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FD 권고안 통합해 IFRS S1·S2 제정

내년 1월1일부터 적용, 2025년부터 공시

스코프 3·재무제표 동시공시는 1년 유예

국제적으로 통용될 ESG 공시기준을 만드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전 세계 자본시장 지속가능성 첫 번째 공시기준을 확정 발표했다.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의 영향을 공시하기 위한 최초의 '공통된 언어'를 제시한 것이다. ISSB가 발표한 IFRS(국제회계기준) S1(일반 요구사항)과 S2(기후 관련 공시) 적용 시기는 내년 1월부터이며 의무 공시는 2025년부터다. 다만 스코프 3(협력업체 등의 탄소 배출량) 공시와 재무제표 동시 공시는 1년 유예해 2026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ESG 공시 글로벌 기준선 역할 = 26일(현지시간) ISSB는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시장참여자의 의견을 수렴해 세계 각 국에서 통용될 수 있는 ESG 공시기준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기준서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권고안을 완전히 통합해 제정했다. 이 외에도 IFRS재단과 통합된 가치보고재단(VRF),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와 기후정보공개표준위원회(CDSB)가 발표한 기준도 참조했다.

ISSB는 또다른 ESG 정보공개 플랫폼 제공 기관인 'GRI'나 개별적인 공시기준을 제정한 유럽연합(EU)과도 공시기준의 상호운영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 지방정부 등의 기후변화 대응 정보 공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탄소공개프로젝트(CDP)는 현재의 플랫폼을 ISSB의 기후공시 기준에 맞게 조정하기로 했다고 이달 초 밝힌 바 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ISSB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 적용하기 적합한 글로벌 기준선에 해당한다"며 "G20과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 금융안정위원회(FSB), 기업 및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전 세계 광범위한 시장참여자의 의견을 수렴해 기준을 개발했고, 전 세계 140개국에서 사용하는 IFRS 회계기준의 핵심개념을 기반으로 일반목적재무보고 내에서 재무제표와 함께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 의무화 = ISSB 공시기준은 'S1'으로 불리는 '일반적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요구안'과 'S2'로 불리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안'으로 나뉜다. S1은 기업이 단기와 중기, 장기에 걸쳐 직면하는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S2는 기후 관련 공시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스코프1은 ESG 공시를 하는 해당 회사의 직접 배출량, 스코프2는 해당 회사가 사용하는 전기 등 에너지원의 간접배출량, 스코프3은 S2의 간접 배출량을 제외한 그 밖의 간접 배출로 사업장 경계(조직경계) 밖에서 발생하는 모든 배출량을 의미한다. 기업의 협력업체 등 물류 공급망, 사용 및 폐기 등 가치사슬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 탄소 배출량을 말한다. 스코프3 배출은 부품이나 소재의 생산, 조달 과정을 뜻하는 업스트림 활동에 의한 배출, 그리고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유통되는 과정과 소비자가 쓰고 폐기할 때 발생하는 다운스트림 활동을 통한 배출로 나뉜다.

ISSB는 기업에 대한 스코프3 배출량 공시 의무화의 원칙을 견지하지만 일단 공시 의무는 유예하기로 했다. 스코프3 배출량, 특히 다운스트림 배출량은 기업이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기 어려워 공시 내용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ISSB는 기후 공시를 포함한 ESG 공시와 재무제표를 동시에 공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공시 첫해에는 이 또한 유예하기로 했다. 많은 기업들이 과중한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ISSB 기준 도입 지원 = ISSB는 전환이행그룹(TIG)과 역량강화 이니셔티브를 창설해 각국 정부 및 기업과 협력해 ISSB 기준 도입을 지원할 예정이다.

TIG는 새로운 ESG 공시기준 도입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분석하고 논의해 기업이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록 지원할 계획이다. 역량강화 이니셔티브는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본시장 참가자들이 ISSB 기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ISSB는 여기에 더해 앞으로 2년간 'S3', 'S4' 등으로 불릴 추가적인 공시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ISSB는 투자자가 요구하는 정보에 관한 조사를 거쳐 지난 연말 이사회에서 △생물다양성, 생태계와 생태계 서비스 △인적자원 △밸류체인의 인권 문제 등을 추가적인 공시기준 제정 작업의 주제로 정했다. 이와 함께 ESG공시와 재무공시의 통합 문제도 연구 과제로 정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ISSB 기준을 자발적으로 적용하고 싶은 국내 기업을 위해 IFRS S1, S2에 대한 국문 번역본을 발표할 계획이다. 내달 중으로 S1, S2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발표하고 10월에는 전체 내용에 대한 초안을 12월에는 최종 번역본을 공개한다. 한국회계기준원 관계자는 "IFRS S1, S2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련 공시 정보의 신뢰성을 개선해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당국, 3분기에 ESG 공시 로드맵 발표 = 한편 ISSB 기준을 국가 표준으로 선택할지의 여부는 각국 정부가 결정한다. 하지만 국가 표준이 되지 않아도 이 기준이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 기준에 따라 ESG 공시에 나설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국내 기업 상당수가 전 세계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만큼 유럽등 주요 교역 대상국의 공시 도입 시기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ISSB 공시기준을 기반으로 국제적 정합성을 갖추면서 국내 기업에 적합한 ESG 공시기준을 만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도입되는 ESG 공시 단계적 의무화와 관련하여 올해 3분기 내로 ESG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과 공시 기준, 제3자 검증 체계 등을 담은 '국내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ESG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도 구체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2025년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2027년 자산 1조원, 2029년 자산 5000억원, 2030년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ESG 공시 의무화를 확대한다.

코스닥 상장사도 자산 규모가 큰 대형사를 중심으로 ESG 공시 의무화 도입 필요성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ISSB,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발표"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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