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OTT 플랫폼 … 치솟는 제작비 규모 고려한 지원 사업 개발 필요

최근 방미한 윤석열 대통령은 넷플릭스의 K-콘텐츠 산업에 대한 25억달러(3조3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세계 시장에서 K-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이 높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1994년 문화체육관광부 안에 처음으로 문화산업기획과 영화진흥과 영상음반과 출판진흥과 등 5개 과로 이뤄진 문화산업국이 설치된 점을 고려하면 범국가적으로 콘텐츠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지 30여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세계적 위상을 갖춘 국내 콘텐츠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의 수준이 보다 상향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방송통신기술과 미디어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연구해온 민간 연구단체인 미디어미래연구소와 함께 콘텐츠산업에 합당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와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지난달 24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대표는 K-콘텐츠 산업에 25억달러(3조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5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투자유치는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K-콘텐츠 산업 활성화에 부합하는 결과물로 콘텐츠 산업 관련 일자리 6만8000여개가 새로 생기는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콘텐츠 산업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규모의 넷플릭스 투자 결정은 콘텐츠 제작사들에는 긍정적인 반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들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 영상콘텐츠에 투자를 확대하게 되면 경쟁력 있는 작품들이 넷플릭스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 제작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투자, 부정적 영향도 = 넷플릭스 투자 결정은 콘텐츠 창작자들과 제작사들에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체부는 같은 자료에서 "국내 영상콘텐츠 산업은 뛰어난 제작역량에도 불구하고 투자의 고위험성과 규모의 영세성으로 만성적 자금 부족을 호소해왔다"면서 "이번 넷플릭스의 대규모 투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역량을 보유한 국내 제작사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마중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투자 결정은 넷플릭스와 경쟁해야 하는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플랫폼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각 OTT 플랫폼들은 대체로 제작비 투자를 기반으로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해 자체 OTT 플랫폼을 통해서 유통하며 이를 기반으로 이용자들을 확보한다. 넷플릭스의 투자가 증가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이 증가하고 국내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작품 제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OTT 플랫폼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라는 세계적 규모의 OTT 플랫폼에 비해 규모가 작은 국내 OTT 플랫폼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넷플릭스가 투자한 작품들은 넷플릭스가 지적재산권(IP)를 보유하기 때문에 국내 제작사들이 제작 이후 추가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OTT 플랫폼에 대한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OTT 플랫폼의 경쟁력이 강화되면 국내 OTT 플랫폼들이 국내 제작 작품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IP 역시 국내 OTT 플랫폼과 제작사들이 확보할 수 있다.

변상규 호서대 교수는 "넷플릭스가 국내에 투자를 하면서 제작비가 엄청나게 올라가 우리나라 콘텐츠업계에서 이를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시장에 맡겨두기가 어려운 시장실패 상황"이라면서 "따라서 펀드 조성 강화 등 바람직한 수준의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넷플릭스가 대규모 투자를 하게 되면 국내 제작사들의 대형 작품들이 넷플릭스로 쏠릴 수 있고 다른 플랫폼에서도 시청자 눈높이를 따라가기 위한 제작비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넷플릭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빈약한 국내 OTT 플랫폼이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게 지원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투자를 받는 제작사와 받지 못하는 제작사 간에도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면서 "국내 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OTT 플랫폼, 영업손실 역대 최대 = 국내 OTT 플랫폼 이용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나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2022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OTT 플랫폼 이용률은 72.0%에 이른다. 2020년 66.3%, 2021년 69.5%에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 인덱스 2022년 11월 기준 MAU(1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이용자 수)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1091만명인 데 비해 웨이브는 419만명, 티빙은 430만명, 왓챠는 82만명에 불과하다. 2022년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주요 OTT 플랫폼의 매출액은 모두 전년대비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 OTT 플랫폼 3사의 매출액 합은 5945억원으로 넷플릭스 매출액 7732억원의 76.9% 수준이다.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제작비가 상승하는 상황도 국내 OTT 플랫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내 OTT 보호 및 육성 방안'에 따르면 2010년 인기 드라마였던 '추노'의 경우 편당 제작비가 약 2억원(추정)이었는데 비해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의 경우 편당 제작비가 약 60억원(추정)으로 뛰어올랐다.

국내 OTT들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콘텐츠 제작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영업손실이 늘었다. 2022년 넷플릭스는 14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웨이브는 1213억원, 티빙은 1192억원, 왓챠는 555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OTT 이용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넷플릭스 중심으로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국내 OTT 플랫폼들은 제작비 부족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제작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엉업손실이 급증해 생존의 기로에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OTT 콘텐츠 제작 지원 = 이에 따라 정부도 국내 OTT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특히 문체부는 올해 4100억원 규모의 'K-콘텐츠펀드'를 포함해 역대 최대규모인 7900억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 민간투자가 어려운 콘텐츠산업에 지원한다. 2024년에는 정책금융 규모를 1조원으로 확대한다.

또 문체부는 OTT 관련 주요 사업으로 OTT 전용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OTT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제작사와 국내 OTT 플랫폼 간 IP를 공동 보유하고 국내 OTT 플랫폼에서 1차 방영을 의무화한다. 2021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2022년 총 116억원 지원에서 올해 총 454억원 지원으로 예산 규모가 대폭 늘었다. 또 2022년 1개 작품 당 최대 지원이 14억4000만원이었던 데 비해 올해 1개 작품 당 최대 지원은 30억원으로 제작비가 증가하는 현 업계 상황을 반영했다.

이에 더해 전문가와 콘텐츠업계 등은 국내 OTT 플랫폼들이 보다 필요로 하는 정책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OTT 전용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의 경우 올해 1개 작품 당 30억원까지 제작비 지원이 상향됐지만 제작비 규모가 치솟는 가운데 1개 작품 당 최대 지원이 증액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국내 OTT 플랫폼들은 OTT 플랫폼의 작품 투자비에 대해서도 정책적 지원을 받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K-콘텐츠펀드' 등 정책금융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정책금융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대기업 계열인 국내 OTT 플랫폼들은 펀드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각 펀드의 규모가 작아 해외 진출이 가능한 대형 작품의 경우 충분한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국내 OTT 플랫폼 업계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OTT 관련 투자펀드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한 대규모 콘텐츠의 경우 대규모 제작비가 필수인데 현 펀드들은 규모가 작은 데다 대기업 계열이 활용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텐트폴 작품(흥행을 보장해줄 대규모 작품)의 경우 제작비가 120억~160억이 들기 때문에 50%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상당한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기존 펀드들은 활용하기에 제약이 있어 펀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융발위, 정책컨트롤타워 역할하길 = 나아가 국내 OTT 플랫폼 지원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제정과 정책컨트롤타워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OTT 플랫폼을 지원할 관련법을 제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로 나눠져 있는 OTT 플랫폼 관련 지원들의 일부 중첩에 대한 해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발전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한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융발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융발위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미디어와 콘텐츠 분야 학계 산업계 법조계 등 전문가로 민간위원을, 관계부처 장관을 당연직 위원으로 구성했다. 출범 당시 융발위는 "각 부처에 산재해있는 개별 미디어 콘텐츠산업 정책을 모아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전문가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게 된 것"이라면서 "미디어·콘텐츠산업의 정책지원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 발전전략(가칭)'을 연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콘텐츠산업 연구자는 "국내 OTT를 지원해야 하는데 관련법이 마련되지 않았고 정책컨트롤타워도 명확하지 않았다가 최근 융발위가 출범했다"면서 "융발위가 콘텐츠산업과 국내 OTT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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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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