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경찰국 부활 위해 시행령 우회

지휘·통제 근거 행안부령 제정해 마련

행정안전부가 경찰청 지휘·통제 방안을 내놓으면서 꼼수를 부렸다. 야당 반대가 뻔한 국회 입법 대신 시행령과 규칙으로 경찰을 관리·감독하겠다는 우회로를 찾아냈다. 위법하지는 않지만 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한 정부조직법·경찰청법 등의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은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제도개선 권고안을 발표했다. 자문위가 발표한 권고안은 현재 법률에서 정한 행안부 장관의 경찰 관련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행안부의 업무범위를 정한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도 경찰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통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찾아냈다.

현행 법률에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과 관련한 여러 권한을 갖고 있다. 실제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장 및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에 대한 인사제청 권한(경찰청법)이 있다.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의 인사 제청 권한(경찰공무원법)도 행안부 장관에게 있다. 경무관 이상의 강등·정직과 경정 이상의 파면·해임시 행안부 장관을 경유하도록 한 규정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국무위원으로서 경찰청 관련 법령의 발의·제안 권한도 행안부 장관에게 있다. 법령에 명시된 권한이지만 경찰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30여년을 한 번도 행사하지 않은 권한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장관이 이미 법률에서 정한 경찰 관련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권한을 이행하기 위한 지원조직 신설은 시행령 개정으로도 가능하다"며 "조만간 관련 법률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위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행안부령으로 만들도록 했다.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청의 중요정책 수립에 대해 그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는 정부조직법 조항을 근거로 내밀었다. 경찰청장 지휘 규칙 제정은 입법예고를 거쳐 행안부 장관이 공포하면 절차가 끝나기 때문에 서두르면 7월 중에도 마무리할 수 있는 일이다.

자문위원장을 맡은 황정근 변호사는 "경찰의 권한이 커진 만큼 민주적 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행안부가 권고안을 토대로 경찰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잘 지켜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여전히 정부조직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온다. 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 당시 행안부(내무부) 장관의 업무범위에서 치안 사무를 삭제한 만큼 이를 복원시키기 않고 경찰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경찰위원회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국가경찰위는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경찰청이 독립 외청이 된 것은 행안부(내무부) 장관의 직접적 통제를 배제함으로써 경찰행정의 중립성은 물론 책임성과 독자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문위 권고안은 경찰제도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경찰행정·제도를 32년 전의 과거로 되돌리려 한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경찰 지휘·통제 방안과 함께 장관의 인사권 행사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행안부 장관의 인사제청 권한이 객관적으로 이뤄지도록 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제청자문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경찰 반발을 막기 위한 당근책도 내놨다. 경찰의 불만이 가장 큰 계급정년제를 손보도록 했고, 복수직급제도 도입하라고 했다. 순경 등 일반출신 경찰공무원의 고위직 승진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또 경찰제도의 근본적인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대통령 소속의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설치도 함께 건의했다.

자문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권고안을 토대로 국민중심의 경찰 구현에 도움이 되는 핵심 과제들을 선정하고 관계 기관 등의 의견을 들어 과제를 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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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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