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컨트롤타워 역할하며 지원해야 … 당하지 않는 금융투자, 합리적 의사결정
#"나도 피해자다"라는 말은 올해 주식시장 최대 유행어다. 주가조작, 무더기 하한가 폭락 사태, 상품권 사기사건 등에 연루된 이들이 "나도 속았다, 나는 피해자"를 반복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냉랭하다. "진짜 피해자이기만 할까? 동조한 것은 아닐까?" 의심하며 진짜 속았다 하더라도 금융에 무지한 상태로 뛰어든 책임을 져야한다고 냉정하게 말한다.
최근 쏟아진 금융사기 사건들로 인해 '생존 금융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금융을 배우지 않은 채 투자하는 것은 수영을 할 줄 모르면서 바다에 뛰어드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 생존 수영을 배우듯 생존금융의 조기교육 필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금융교육 발전은 금융사고 예방과 직결된다.
◆경금연 '금융과 교실을 잇다' =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경제금융교육연구회 소속 전국 초등학교 교사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7%는 정규수업을 통한 금융 공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이들은 초등학교 교사들의 금융교육 역량을 확보할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금융교육연구회는 회원 3000여명에 달하는 전국 초등학교 교사 경제금융교육 연구모임으로 지난 2015년 대구·경북지역 초등학교 교사모임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대구경북지역모임을 중심으로 서울지역모임, 인천지역모임, 경기지역모임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경제를 배울 수 있도록 체험이나 놀이방식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은 '금융으로 교실을 잇다(금교잇)'이 있다.
금교잇은 학급 단위로 경제활동을 하고 전국의 학급들을 연결해 무역 활동까지 직접 해보는 체험형 경제·금융 교육 프로그램이다. 각 학급은 하나의 '국가'로 자체 화폐를 정하고 학생들은 직업 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는다. 자체 화폐를 통해 거래해서 번 돈으로는 학급 내 온라인 장터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예금이나 세금 납부, 기부도 가능하다. 특히 학생들은 배지·딱지·달고나 등 다양한 상품을 직접 만들고 어린이경제신문이 지원한 '금교잇 플랫폼'을 통해 다른 나라와 무역 활동도 벌인다. 나라별 통화량을 계산해 환율까지 정한다.
◆"교육시간 부족 안타까워" = 다만 이 활동이 정규 교과 과목으로 편성되어 별도의 수업으로 진행되지 못한다는 점이 한계다. 경제금융교육연구회 소속 교사들은 수업시간 중간에 쉬는 시간이 생기거나 아침 조회, 점심시간 등 짧은 시간을 이용해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교사들은 금융교육을 충분히 펼칠 시간이 부족한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가 경금연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교사들은 현재 초등학교 현장에서 금융교육을 진행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으로 "금융교육이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되어 있지 않아 수업의 시수 확보가 어려워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금융교육을 충분히 펼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교사들은 "현재 투자관련 교육은 정규과정에 없다"며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교사의 재량이 강화되거나 금융교육을 의무화해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초등학생을 위한 금융경제교육 교재 부족 △교사 금융역량강화 및 교육내용, 교육범위 표준화 △체험 공간 부족 등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학교에서 외면 받는 금융교육 = 현재 학교에서는 금융교육이 외면 받는 실정이다. 경제나 금융을 전문적으로 가르칠 교사도 거의 없다.
우리나라 초등교육 과정에는 금융 관련 내용이 없고, 중학교 사회과목 12개 대단원 가운데 1개의 중단원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금융과 경제생활'을 신설해 오는 2025년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선택과목으로 교사가 개설하고 학생이 선택해야만 배울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 해외의 경우에는 일찍부터 금융공교육을 의무화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 2018년 기준으로 22개주에서 고등학생에게 졸업 필수과목으로 경제수업을 이수하도록 했다. 17개주에서는 졸업 필수과목으로 개인금융 과목(또는 경제 과목 등에 포함된 개인금융 수업)을 이수하도록 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앞서 2003년 금융교육진흥법 제정 이후 국민의 금융에 대한 이해력 향상을 위해 금융교육위원회를 설립했다. 2019년에 발의된 청소년 금융교육 법안은 공립 중등학교에서 금융교육을 하는 주 또는 지자체에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영국에서도 2014년 이후 중등교육기관의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시켰다. 캐나다도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과 소비생활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교육 반영을 골자로 한 금융교육진흥법이 국회 계류 중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를 금융교육 컨트롤타워로 하고 국가·지자체가 금융교육 지원정책을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교육진흥법안'을 지난 3월 대표 발의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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