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 사령관 출석 통보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두 차례 조사한 데 이어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김 사령관에게 피의자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출석 일정 등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김 사령관을 포함한 많은 사건관계인들과 출석 문제를 조율 협의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김 사령관에 대한 소환조사는 이르면 이번 주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사령관은 채 상병 순직 경위를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하자 이를 보류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박 전 단장은 군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사령관은 이를 부인했었다. 다만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의 항명 혐의를 심리하는 군사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장관 지시가 없었다면 (채 상병 사건 수사 자료를) 정상 이첩했을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김 사령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수사 자료를 회수하는 데에도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이 유 법무관리관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자료를 회수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김 사령관을 상대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자료 이첩 보류 및 회수 경위와 대통령실의 관여 여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 26일에 이어 29일 유 법무관리관을 다시 소환해 12시간 넘게 조사했다. 유 법무관리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건 수사 자료를 경찰에 이첩하려하자 박 전 단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빼라’며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수사 자료를 압수수색영장 없이 위법하게 회수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국방부는 그동안 유 법무관리관이 부당하게 수사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고, 수사 자료는 박 전 단장이 이첩보류 명령을 어긴 ‘항명 사건’에 대한 증거자료로 적법하게 회수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유 법무관리관이 수사 자료 회수 당일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통령실 관여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와 관련 유 법무관리관은 공수처 조사에서 이 비서관과의 통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통화 내용이 기억 나지 않는다, 이 비서관에게 물어보라”라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으나 공수처는 이같은 진술이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공수처는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에게도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그는 경찰로부터 회수해온 수사 자료를 재검토해 당초 8명이던 혐의자를 2명으로 줄여 최종 결과를 내놓은 조사본부의 당시 책임자다.

공수처는 유 법무관리관에 이어 박 전 직무대리와 김 사령관을 조사한 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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