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분해라인'부터 만들자

현대 소비사회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대량폐기의 일방통행 시스템이다. 옷이 낡기도 전에 새 옷을 산다. 새로 산 신발이 쌓여서 멀쩡한 신발을 버린다. 대부분 석유로 만드는 제품들이다. 100억에 가까운 인류가 계속 이렇게 소비하면 지구가 못 버틴다.

사회복지 개념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상품생산에 빗대면 '공장에서 매립장(소각장)까지'가 된다. 이제 '요람에서 요람으로' 돌아가는 순환경제 시대를 열어야 한다.

현대제철은 신개념의 전기로에 스크랩(고철)과 용선(고로에서 생산된 쇳물), DRI(직접환원철) 등을 혼합해 2030년부터 자동차강판 등의 고급판재류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현대제철 제공


순환경제의 대표적인 예가 우주선이다. 폐쇄된 우주공간에서는 모든 물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철저히 자원순환형으로 생활한다. 에너지는 태양전지를 쓰고 소변도 정화해서 물로 마신다. 공기도 여과해서 다시 호흡한다. 폐기물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사실 자연계는 이런 폐쇄된 순환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연계의 모든 물질이 순환하기 때문이다.

알루미늄 캔으로 알루미늄 캔을 다시 만들면 보크사이트로 만드는 것보다 전기에너지가 5%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재생종이를 만들면 펄프로 종이를 만들 때보다 25~60%의 에너지가 줄어든다.

재생유리는 모래로 만드는 유리에 비해 에너지가 1/3만 들어간다. 소주병 맥주병은 병을 재사용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절약된다. 재활용하면 에너지가 절약되는 양은 △플라스틱 80% △철강 74% △구리 85% △납 65% 정도다.

금속광물을 가장 많이 쓰는 제품은 자동차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철강의 1/3, 알루미늄의 1/5, 납과 고무의 2/3가 자동차 생산에 들어간다. 그러나 자동차 재활용은 금속 소재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요 부품만 떼어내고 통째로 프레스로 짓눌러서 용광로로 보낸다. 시트나 전기배선도 분리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금속이 한꺼번에 용광로에 들어가 철강 쇳물과 분리하기 어려운 구리 등이 같이 뒤섞인다.

이런 방식으로는 자동차 판금에 쓰이는 순수한 철강을 만들기 어렵다. 이런 철강은 철판을 넓게 펴는 과정에서 찢어지기 때문에 건축용 H빔으로 만든다. 비싼 금속재료 덩어리인 자동차를 녹여 H빔을 생산하는 건 금반지를 녹여서 철근을 만드는 셈이다.

'자동차를 녹여서 자동차를 만들려면' 자동차 분해라인이 필요하다. 분해는 조립의 역순이니 자동차 조립공정을 거꾸로 돌리면 된다. 일본의 사회적기업이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을 때 가장 먼저 토요타에서 견학을 왔다고 한다. 분해하기 쉬운 자동차 설계를 하기 위해서였다.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때는 철거한 아파트 골재를 다시 사용해야 한다. 아파트에서 나온 순환골재는 도로기층재로 쓰고 바다모래 퍼올려서 새 아파트 짓는 일방통행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요람에서 요람으로 가는 경제에서 도시는 순환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모든 금속이 만들어지고 온갖 기계와 장비, 건축물이 설계 제조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이런 물질들을 전세계로 내보내고 순환 사이클을 통해 돌려받는다. 시골은 생물학적 물질 순환의 근거지다. 시골은 햇빛과 흙, 물을 이용해 도시 사람들에게 식량을 비롯한 모든 영양물질을 공급한다.

요람에서 요람으로 가는 경제는 에너지 흐름, 인간의 정신, 다른 생명체들과의 관계를 조화롭게 만들 것이다. 물론 그 전제는 '소비가 우리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비를 통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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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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