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통위원장 구속영장 기각

전현희, 감사원장 직권남용 역고소

"윤석열정부 블랙리스트 터질수도"

윤석열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정부 인사들에 대한 사퇴압박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이창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새벽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한 뒤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피의자의 자기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영장실질심사 받는 한상혁 방통위원장│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앞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원은 주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한 위원장은 30일 영장이 기각된 후 동부구치소 앞에서 "앞으로 무고함을 소명하고 우리 (방통위) 직원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2020년 방통위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당시 TV조선의 평가 점수가 하향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는다. 한 위원장은 29일 오후 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점수 수정 지시는 영장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수정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도 사퇴압력에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근태 문제와 부당 업무 개입(직권남용) 등 혐의로 전현희 위원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아직 수사개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전 위원장은 오히려 "표적감사"라며 최재해 감사원장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전 위원장은 28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여기저기서 '즉각 퇴진하라'는 압박이 많이 들어와 엄청나게 두렵고 공포스럽고 무섭지만 제가 무섭다고 그만두면 그건 도망치는 것"이라며 "비록 무서워도 그걸 극복하고 이겨내겠다"고 했다.

28일 사표를 낸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사퇴에 대한 직접적 압력은 없었지만 보고에서 배제되는 등 물러나라는 정황이 있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와 업무배제 등 노골적인 사퇴압력을 받아 온 그는 "실탄 사건에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해임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비록 사표를 썼지만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지난 3일 해임된 나희승 한국철도공사 전 사장도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나 전 사장은 감사원 감사 등 여러 압력에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해임건의를 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해 '강제'로 옷을 벗었다. KT 신임사장을 둘러싼 잡음, 금융권 인사에 대한 정치권 개입설 등도 향후 사법적 불씨를 안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 등 야권에선 "검찰이 문재인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데 이후 정권이 바뀌면 비슷한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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