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오라클이 데이터센터 증설을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일본에 80억달러(1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일본 인공지능 분야에 2년간 4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의 빅테크기업들이 일본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오라클 MS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이 일본에 35조원을 투자한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경제역동성 보여주는 설비투자 증가율 감소세

한국은 해외첨단기업들 투자가 경쟁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00년 437억달러에서 2021년 2633억달러로 502% 증가했다. 이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212%) 대비 2.4배로 영국(5.5배) 프랑스(3.7) 이탈리아(3.3) 미국(3.1)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경제규모에 비해 외국인직접투자 증가가 더딘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는 크게 늘었다. 이 기간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ODI)는 215억달러에서 5515억달러로 2466% 증가했다. G7 국가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 1위였다. ODI 증가율은 이 기간 GDP 증가율보다 11.6배나 큰 셈이다. 미국(2.1배) 영국(1.4) 독일(2.8) 프랑스(2.8) 이탈리아(2.7) 캐나다(2.5)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최근 10년만 따져도 우리나라 해외직접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7.1%로 경쟁국인 중국(6.6%) 일본(5.2%)보다 높다

투자유입 대비 투자유출 규모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0.4배에서 2021년 2.10배로 높아졌다. 이 배율은 일본(7.72배)을 제외한 G7 6개국보다 높다. 투자순유출 규모는 2018년 341억달러에서 459억달러(2020년), 591억달러(2022년)로 계속 늘고 있다.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제조업·일자리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한다.

국내 설비투자 증가세도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1980년대 설비투자증가율은 8.9%에서 8.3%(90년대)→5.3%(2000년대)→4.6%(2010년대)로 감소세가 확연하다. 2022년과 2023년은 각각 마이너스 0.3%와 1.1%를 기록해 더욱 낮아졌다.

최근 국제공급망 붕괴와 세계경제 블록화 등으로 해외투자는 피할 수 없는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해외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확보하고 국내 협력업체와 연관산업에 파급효과가 있다. 하지만 설비투자는 미래 경제성장을 엿보는 주요 지표다. 경제역동성을 보여주는 지수라고 할 수 있다. 투자는 경기활성화, 일자리 창출, 신기술 개발, 생산성 혁신 등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우리나라 설비투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하고 대기업과 IT산업에 집중된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해외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내 설비투자 구축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같이 국내 설비투자가 부진하고 생산능력이 지속적으로 둔화된다면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등은 우리나라 ‘투자 역성장’을 성장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규제혁신과 금융ㆍ세제지원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기업이 가장 도입이 필요한 정책으로 ‘사후 규제 영향평가제’를 꼽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은 규제의 산업영향 사전ㆍ사후평가제를 모두 운영하면서 실효성 없는 규제를 없애는 제도를 운영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 도입 당시에 비해 기업의 기술 인력 시설 등 혁신으로 규제 실효성이 떨어졌음에도 기존 규제로 신규투자를 저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불필요한 규제의 사후조정과 철폐에 대한 법적 근거를 확립해 이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과감한 금융지원ㆍ규제개혁으로 투자확대 견인해야

최근 매출 500대 기업 대상으로 한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 조사결과 대기업 10곳 중 9곳은 상반기 규모 이상으로 하겠다고 했다.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이때 과감한 금융지원과 규제개혁으로 기업들의 투자확대를 견인해야 할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은 모두 조세감면보다는 투자보조금 형태 지원을 투자 인센티브 제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으로 필요한 투자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데 거액의 투자보조금 지원이 가능한 구조이어서다.

첨단산업에 대한 규제개혁도 과감해야 한다.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가 2년도 안걸려서 일본 구마모토 공장을 준공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6년 이상 걸렸고 SK하이닉스 용인공장도 마찬가지로 예상된다.

범현주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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