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장기화하면 겨울철 공정 차질 … 수입화물도 항만에 발 묶여

화물연대 파업으로 28일 시멘트·레미콘·철강 공급이 전면 중단되면서 건설현장이 멈춰 섰다. 건설자재가 반입되지 않은 현장에서 타설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겨울철 건설 공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주말인 26일 출하량이 예정량의 9% 수준인 9000톤에 불과해 사실상 물류 마비 상태에 들어갔다고 28일 밝혔다. 피해 금액은 약 94억원으로 운송거부 사흘 만에 누적 피해는 464억원에 달했다. 27일에는 시멘트 출하 물량이 '제로(0)' 상태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레미콘 타설 중단 |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레미콘업계는 오늘부터 대부분 공장이 가동 중단됐다. 25일부터 중소규모 공장들이 가동을 멈췄고, 주말을 거치면서 큰 공장들도 시멘트 재고량이 빠르게 소진됐다. 이에 따라 레미콘이 필요한 건설현장은 28일부터 타설공사가 중단됐고, 다른 공정을 우선 배치하는 등 공사기간 맞추기에 고심하고 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지방 소도시의 경우 레미콘 수요량이 적어 여분이 있는 상황이지만, 수도권은 모두 소진됐다"며 "레미콘 공급 중단으로 업계 피해액은 하루 5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철강업계 출하차질도 심각하다. 포스코는 육로운송이 막혀 포항제철소 2만톤, 광양제철소 1만5000톤 등 하루 3만5000톤 정도 출하피해를 보는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긴급한 제품들에 대해서는 사전 출하를 진행했고 철도·항만 등을 이용해 출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수해복구용 설비자재 입출고는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하루 철강제품 출하량 5만톤을 전량 내보내지 못하는 등 극심한 출하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질없이 생산라인을 가동중이지만 배송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 광주공장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배송센터 직원과 외부인원 동원해 로드탁송(완성차를 생산공장에서 공장 밖으로 빼내는 작업부터 수요지까지 배송)을 진행한다.

정유업계는 파업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전국 주유소들이 추가 공급 없이 약 1∼2주간 버틸 수 있는 물량을 파업 이전에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재고가 부족한 주유소는 탱크로리를 우선 배차 하는 등 업계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전국 무역항들도 막혔다.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광양·평택당진·울산항에 들어온 수입화물 중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국내로 반출된 화물량은 '0'이다. 수입화물이 항만 화물장치장에 쌓인 채 국내로 빠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로 수출해야 하는 화물도 항만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부산항의 경우 지난달 같은 시간대에 비해 화물 반입량이 13.1% 줄어들었다. 인천항 반입량은 0.2% 수준까지 줄었다. 부산항과 인천항의 반출량은 10월 같은 시간대에 비해 각각 1.7%, 0.5% 수준으로 급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반출·입이 막히면 부두 내 장치율이 올라가 항만운영이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28일부터 화물연대 파업 참여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28일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수출화물 반입을 서둘렀고, 부두에 들어온 화물들은 선박을 통해 반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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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이재호 정연근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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