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대 구속영장 충돌 … 윤 대통령 당선 이후 1년 반 동안 '극한대치'

윤 대통령 지지도 31%·부정평가 60% … 1년 넘도록 20∼30%대 갇혀

여야 지지율 '도토리 키재기' … 차기경쟁, "지지주자 없다" 절반 달해

윤석열정부 들어 여야가 끝없는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제1야당 대표가 단식을 하다가 병원에 실려갔지만 여당은 "빠른 쾌유를 빈다"는 원론적 반응 뿐이고,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례없는 극한대치다.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 제78차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이 18일 서울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국민의힘 김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대치정국이 1년을 넘기면서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싸늘해지는 분위기다. 대통령, 여야, 차기대선주자 누구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따뜻함을 찾기 어렵다. 불신이 팽배하다.

18일 여야는 1년 넘도록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이뤄지자, 민주당은 '의석수 우위'를 앞세워 윤석열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와의 회담은 여지껏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례없는 장기대치다.

결국 이 대표가 단식 19일째인 18일 병원에 실려갔다.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했다. 여권은 여전히 타협할 기미가 없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며 "부디 건강을 회복한 뒤 이 대표가 제1야당의 대표 자리로 돌아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회담을 비롯 민생을 챙기는 데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에 대해 200억원대 배임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여야의 전례없는 장기대치에 민심도 식어가는 모습이다. 대통령과 여야, 차기대선주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치권을 향한 민심의 '불신'이 강하게 느껴진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31%(한국갤럽, 12∼14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머물렀다. 부정평가는 두 배 가까운 60%에 달했다. 윤 대통령 지지도는 취임초 잠시 40∼50%대를 기록한 이후 1년 넘도록 20∼30%대에 갇혀있다. 임기초 대통령 지지도가 장기간 20∼30%대에 갇힌 건 이례적인 일이다. 20∼30%대 대통령 지지도는 효과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운 수준으로 꼽힌다.

여야 지지율도 이례적이다. 여당 국민의힘은 임기초 잠시 40%대를 기록한 이후 1년 넘도록 30%대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고 제1야당 민주당이 선전하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도 30%대에 갇혀있다. 여야가 30%대에서 1년 넘도록 '도토리 키재기' 하는 모습이다. 여야 모두 30%대 지지율에 갇힌 건 여야 지지층만 결집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야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1/3에 달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방관하는 모습이다.

대통령과 여야에 대한 불신만 커진 게 아니다. '미래권력'인 차기대선주자에 대한 시선도 싸늘하다.

차기주자 선호도 조사(한국갤럽 5∼7일)에서 이재명 19%, 한동훈 12%, 이낙연·홍준표 3%, 오세훈·원희룡·안철수·김동연 2%, 유승민·이준석·이탄희 1%로 나타났다. 20%를 넘는 차기주자가 한 명도 없는 것. '지지하는 차기주자가 없다' '모른다'는 응답이 48%에 달했다. 차기주자에 대한 기대조차 식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차기주자에 대한 호감도를 물은 조사에서도 민심의 '불신'이 감지된다. 호감도 조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35%를 기록했고 한동훈(33%) 홍준표(30%) 김동연(29%) 이재명(29%) 원희룡(25%) 이낙연(23%) 안철수(20%)로 나타났다. 호감도가 과반은커녕 40%를 넘는 차기주자도 없는 셈이다. 여야 강경지지층을 제외하곤 여야 차기주자들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권 인사는 18일 "여야간 정쟁이 장기화되니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의 불신이 최고조에 이른 건 당연한 수순 아니겠냐"며 "여야 모두 지지층만 의식하는 정치를 그만두고 정치를 되살릴 고민을 해야한다. 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불신이 더 커지면 여야 모두 공멸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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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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