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독일의 안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근 독일 고급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이 보도한 기사가 파장을 낳고 있다. 차기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점치는 여론조사가 적지 않은데다, 외교부장관을 지낸 지그마 가브리엘 전 사민당(SPD) 대표가 이슈를 제기한 무게 때문이다.
독일계 트럼프의 미 대선 당선에 독일은 왜 신경을 곤두세울까? 트럼프 재임 때 독일·유럽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당시 트럼프는 "유럽은 자신이 안보를 책임지고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또 공공연하게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나아가 러시아 푸틴과 특수 관계를 자랑하기도 했다.
푸틴이 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면서 미국·유럽언론들은 '악의 축' 부활을 지적한다. 9.11테러 이후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 이란 이라크를 묶어 테러를 지원하는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최근 이란이 푸틴에 드론을 제공하고 러시아 드론공장 건설 장비까지 지원해 우크라이나에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까지 희생되는 참사를 낳았다. 게다가 푸틴과 김정은의 회담으로 '북한은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는 북한에 핵 및 우주첨단기술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북한 ICBM 기술이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고 신경을 쓴다.
최고 금기어인 '핵무장'까지 공개 이슈화
유럽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아메리칸 퍼스트'의 기원인 '먼로주의', 즉 미국 중심주의로 회귀한다고 보고 있다. 세계경찰 역할을 포기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나아가 푸틴이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승리하면 동유럽을 침공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도미노현상으로 중국 시진핑이 대만 침공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독일은 트럼프 당선 이후 어떻게 자국의 안보를 지키려고 하는가? 가브리엘 전 외교부장관을 크게 3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트럼프가 미군을 NATO에서 철수시키면 프랑스 핵우산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유럽 대륙에서 유일하게 프랑스는 핵전략무기를 갖추고 있다. 둘째, 제2 시대전환으로 국방비를 대폭 증대해 자국의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더 많이 지원할 뿐만 아니라 동구권, 특히 폴란드에 군사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것이다. 이미 '바이마르 트라이앵글', 즉 독일 바이마르에서 프랑스·독일·폴란드는 특별한 동맹관계를 맺었다. 지속성장 가능한 미래와 시민사회보호·과학발전을 함께 도모하기 위해서다.
최근 독일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부장관은 "미국 의회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측근을 미 대사에 임명했다. 미국은 3권분립으로 의회가 파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확실·불안정시대에 세계대전의 패전국 독일에서는 처음으로 최고 터부(금기어)인 '핵무장'이 공개적으로 이슈화됐다. 핵무기는 원래 전술무기가 아니가 전략무기다. 핵을 갖고 있으면 위협할 수 있고, 침략을 막을 수 있다. 이스라엘이 핵을 보유하면서 그렇게 주장한다.
FAZ는 '독일은 핵무기를 사랑해야 하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독일 군사전문가 칼 하인츠 캄프가 주장한 책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국가안보를 위해 '핵 아이큐'(IQ)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은 1980년대 평화운동으로 핵의 중요성을 인식할 능력이 사라졌기 때문에 푸틴 침공의 전쟁 상황에서 핵에 대한 재이해·재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세계현실, 즉 미국에 맞짱뜨는 중국이 핵무기 강국으로 부상했고 북한 이란 등 불장난을 할 수 있는 국가들까지 핵무장했기 때문에 독일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평화니 군축이니 등은 '한가한 헛소리'라고 비판한다. 또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당선되면 우리 안보는 어떻게 되나
김정은과 3차례 만나면서 미군철수까지 주장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한반도 정세 및 대한민국 안보는 어디로 갈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미일 동맹은 어떻게 될 것인가? 대한민국 역시 핵무장해야 하는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기원해야 하는가?
김택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