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단체 반발로 하세월

6개월째 “고민 중” 되풀이

전남도가 추진하는 ‘도민인권헌장’ 제정이 장기간 미뤄지고 있다. 전남도는 당초 지난해 도민의 날 기념식에 맞춰 인권 보호와 차별금지 등을 담은 헌장을 선포할 예정이었다.

30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5일 도민의 날 기념식에 맞춰 선포할 예정이었던 전남 도민인권헌장 제정이 일부 단체 반발로 아무런 진척 없이 방치돼 있다.

앞서 전남도는 지난해 초 도민이 누려야 할 인권적 가치와 규범, 사회적 약자 등을 보호하는 도민인권헌장 제정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인권 전문가와 분야별 대표 50명이 참여한 인권헌장 제정위원회와 초안 작성위원회를 각각 만들었다.

당시 공개된 초안은 전문을 비롯해 전남도민 권리와 의무 등 22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또 인권헌장 이행방안으로 인권증진 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 인권전담부서 설치, 인권실태조사 실시 및 공포, 정부 및 인권단체와 협력해 다양한 사업 추진 등을 추가했다.

특히 순천 등 전남 22개 시·군에 인권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요청해 11개 시·군이 참여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후속 조치로 지난해 9월부터 인권헌장 제정에 필요한 공청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단체들이 동성애를 옹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자 제정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당시 학부모들이 참여한 전남바른교육연합은 인권헌장 초안 2조(차별금지원칙)에 수록된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등이 어떤 이유로도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이 동성애와 성전환을 옹호한다며 공청회 개최를 원천 봉쇄했다.

뜻하지 않는 반발에 부딪힌 전남도는 일부 내용 수정과 선포 시기를 늦춰 반대 단체를 설득하겠다고 밝혔지만 6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민선 8기 김영록 전남지사 공약사업으로 추진됐던 도민인권헌장 제정이 기약 없이 지연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만 되풀이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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