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심판 바람에 인물론 묻혀
‘지역사람’ 호소 먹힐지 관심
“후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민주당을 지지합니다.” 2일 인천 부평구 삼산동 7호선 굴포천역 인근 식당가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박 모씨는 정권심판론을 말했다. 함께 있던 박씨 동료 3명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반면 굴포천역 안에서 만난 60대 부부는 인물론을 꺼내들었다. 이들은 “민주당 후보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며 반감을 보였다. 홍영표 후보와 이현웅 후보는 지역사람이지만 박선원 후보는 외지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홍 후보와 이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이 후보는 쇼핑몰 유치나 7호선 급행열차 같은 지역 맞춤 공약이 와 닿고, 홍 후보는 지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인천 부평을은 민주당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홍영표 새로운미래 후보의 득표력이 관심인 지역구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했으나 구본철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무효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로 내리 4선을 했다. 지역 최대 사업장인 한국지엠(전 대우자동차) 노동자 대표 출신이기도 하다.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지내면서 얻은 인지도가 경쟁력이다. 이 때문에 거대 양당인 민주당·국민의힘 후보와 함께 삼분지계를 이룰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다른 두 후보의 이력도 이를 뒷받침했다.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이현웅 후보는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이곳에서 제3당인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해 24.95%를 득표한 전력이 있다. 당시 당선된 홍영표 후보는 43.77%를 얻었고, 2위인 강창규 새누리당 후보는 31.27%를 득표했다. 이 후보가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것도 제3지대 중도층에 대한 확장 가능성 때문이다.
반면 박선원 민주당 후보는 연고가 없다는 게 약점이다. 실제 박 후보는 부평을 공천이 확정되기 직전까지도 인천 서구 출마를 고려하고 있었다. 박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지역을 잘 모른다”고 인정할 정도다. 다만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 일한 경력 덕분에 민주당 정통성은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삼분지계 예측은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크게 빗나간 듯 하다. 무엇보다 정권심판론 앞에 후보경쟁력이 묻힌 모양새다. 최근 몇 차례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달 30~31일 실시된 여론조사(데일리안 의뢰, 여론조사공정 실시, 유무선 혼용) 결과 박 후보는 45.4%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홍 후보 지지율은 11.8%였다. 2위인 이 후보가 35.2%의 지지율로 선전하고 있지만 1위와의 격차는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져 있다.
앞서 ‘여론조사꽃’이 실시한 조사(3월 25~26일, 무선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에서는 박 후보가 42.3%, 이 후보가 22.1%, 홍 후보가 9%의 지지를 얻었다. 텔레그래프코리아·리얼미터 조사(3월 25~26일, 유무선 혼용)에서는 각각 박 후보 46.3%, 이 후보 30.4%, 홍 후보 11.2%였다.
승패가 굳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막판 변수가 남아있다. 하나는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2·3위간 지지율 이동이고, 다른 하나는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표심이다. 실제 이 후보는 “민주당 200석은 막아달라”는 호소를 시작했다. 민주당에 반기를 든 홍 후보 지지층을 겨냥한 전략이다. 반면 홍 후보는 20년을 쌓아온 바닥민심에 마지막 기대를 품고 있다. 숨은 지지층을 어떻게 투표장으로 이끄느냐에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홍영표 후보 캠프 관계자는 “바닥 민심은 여론조사 결과와는 사뭇 다르다”며 “적극 지지층이 투표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 결과 등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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