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방식 지자체 조례로 정해

50여종 기존특구와 차별 관건

기회발전·교육자유·도심융합·문화 등 지방시대 4대 특구가 기존 50개가 넘는 경제특구들과 다른 점은 지방정부 중심의 운영 방식이다. 중앙정부가 시행령으로 규정해 놓은 틀에 맞춰 지자체를 줄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지자체가 설계하고 운영방식을 결정하면 중앙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얘기다. 이른바 '분권형 특구'다.

17일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기회발전·교육자유·도심융합·문화 4대 특구 정책을 발표하며 내세운 첫번째 전제가 '분권형 특구 운영'이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은 "중앙정부에서 시행령 중심으로 특구를 운영하면 (과거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4대 특구는 법률과 함께 조례를 가지고 추진하고 운영하겠다는 것이 기존 특구와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특구 지정에 관한 법률적 근거는 법에 담되 이를 운영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대부분 지자체 조례에 위임하겠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시행령에 이런 내용을 담아 운영했는데, 지자체 특성을 살리기보다는 천편일률적 사업을 초래했다. 또한 기업유치를 위한 규제개선 방식도 지방정부가 직접 유치하려는 기업에 필요한 특례방안을 기획하고 설계하면 중앙정부는 이를 일괄 개선해 주는 방식을 도입한다. 우 위원장은 "이번에 발표한 4대 특구의 핵심은 지방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 주도로 특구계획을 설계·조성하고 이를 능동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데 있다"며 "예를 들어 지방정부가 특구의 유치산업·업종, 입지, 개수 등을 자율적으로 선정하고, 기업유치에 필요한 지원사업도 직접 구성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특구를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00여개가 넘는 특구에 다시 40~50개를 더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인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2020년 4월 기준 경제 특구는 748개다. 무려 12개 부처가 특구를 무분별하게 운영하고 있다. 시·군·구마다 평균 3~4개의 특구가 지정돼 있다. 동일 지역이 3~4개 특구로 중복 지정된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 관련 법을 새로 만들어놓고 실제로는 특구를 지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윤석열정부도 인수위 시절 이 같은 상황을 확인했지만 정부 출범 1년 6개월이 되도록 기존 특구 정비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다.

새로 발표한 4대 특구는 지방시대위원회를 심의를 거쳐 지정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각각의 특구를 개별 부처가 주도해 추진한다. 기회발전특구는 산업자원부, 교육자유특구는 교육부가 주무 부처다. 도심융합특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특구는 문화체육관광부다. 결국 주무 부처가 주도해 특구를 운영하고 관련 부처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소멸 대책으로 내놓은 게 결국 특구를 지정해 개발하는 방식"이라며 "기존 특구를 실패했던 정부부처들이 이번에도 특구를 주도할 텐데 크게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지방시대 4대 특구가 기존 특구와 차별성을 가지려면 명확히 분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모든 권한을 중앙이 움켜쥐고 말로만 지방을 외치던 과거 전철을 절대 밟지 않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이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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