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충북지사·청주시장 고발

참사 5일 지나서야 희생자 합동분향소

늑장보고·부실대응 "중대재해법 위반"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 책임을 물어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번 참사가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이들이 절적한 예방과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아 생긴 인재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늑장보고와 부실 대응, 책임 떠넘기기 등을 문제 삼았다.

지역 시민단체들과 희생자 유족들은 19일 김 지사와 이 시장, 그리고 미호강 임시제방을 담당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이상래 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등의 설계·제조·설치·관리 결함이 원인인 재해를 의미한다. 시민단체와 유족들은 지자체장들에게 공중이용시설인 지하차도 관리 책임을, 행복청장에게 제방 관리 책임을 각각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명백한 인재"라며 "책임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관련 기관들의 책임 떠넘기기 행태도 강하게 비판했다. 사고 발생 5일이 지나도록 어느 기관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청주시는 도로 통제권한이 도청에 있다고 하고, 도는 매뉴얼상 통제 기준이 아니었다고 하며, 행복청은 제방엔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서 "어느 한곳도 책임지려 하지 않아 시민들이 이들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18일엔 18개 단체로 구성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도 성명을 내 "참사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기관들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유족들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시민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해 정부와 지자체 책임을 따져 물었다. 이경구 유족 대표는 "정상적인 나라에서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합동분향소 설치도 사고 발생 5일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충북도 등이 설치를 미적거리다 여론에 밀려 20일 오전 설치했다. 시민사회와 유족들이 이번 사고를 '행정 참사'로 규정하고 도지사·시장 등을 고발하자 뒤늦게 행동에 나선 것이다. 분향소 설치 장소도 당초에는 오송 등 외곽에 설치하려다 유족들이 반대하자 도청으로 변경했다. 충북도는 분향소를 이날부터 26일까지 설치해 운영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조문을 받을 계획이다. 도는 또 청주시와 함께 희생자 유족마다 담당 직원을 붙여 장례 절차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이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상황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내일신문 취재결과 김 지사는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9시 44분쯤 비서실장을 통해 참사 관련 첫 보고를 받았다. 사고가 발생하고 1시간이 지난 뒤였다. 김 지사는 사고 소식을 듣고도 바로 현장으로 가지 않고 물이 넘쳐 주민대피령이 내려진 괴산댐 현장으로 향했다. 이후에도 미호강 농경지 침수 현장을 둘러본 뒤 오후 1시 20분쯤에야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이 시장이 사고 관련 보고를 받은 시간도 김 지사와 비슷한 9시 40분쯤이다. 이 시장 역시 보고 당시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를 받은 이후에도 김 지사처럼 모충동 등 다른 침수지역을 먼저 둘러봤다. 이 시장은 오후 1시 50분쯤 인명피해 보고를 받았고, 오후 2시 4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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