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마을기업 '수상한 협동조합'

문화예술 매개로 동네와 주민 연결

"와~ 더 좋아졌는데. 한층 깔끔해진 것 같아요." "이제는 마을기업이라서요. 내부에도 투자할 여력이 생겼습니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이 수상한 창고를 방문, 김명환 이사장 도움으로 드럼 연주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 금천구 제공


서울 금천구 시흥5동의 한 지하공간. 골목 건너편에 시흥5동주민센터와 시흥행궁전시관이 있고 큰 길을 건너면 지역 대표격인 은행나무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나름 금천구 중심인데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물에 잠긴 채 방치됐던 피시(PC)방이었다. 지금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각종 악기와 조명시설을 갖춘 무대부터 눈에 들어온다. 무대를 바라보는 자리에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고 작은 서가와 차·음료를 비치한 선반 사이로 이국적인 향이 떠돈다. 독립음악을 하는 청년예술인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수상한 창고'다.

21일 금천구에 따르면 수상한 창고는 지난해 마을기업으로 지정된 '수상한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이자 예술인들을 비롯한 청년과 주민들이 모이는 거점공간이다. '외로운 청년층'이 문화 예술을 매개로 만나기 시작했고 지역 고민까지 함께하면서 커가는 중이다. 김명환 수상한 협동조합 이사장은 "가산디지털단지 직장인들을 겨냥한 저렴한 주거공간이 많아지면서 청년들이 금천으로 몰리고 있다"며 "누구나 와서 문화를 배우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수상한'은 '수천개 상상이 가득한'을 뜻한다. 창고는 곧 청년과 주민들의 다양한 상상이 현실화되는 공간인 셈이다. 버려지다시피 했던 공간을 동네 사랑방으로 탈바꿈시킨 전력이 있다. 기획·운영자 정보희씨는 "전에 피시방으로 쓰던 곳인데 7년간 물에 잠겨있었다고 한다"며 "당시 촬영한 영상을 보면 도롱뇽도 나온다"고 웃었다.

창고의 여러 시도에서는 청년들의 재기발랄함을 엿볼 수 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 온·오프라인 공연을 선보이는 '수상한 스테이지'를 비롯해 연극작품을 함께 연습하고 그 등장인물이 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면을 선보이는 '액션가면', 매주 곡을 함께 배우고 분기별 공연을 하는 기타동아리 '쫌 치는 사람들' 등이다. '딱히 책 읽을 생각은 없다'는 독서모임 '불독(不讀)들'까지. 함께하기 싫은 이들은 그냥 '작업'을 하면 된다. 음료 도서 보드게임 와이파이 충전 등을 포함해 종일 3000원이면 가능하다.

동네 골목을 사진에 담은 송경용 작가나 학원과 함께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장원식 대표 등이 따로 또 같이 금천을 즐기는 방법이다.

올해는 또다른 수상한 시도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23 연결사회 지역거점 프로그램 개발·운영' 사업에 창고가 최종 선정됐다. 지역 문화예술 자원을 연결해 1인가구 청년을 비롯한 주민들이 느끼는 사회적 외로움을 완화시킬 계획이다. 장원식 대표는 "학교밖 청소년인 제자가 창고에서 드럼을 배우면서 달라진 모습을 확인했다"며 "다양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금천구에서도 자치행정과 가족정책과 일자리청년과 등 부서와 가족센터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등 공공기관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 독산동 '청춘삘딩'과 곧 들어설 청년창업자 입주공간 '청년꿈터'가 더해지면 보다 다각적인 지원도 가능해진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청년축제기획단 청년정책홍보단 등 청년들이 결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며 "11월에 열리는 청년축제 외에도 퇴근길 밴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해 청년들이 금천에서 재미있게 살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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