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보유국으로 남겨둬선 안 돼" … "중국은 경쟁자 아닌 적" 강력 견제
미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차기 보수 정부의 국정과제 성격으로 내놓은 '프로젝트 2025'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의 방위부담 확대를 제언했다.
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남겨둬선 안된다고 충고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경쟁자가 아닌 적이라고 규정했다. 한층 강경해진 목소리는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 집권시 정책으로 반영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7일(현지시간) 헤리티지재단이 차기 보수 정부의 국정과제 성격으로 내놓은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는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등 30개 정부 부처·기관별 정책 제언이 담겼다.
한국 관련 내용중 눈에 띄는 대목은 핵을 제외한 북한의 재래식 위협에 대해서는 "한국이 방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에 대응할 때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재래식 방어에서 반드시 훨씬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중국 대처뿐만 아니라 러시아, 이란, 북한 위협의 대처에도 자신들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비용 분담'(burden-sharing)을 미국 국방 전략의 핵심부로 삼아야 한다"며 "미국은 동맹국들을 단순히 돕는 데 그치지 말고 강력하게 독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이 중국에 집중하면서 다른 지역까지 전부 커버할 수 없으니 미국에 의존해온 아시아와 유럽 등의 동맹이 자국 방어를 더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다.
또 북핵 위협과 관련해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을 위협할 역량을 가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남도록 둬서는 안 된다"며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해온 핵보유국 지위 인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한 동맹이며 군사, 경제, 외교, 기술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한층 강경해진 태도를 분명히 했다. 중국을 미국의 안보, 자유, 번영에 대한 가장 중대한 위험이자 '전체주의 적'(totalitari an enemy)으로 규정하고 더 강력히 견제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미국의 전체주의 적이지 전략적 파트너나 공정한 경쟁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방정책 제언의 집필자인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대행은 "중국은 국력의 범주 전반에 걸쳐 미국의 이익에 도전"이라며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특별히 강렬하고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이 대만이나 미국의 동맹인 필리핀, 한국, 일본 등을 속국으로 삼으면 중국의 아시아 패권을 막으려는 미국 주도 연합이 와해 될 수 있다며 차기 보수 대통령이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보당국이 대중국 첩보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이 기밀을 공유하는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국가들 외에 다른 유사 입장국과 동맹을 구축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경제 관계는 다시 생각할 게 아니라 끝내야 한다"며 디커플링(분리)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았다.
중국과 경쟁하되 가능한 분야는 협력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중국공산당 선전 도구라는 비판을 받아온 공자학원과 틱톡을 금지하고, 중국공산당 자금을 받는 미국 대학의 인증을 취소하라는 내용도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시아에서 일본, 호주, 한국, 인도 등과 함께 개도국 지원을 공조하라는 제언도 포함됐다.
또 국무부가 미국, 인도, 일본, 호주 4개국의 협의체 쿼드(Quad)에 다른 역내 세력도 공통 관심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쿼드 플러스'를 장려하라고 제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헤리티지재단이 920쪽이나 되는 이 보고서 내용을 공화당 대선 주자들에게 설명했다고 보도했고, AP통신은 프로젝트 2025의 많은 제안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헤리티지 연합을 통해 미완의 백악관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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