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전남도의회, 영산강 수질개선 나서 … 낙동강 수계 구미-대구공단은 1급수 수준으로 최종방류

300mm 가량의 봄비에 호남지역 식수원에 숨통이 트였다. 광주시의 상수원인 화순 동복호도 저수율 30%를 회복했다. 광주 전남은 영산강 수계지만 생활-공업용수 거의 대부분을 섬진강 수계 보성강에서 공급받는다. 동복댐과 주암댐 물이다.
최근 가뭄 때문에 섬진강 수계 댐들도 저수율이 20% 이하로 떨어지는 등 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김제 만경지역과 영산강 수계로 물을 빼가는 바람에 섬진강 본류도 바짝 말라붙었다. 주암댐이 지난 1년 동안 보성강 본류 하천유지용수로 내려보낸 수량은 '0'이었다. 이런 가운데 광주 전남지역에서 "영산강 본류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가 손을 맞잡았다. '호남의 핏줄' 영산강을 더이상 하수도가 아니라 강으로 되살리자는 것이다.
농업용수(농림부) 생활-공업용수(환경부로 이원화된 물 관련 각종 규제를 일원화해서 물 이용과 하천 관리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살펴본다. 농업 부문은 우리나라 물 사용량의 63%를 차지하지만 실제로는 허용량의 40%도 사용하지 않는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이 덕흥보 임시취수장에서 영산강 수질을 설명하고 있다.


"비가 적게 오는 갈수기에는 광주하수처리장 방류수가 영산강 본류 수량의 70%까지 차지한다. 이 수량은 거의 전량 섬진강 수계 동복댐과 주암댐에서 끌어온 것이다. 이 물을 1급수 수준으로 처리해서 방류해야 영산강이 살아난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의 말이다.

지난달 20일 김 국장과 함께 광주 덕흥보 임시 취수장에서 광주제1하수처리장, 광주천과 영산강이 만나는 지점까지 동행취재를 했다.

덕흥보 취수장은 영산강 본류로 광주시가지 상류에 위치한다. 동복댐 수량이 모자라 하루 3만톤의 상수원수를 이곳에서 취수한다. 그런데 한눈에 보기에도 수질이 좋지 않다. 물빛은 녹조가 피기 직전의 어두운 녹색이고 군데군데 허연 거품이 떠있다.

김 국장은 "정수장에 고도처리시설이 없다면 절대 상수원수로 사용할 수 없는 물"이라며 "이런 물까지 걸러서 먹어야 할 만큼 영산강 수계 물 문제가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덕흥보 바로 아래 어등대교 상류에 환경부 수질측정망이 있다. '광주1 지점'이다.

이 지점의 연평균 BOD 수치는 △2018년 3.1ppm △2019년 3.7ppm △2020년 3.6ppm △2021년 4.1ppm △2022년 5.0ppm을 기록했다. 사실상 3급수 수질을 넘어섰다.

영산강변을 따라 제1하수처리장 수문 아래 방류구로 갔다. 갈대숲을 헤치고 방류구로 가니 생각보다 무척 빠른 속도로 처리수가 흘러나온다. 그런데 물줄기 한가운데 분해되지 않은 계면활성제 성분으로 보이는 허연 거품이 끊임없이 떠내려온다.

광주제1하수처리장은 하루 60만톤의 생활하수를 처리해서 영산강 본류로 방류한다. 제2하수처리장과 효천하수처리장까지 더하면 광주시 하수처리수 방류량이 하루 72만톤이나 된다. 현재 최종 방류수 수질은 BOD 2~3ppm 수준으로 관리한다.

지난달 20일 어렵게 산란지를 찾아 거슬러올라간 광주천이 잉어들의 집단무덤이 된 현장. 며칠 전에 온 비에 하수관로로 생활하수가 넘쳤고 유입된 오염물질을 정화하느라 용존산소가 모두 고갈됐을 것이다. 광주천은 무등산 증심사계곡에서 발원해 광주시내를 거쳐 영산강으로 합류한다. 도심하천으로 많은 시민들이 산책로로 이용한다.

◆광주시 오염부하량이 핵심 문제 = 김 국장은 "광주시는 대부분의 생활용수를 섬진강 수계에 의존하면서 영산강을 강이 아니라 하수도로 만들어왔다"며 "영산강 본류를 살리지 않으면 기후위기 시대에 생활용수 확보에 점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산강 수질은 상류인 담양에서는 1급수를 유지하지만 광주를 지나면서 5~6급수로 급격히 나빠지고, 나주를 지나 무안에서 다시 3급수로 약간 회복되는 특성을 보인다. 광주시의 오염부하량이 크기 때문이다.

환경부 수질측정망 자료에서 2022년 연평균수질을 BOD 기준으로 확인해보았다.

이곳 제1하수처리장 방류수와 광주천이 합수한 '광주2 지점'(극락교)은 6.8ppm을 기록했다. 이 정도면 농업용수는 물론 공업용수로도 못 쓸 수준이다. 그 뒤로는 △나주 6.6ppm △함평 4.1ppm △무안 3.3ppm 등이다. 하류로 갈수록 그나마 조금씩 맑아지는 영산강의 수질 특성을 환경부 수질측정망 수치가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광주 도심 흐르는 광주천 수질 엉망 = 광주천과 영산강이 만나는 합수지점 근처로 가보았다. 강변도로에 차를 세우고 광주천변 자전거도로로 내려갔다.

여기서 충격적인 장면을 확인했다. 영산강 합수부 직전에 있는 작은 콘크리트 다리 아래 팔뚝만한 '잉어' 수십마리가 죽은 채 걸려있고 다리 아래에는 산란기를 맞은 잉어들이 떼지어 헤엄치며 상류로 올라가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어렵게 산란지를 찾아 거슬러올라간 광주천이 잉어들의 집단무덤이 된 현장이었다.

며칠 전에 온 비에 하수관로로 생활하수가 넘쳤고 유입된 오염물질을 정화하느라 용존산소가 모두 고갈됐을 것이다.

광주천은 무등산 증심사계곡에서 발원해 광주시내를 거쳐 영산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이다. 상류는 1급수지만 광주시내를 거치는 동안 수질이 엉망이 된다.

당연히 차집관로가 설치돼 있지만 구도심이라 모두 '합류식'이다. 합류식 하수관로는 비가 10mm만 와도 생활하수가 흘러넘쳐 강으로 바로 유입된다.

장마철에는 큰물에 오염물질이 다 씻겨나가지만 이렇게 기본 수량이 적은 하천에 비가 찔끔찔끔 오면 수질관리를 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광주천이 영산강 본류를 만나기 직전에 있는 '광주천-2 지점' 수질자료를 확인해보았다. BOD 기준으로 △2018년 4.6ppm △2019년 4.5ppm △2020년 4.5ppm △2021년 4.5ppm △2022년 5.5ppm을 기록했다. 광주 사람들은 광주천 수질이 이 정도라는 걸 알고 있을까?

최지현 광주시의원은 7일 "광주천은 광주시민들이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로 많이 이용하는 도심하천으로 수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광주하수처리장 배출수와 광주천 수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영산강 본류를 절대 맑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광주천의 하수관로를 합류식에서 분류식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환경부는 이런 문제의식이 있지만 기재부가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에 더이상 시설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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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 글 사진 남준기 방국진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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