회 무대가 되기도 했다. 1층 도서관의 폴딩도어(접이문)까지 열면 더 넓은 무대로 변신한다.

김교장은 "아트리움은 학습 쉼 놀이가 공존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학교 = 공항고는 본래 마을 공동체와 함께하는 학교로 만들어졌다. 학습공간은 안쪽으로 배치하고 도서관 컴퓨터실 시청각실 체육관 등의 시설은 지역사회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길가 쪽으로 배치했다. 학교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실, 독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평생교육 센터로서의 역할을 할 예정이다.

공항고를 설계한 이현우 이집건축 대표는 10일 "면학 분위기가 중요한 고등학교의 특성을 고려해 시간대별 통제나 개방이 쉽도록 영역을 분리하면서도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여러 공간이 연결되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층마다 마련해놓은 홈베이스가 눈에 띈다. 이동수업이 많은 교과교실제와 고교학점제의 특성을 고려해 복도 공간에 테이블을 놓고 대형 사물함도 구비했다. 쉬는시간이나 공강시간이 발생하면 이곳에서 다음 수업을 준비하거나 이전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할 수 있다.

공항고는 공유 캠퍼스를 중심축으로 고교학점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세현고 한서고 명덕여고 등 인근 3개 학교와 공동 교과 교육과정, 창의적 체험 활동, 학교 특색 프로그램, 진로 진학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학교 담장을 허물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사회와의 연계에 중점을 두는 공항고는 공동 교육과정으로 '지역이해' 과목을 운영한다. 매주 2회 진행되는 온·오프라인 융합 수업에 20명 내외의 인근 학교 학생들이 참여한다.

인근 학교 학생들은 정규 수업 시간에 공항고에 와서 수업을 듣고 지역문화 탐방 등 살아있는 학습을 경험한다. 학교 간 공유 캠퍼스 자율협의체와 교원학습공동체가 활성화돼 내실있는 수업 운영이 가능해졌다.

학교 공간이 변하니 학생들도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학교폭력이 현저하게 줄었다. 공간의 힘이 정말 크다는 걸 몸소 체험한다"며 "학교 구성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학교에 대한 신뢰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공간에서 교육적 효과가 커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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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기자 · 양지선 내일교육 기자 j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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