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께서는 적재물 낙하에 주의하시고 떨어진 풍선을 발견하시면 접촉하지 마시고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9일 합동참모본부(합참)가 공지한 내용이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북한의 오물풍선이 또 다시 휴전선을 넘어 남하했다. 이번 풍선은 서울에도 도달했다. 북한이 앞서 보낸 ‘오물풍선’은 남한 전역을 유린했다. 강원도와 수도권은 물론이고 경남까지 이르렀다. 군과 경찰은 속수무책이다. 적벽대전의 제갈량처럼 바람 방향을 바꾸지 않는 이상 풍선을 막을 방법은 없다.

공중에서 사격해 격추하는 것도 난망하다. 쓰레기가 아닌 다른 물질이 들었을 경우 더 큰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단 지켜보다가 추락하고 난 뒤 군경이 출동한다. 군에서는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처리반(EOD)이 출동해 떨어진 풍선을 수거 후 분석하는 것이 전부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대북확성기다. 법적 근거를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회의를 열어 9.19남북군사합의 전면효력 중지까지 선언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일부 인사들은 확성기를 틀면 북한이 벌벌 떨 것처럼 호도했다. 실제로 9일 오후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날 밤 북한은 또 다시 오물풍선을 대량 살포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대응’을 경고하기도 했다. 대북 확성기가 되레 반발만 키운 셈이다.

북한의 오물풍선을 막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남한의 대북전단(일명 삐라)을 막으면 된다. 북한은 대북전단을 ‘기구를 이용한 살포행위는 특이한 군사적 목적으로도 리용될 수 있는 위험한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전단에 담긴 내용이 북한체제를 부정하고 북한 주민을 선동하는 것이라면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북전단 살포는 막지 않으면서 대북확성기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진단 따로 처방 따로인 셈이다.

9.19 군사합의는 화약고 같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안전핀’ 같은 존재다. 수류탄 안전핀이 있으면 으르렁대며 위협을 하다가도 다시 내려놓을 수 있다. 반면 핀을 뽑고 나면 내려놓을 수 없다. 뽑는 순간 위험으로 질주한다. 무조건 던져야 한다. 그것도 멀리. 그래야 적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고, 아군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것이 안전핀이다.

가을하늘처럼 맑고 쾌청한 요즘 국민은 하늘에서 오물이 떨어질까 조마조마하며 산다. 군 장병들은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일요일마저 반납하고 정상근무를 했다. 고약한 것은 나아질 조짐보다는 나빠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데 있다. 대북 전단지를 방치한 대가로는 너무 값비싸다.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면 구차한 변명은 그만두고 다시 안전핀을 채워야 하지 않을까.

정재철 외교통일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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