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도 없이 투입

수색 14시간만에 발견

27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에서 구조작업에 투입됐다 급류에 휩쓸렸던 해병대 장병이 실종 14시간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20일 경북도소방본부와 해병대 등에 따르면 19일 밤 11시 8분쯤 경북 예천군 내성천 고평대교 하류 400m 우측 지점에서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 A일병을 수색 당국이 발견했다. 최초 실종사고 발생지점에서 5㎞ 정도 하류 지점이다.

A일병은 지난 19일 오전 9시 3분쯤 보문면 미호리 보문교 인근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에 투입됐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북119특수대응단이 운영하는 드론이 야간 수색을 하던 중 붉은색 옷을 입은 A일병을 확인했고 수색 대원들이 그를 인양했다.

A일병은 발견 당시 해병대 상징인 빨간색 반팔 상의에 군복 차림이었다. 수색 당시 구명조끼를 비롯한 아무런 구호안전 장비 없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A일병은 이날 멜빵장화를 착용하고 장병 9명과 옆으로 대열을 이뤄 수색 중이었다.

해병대 1사단측은 "수색투입 장병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았다"며 "소방당국과 협의가 이뤄진 하천에 투입돼 도보수색을 했는데 수심이 깊지 않았고 유속도 느렸으나 지반이 갑자기 꺼질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경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A일병은 이날 낮 12시 10분쯤 고평교 인근에서 육안으로 발견됐다가 급류에 다시 떠내려 간 것으로 전해졌다.

A일병의 부모는 수색현장에서 "어제까지 비가 많이 와서 물살이 센데 왜 아들에게 구명조끼도 입히지 않고 투입했냐"며 "안전의 기본도 안 지키나, 이건 살인이다"라며 해병대 관계자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부모는 "중대장님이 구명조끼만 입혔어도 살았을 텐데, 외동아들이고 장손이라서 그렇게 가지 말라고 해도 해병대에 가고 싶어 해서 갔는데… 아이고 아이고"라며 통곡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한편 경북도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0일 오전 9시 현재 경북도내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피해는 사망 24명, 실종 3명, 부상 17명으로 집계됐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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