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위기속 생존위해 통합에 더욱 집중 … 한국, 중간재에서 소비재 수출 증가 대비 필요

아세안은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할 때, 아세안경제공동체청사진 2025를 발표했고, 이어서 2017년 ‘아세안경제공동체(AEC) 2025 통합전략행동계획(CSAP)’을 발표했다. 이 행동계획은 AEC 청사진 2025의 추진 단계별 우선순위를 설정해 둠으로써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을 얻는 데도 유리할 뿐 아니라 달성 정도를 체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아세안 역내 상품 교역을 촉진하고자 했다. 무역을 방해하는 국경 간(border) 또는 국경 내(behind the border) 규제 장벽을 줄이거나 제거하여 역내 상품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경제통합 지향했으나, 오히려 더 멀어져

= 그러나 낮은 법적 구속력과 회원국 간의 개발 격차, 높은 대외의존도, 그리고 아세안 회원국의 역량 부족 등이 경제공동체 추진의 구조적 장애물로 작동했다. 또한 2015년에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하고 ‘단일시장 및 단일생산 기반 구축’을 지향했지만, 2010년대 중후반에 무역기술장벽(TBT) 3건,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SPS) 1건의 아세안 회원국 간 특정무역현안(STC)이 나타났다는 점은 아세안의 경제통합 노력에도 회원국 간에 관련 규제의 조화에 대한 이견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왜냐하면 특정무역현안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지된 기술규제가 교역 상대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될 때 회원국이 WTO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논의하는 것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아세안 회원국 간 규제거리는 오히려 더 멀어졌다.(표1 참고) 2015년 아세안경제공동체를 출범하고 경제통합을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자국의 이익이 아세안 전체의 이익에 앞섰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세안 10개국은 서로 다른 다양한 사회적·문화적·역사적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경제발전 방식 및 정치체제도 다르다. 그렇다 보니 아세안 회원국 간에 특정 규제를 조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아세안 10개국도 인식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9월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부부와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팬데믹 장기화 등 위기가 경제통합 촉진

= 게다가 2010년대 중후반 미·중 패권 경쟁의 가열과 2019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아세안 회원국이 생존을 위해 보호주의를 강조하면서, 역내 상품 시장의 비관세장벽 완화나 규제조화가 더욱 더디게 진행되었다. 즉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수출 통제를 비롯한 다양한 비관세조치를 시행하면서 아세안 회원국의 비관세조치는 더욱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이러한 추세는 2020년부터 아세안 역내에서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아세안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촉발된 특정 품목을 중심으로 발생한 역내 공급망의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아세안 경제협력 및 공급망 연계성 강화를 위한 하노이 행동계획’에 대한 양해각서를 2020년 6월에 발표하고 역내에서 필수재의 원활한 이동을 보장했다.

양해각서는 ‘HS(품목분류코드)’ 8단위 수준의 필수재 351개의 관세 품목이 포함되어 있으며, 주로 농산물, 식품, 백신 제조 및 유통과 관련된 제품으로 구성된다. 원래는 2022년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유효기간을 2024년 11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아세안이 자체적으로 상품의 원활한 이동을 보장하는 양해각서를 연장했다는 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의 장기화와 글로벌 복합위기가 오히려 경제통합을 촉진하고 규제를 조화하는 동기로 작동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보다 아세안에 가까운 일본 상품

= 더하여 아세안 회원국들은 일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글로벌 복합위기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아세안 포괄적 회복프레임워크(ACRF)’ 하에서 회복을 위해 2020년 11월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위기 극복 전략으로 아세안 역내 시장의 잠재력 극대화와 경제통합 확대를 들었다는 점에서 위기가 경제통합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아세안은 팬데믹 위기와 글로벌 복합위기를 겪으면서 아세안의 통합이 위기 극복에 필수적임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역내 경제통합을 위해 비관세조치의 조화를 위해 향후 더욱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비록 작년 11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만나 ‘관리가능한 패권 경쟁’을 이야기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진영화는 지속될 전망이고, 아세안은 생존을 위해 더욱 통합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향후 아세안 역내의 무역기술장벽(TBT)과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SPS)의 조화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아세안 회원국 간 규제거리를 살펴보면, 아세안의 SPS와 TBT는 한국보다는 일본과 가깝다.

