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제작사가 투자 유치해 제작비 확보한 후 방영권 판매 … 직능단체 역량 강화도 중요해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전액 부담했다. 이에 따라 지적재산권(IP) 역시 넷플릭스가 보유하는 형태로 제작됐고 '오징어게임'의 전세계적 성공에도 제작사는 추가 수익을 얻지 못했다.

최근 콘텐츠업계에서 콘텐츠에 대한 모든 권리를 확보하는 IP 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IP 확보를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사들의 제작비 확보가 가장 중요한 만큼 전문가들은 영상콘텐츠 제작 초기 단계에서 민관이 함께 투자하는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을 통한 투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의 경우, 글로벌 OTT들이 제작에 참여하더라도 법적으로 자국 제작사들의 IP를 확보하는 적극적인 IP 확보 정책을 펼치고 있다.


◆1조원 가치에도 제작사 추가 수익 없어 =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의 경우 9부작에 대해 넷플릭스가 편당 평균 28억원씩 총 254억원을 들여 제작했다. '오징어게임'은 제작비의 42배에 달하는 8억9110만달러(1조원 이상) 경제적 가치를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또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악시오스(AXIOS)는 '오징어게임'이 두 시즌을 추가할 경우 2027년까지 넷플릭스에 20억달러 이상의 누적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제작사는 IP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된 제작비 254억원 외에 추가 수익을 얻지 못했다.

◆모태펀드 조성 규모 확대해야 = IP 확보를 위해서는 제작비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제작비가 확보되지 못하면 OTT의 투자를 기반으로 제작돼 OTT가 IP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제작사들은 IP 확보를 위해 '스튜디오 체제' 구축에 나섰다. 스튜디오 체제란 일정 정도 자본력을 갖춘 콘텐츠 그룹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기획 개발 제작하면서 방송사와 OTT 등에 대해 충분한 협상력을 갖고 콘텐츠를 판매하면서 IP를 확보하는 체제를 말한다.

스튜디오 체제 구축에 나선 최초의 제작사로는 2016년 CJ ENM의 드라마 제작부문에서 분사한 스튜디오드래곤이 꼽힌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여러 독립 제작사들을 인수해 자회사로 두면서 다수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편 기획 PD들이 방송사 OTT 등과 협상하며 콘텐츠를 판매, 공급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체계를 갖췄다.

콘텐츠 그룹 산하가 아니더라도 중견 제작사를 중심으로 투자를 유치해 제작비를 확보하고 이후 방영권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드라마 IP를 직접 확보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2022년 성공작으로 꼽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됐다.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제작비 150억원을 투자 등을 통해 확보한 후 드라마를 제작했고 국내 방영권은 KT스튜디오지니에 132억원에, 중국을 제외한 해외 방영권은 넷플릭스에 판매했다.

이에 따라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국내 방영권만으로 제작비 외에 8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다. 이후 IP를 활용한 웹툰과 뮤지컬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부가사업을 통해 추가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각 방식 모두 제작사가 자본력이 충분해야 가능하다. 때문에 자금 수요가 높은 제작 초기에 제작사들이 제작비를 보다 원활하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영상콘텐츠에 민관이 함께 투자하는 모태펀드 조성 규모를 확대하고 영상콘텐츠에 투자할 경우,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프랑스, 권리 계약기간 정해 = 해외의 경우 글로벌 OTT가 제작비를 부담하더라도 법적으로 자국 제작사들의 IP 확보를 규정하며 적극적으로 자국 제작사들을 보호하고 있다.

프랑스는 저작권자인 제작사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으로 방영권의 권리 기간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글로벌 OTT가 드라마 제작에 참여해 독점적으로 권리를 취득한 경우에도 권리 계약기간은 36개월까지다. 36개월이 지난 이후에는 제작사가 IP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제작사가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직능단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IP 권리배분이 사적계약에 근거하는 만큼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프랑스에 기반을 둔 유럽 독립제작사 단체 EPC(European Producers Club)는 제작사가 IP를 만들거나 공동개발한 경우 제작사가 향후 파생작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이수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프랑스의 경우, 작품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더라도 리메이크 권한 등을 제작사가 가질 수 있게 됐다"면서 "이는 콘텐츠의 전세계적 성공으로 인한 수익을 제작사에 배분함으로써 제작사가 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OTT 시장의 성장 둔화는 위기이면서 동시에 제작사가 IP 확보를 위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라면서 "장기적으로 제작사가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반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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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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