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급 39명 인사, 중앙지검장에 이창수 … 이원석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

취재진 만난 이원석 검찰총장 이원석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날 법무부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을 전격 교체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실무를 지휘하는 1~4차장검사를 전원 물갈이했고, 이원석 검찰총장의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거 교체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법무부가 대대적인 검찰 고위급 인사를 발표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파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지휘부가 전격 교체되고 대검 주요 간부들도 대거 바뀌면서 관련 수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라며 “증거와 법리에 따라 원칙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창수(사법연수원 30기) 전주지검장을 보임하는 등 대검검사급 신규 보임 12명, 전보 27명 등 검사 39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부임 일자는 오는 16일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서울중앙지검장의 교체다. 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9월 대검 대변인을 맡는 등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시절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을 수사했고, 전주지검장으로 승진한 뒤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였던 서 모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특혜 의혹수사를 지휘했다.

송경호(29기) 서울중앙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형식상 승진이지만 수사 지휘라인에서 배제돼 ‘좌천성 승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년간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아온 송 지검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김 여사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주장해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체설이 나오는 터였다.

김 여사 명품가방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김창진(31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수사를 이끌어온 고형곤(31기) 4차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승진하는 등 중앙지검 1~4차장 모두 이번 인사에서 교체됐다.이 총장이 송 지검장에게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관련 전담 수사팀 구성과 신속·엄정 수사를 지시한 지 11일 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이번 인사에서 중앙지검 수사 지휘부가 전원 바뀌다보니 이번 인사가 김 여사 수사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장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통상적인 검찰 인사에 비춰볼 때 이 신임 중앙지검장 임명은 빠른 측면이 있다”며 “아무래도 김 여사 수사를 앞두고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을 앉힌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인사를 통해 김 여사 관련 의혹 수사 의지를 밝힌 이 총장에 대한 불신임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이 총장을 보좌하는 참모진들이 이번 인사에서 대거 물갈이 됐다.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전무곤(31기) 성남지청장, 마약·조직범죄부장에 노만석(29기) 제주지검장, 형사부장에 이진수(29기) 서울북부지검장, 공공수사부장에 김태은(31기) 중앙지검 3차장, 공판송무부장에 정희도(31기) 안산지청장, 과학수사부장에 허정(31기) 고양지청장이 각각 임명됐다. 자리를 지킨 건 양석조(29기) 반부패부장 정도다.

이 총장 임기가 넉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대검 참모진들의 전면적인 교체는 이례적이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총장이 새로 임명되면 총장의 의견을 반영해 인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인사는 갑작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되면서 관련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선 실제 수사 업무를 하는 것은 일선 검사와 부장검사이기 때문에 지휘부가 바뀌었다고 수사가 차질을 빚거나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대로 김 여사 소환 등 수사 과정의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지휘부가 바뀌면 수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검찰 출신 ‘인사통’으로 알려진 김주현 민정수석이 부임하자마자 대규모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종의 ‘수사 무마’ 시그널을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지휘부가 바뀌었다고 수사를 안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강도나 방법 등 수사 방식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장은 14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사들을, 수사팀을 믿는다”고도 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이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장에는 김유철(29기) 서울남부지검장이, 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장에는 박영진(31기)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임명됐다.

법무부는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에도 상당 기간 공석이던 일부 대검검사급 검사 보직의 공백을 해소하고, 대검검사급 신규 보임으로 조직의 쇄신과 활력을 도모했다”고 밝혔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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