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적 저하로 신용등급 하락 압력 거세질 듯 … 회사채 부도율 상승

경기 불확실·금리인하 기대 후퇴·수급부담 '3중고'에 증시 박스권 전망

고물가와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올해는 우려했던 경기침체가 현실로 본격화될 것이 예상된다. 기업들은 실적저하로 신용등급 하락 압력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뿐만 아니라 2023년 1분기 영업이익 전망까지 하향조정 중이며 회사채 부도율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증시는 경기 불확실성과 금리인하 기대, 수급부담 등 3중고에 시달리며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예상치 대폭 밑돈 삼성전자 '어닝쇼크' = 6일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 잠정집계)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9% 감소했다고 밝혔다. 4분기 매출액은 70조원으로 전년대비 8.58% 줄었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 6조원대를 약 30% 대폭 밑도는 수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242개의 올해 합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198조6551억원으로 작년보다 약 24%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1년 만에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10조원 넘게 쪼그라드는 셈이다.

문제는 올해 1분기에 경기침체 가 본격화된다는 점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로 바뀌고 있다"며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뿐만 아니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까지 모두 전월대비 5.8% 하향조정 중이고 시간이 갈수록 조정 폭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실적의 급격한 하향조정세가 진행 중인 가운데 조선, 2차전지, 비철목재, 철강, 중국 소비관련주 등 업종 전반에서 실적 눈높이 하향조정이 진행 중"이라며 "4분기 실적 쇼크가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과 함께 올해 실적 전망이 한 단계 낮아질 경우 증시 하방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정적 신용전망 증가 = 신용평가업계는 경기침체가 기업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며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및 회사채 부도율 증가를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23년 경제전망과 관련해 글로벌 펀드매니저 등 자본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개월 전만 해도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연이은 통화긴축 충격이 가장 큰 위험요소였는데 현재는 경기침체 위험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경기침체에 따른, 가계 및 기업의 '신용위험'이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최형욱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올해는 전년보다 확연하게 기업들의 우호적·긍정적 전망(outlook)은 줄어들고, 비우호적·부정적 전망은 늘어났다"며 "25개 산업 중에 무려 11개 산업의 전망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또는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1년 전 같은 시기보다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산업별 영향의 정도는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기업부문에서 금리상승은 특히 건설 산업에 부정적이고,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둔화는 반도체,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업종에 더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업 유동성 위험 = 증권업 등 금융업의 위험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브릿지론, 후순위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국내 부동산PF 우발부채 비중이 높아진 가운데 최근 부동산경기 둔화와 금리상승으로 인한 우발부채 현실화 위험 및 자산건전성 저하 위험이 높아졌다"며 "상대적으로 자본여력이 열위한 증권사일수록 기초자산이 고위험 사업장인 비중이 높아 부동산 관련 자산부실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에 크게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위탁매매부문 수수료 수익의 회복은 시간이 많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주식시장을 떠난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 전망은 요원하다. 투자자예탁금 잔고는 2022년 12월에 46조원 내외(2021년 12월 65조원 내외)로 줄어들었고, 신용융자 규모도 16조원 내외(2021년 12월 23조원 내외)로 감소하면서 증시유입 대기자금도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 증시가 반짝 상승할 때마다 개인투자자들이 이탈은 더 빨라지고 있다.

["역경의 2023년 증시 전망"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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