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제재절차, 2018년부터 대심방식 시행

"수사기관 통보 전, 조사내용 알고 철저히 대비"

"'주가조작과 전쟁' 선포했지만 '현장 조사권'도 없는 금감원" 에서 이어짐

금감원은 2018년 제재심의 절차와 관련해 대심제를 전면 시행했다.

대심제는 제재대상자(법률대리인)가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해 금감원 검사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진술·반론을 하고 제재심의 위원이 양 당사자에게 질의·답변하는 심의방식이다.

주가조작 혐의자 등에 대한 제재를 논의·의결하는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역시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제재대상자의 절차적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주기 위한 조치다.

불공정거래 수사·조사를 맡았던 전직 금융당국 직원은 "대심제 시행으로 금감원의 조사 내용이 상세하게 혐의자들에게 알려지고 수사기관에 사건을 보내기도 전에 증거인멸 등 철저히 대비를 한다"며 "주가조작 등으로 얻은 불법이득이 클수록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대거 방어에 나서기 때문에 혐의 입증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제재절차는 엄격한 입증을 요하는 사법절차가 아닌데도 마치 사법절차처럼 진행되고 있어서 문제"라며 "고발·수사기관 통보가 필요한 사건은 신속하게 넘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한 직원도 "불공정거래사범의 처벌 수위가 약하고 금융당국이 고발·통보한 사건의 불기소율이 50%를 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제재대상자에 대해 조치예정 10일 전에 사전통지를 한다. 조치원인과 근거, 의견 제출 절차 등을 안내한다. 다만 고발이나 수사기관 통보 등에 해당될 경우 이를 생략할 수 있다. 강제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전에 증거인멸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같은 단서조항은 이미 사문화된 지 오래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상 대부분의 사건에 대해 사전통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2018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능화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실효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 장비, 현장조사권 등 조사수단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5년이 지나도록 달라진 것은 없다. 그 사이에 최근 SG발 주가급락 사태로 신종 불공정거래행위가 드러난 것처럼 시장교란 세력의 수법은 더 진화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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