이는 일본 상품의 대아세안 수출 접근성이 한국 상품보다 우월하다는 의미로 해석되므로, 아세안 역내에서 한국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아세안과 한국 간 규제 조화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오랜 기간 아세안 원조로 영향미친 일본 = TBT(무역기술장벽) 규제거리를 예로 살펴보자. 일본이 베트남, 캄보디아보다도 여타 아세안 회원국들과의 규제거리가 가깝다.(그림1 참고) 이는 일본이 아세안 회원국에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면서 무역과 투자와 관련한 규제에 오랜 기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3년 일본 정부는 해외 에너지 인프라·시스템 수출 확대 전략을 추진하였는데, 이를 통해 일본의 에너지 인프라·시스템 지원을 받는 국가는 일본과 유사한 TBT 규제를 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도 일본은 아세안과 환경과 안전표준과 관련한 새로운 분야에서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이 요구된다.

사실 저기술 산업에 대해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에서 TBT 규제가 문제가 될 확률은 낮다. 그러나 고기술 집약 산업에서 우리 수출기업들이 TBT 관련 어려움을 겪을 확률은 장기적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기술 산업 부문에서는 오랜 교역을 통해 한국과 아세안이 규제를 조화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고기술 집약 산업의 경우 아직 아세안 지역에 관련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규제거리가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보았듯이 일본은 이미 에너지나 시스템 지원, 환경 등 미래 산업에서의 규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었다. 아세안 지역의 경제와 산업이 성장할수록 관련 기술조치를 신규로 도입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일본이 과거처럼 먼저 관련 제도를 이식한다면 한-아세안 간 교역이 어려워 질 수 있다.

◆대아세안 수출품 중간재 80%, 소비재 5% = 선제적으로 한국의 제도를 이식하거나, 또는 양 지역 간 협력을 통해 관련 기술조치에 대한 조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예를 들어 지식공유사업(KSP)을 통해 한국의 개발 경험을 전수할 때 우리 제도를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부상하는 산업 분야와 관련한 아세안의 제도적 연계성 개선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해야 한다.

협력 사업을 위한 재원은 한-아세안 협력기금의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 한-아세안 협력기금을 2022년 1600만 달러에서 2027년까지 3200만 달러로 증액하기로 했으므로 재원은 충분하다. 아세안 사무국 및 아세안 회원국의 비관세조치 관련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아세안 역내 무역 자유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한국과 아세안 간의 교역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아세안 협력기금의 경우 현재 문화, 교육, 지역 협력, 연계성, 재난 부문에 대해 대부분의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반면에 아세안 상품자유무역협정의 추진을 위해서는 거의 집행되지 않았으므로 기금 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협력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현재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 품목은 80% 이상이 중간재이고, 소비재 비중은 5%대를 유지하고 있다(표2 참고). 따라서 아세안 소비자와 직접적인 접점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아세안 10개국의 소득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도 대아세안 수출 상품의 다각화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대세계 소비재 수출 비중은 평균적으로 12% 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세안의 소득이 증가하면 그에 따라 소비재 수출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활한 소비재 수출 증대를 위해서도 한국과 아세안 간 규제 조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 품목은 80% 이상이 중간재이고, 소비재 비중은 5%대를 유지하고 있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2센터장

따라서 아세안 소비자와 직접적인 접점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아세안 10개국의 소득이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도 대아세안 수출 상품의 다각화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대세계 소비재 수출 비중은 평균적으로 12% 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세안의 소득이 증가하면 그에 따라 소비재 수출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활한 소비재 수출 증대를 위해서도 한국과 아세안 간 규제 조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