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지 “시장 안팎의 충격요소, 투자자 익숙한 기대감이 상승장 끝낼 요인 될 수도”

전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인도 등의 주가는 올해 대부분의 기간 동안 새로운 기록을 세웠고, 곧바로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S&P500 지수는 2022년 저점 이후 70% 이상 상승했다. 지난 37주 중 28주 동안 상승해 30년 만에 최고기록을 세웠다. MSCI 신흥국 주식지수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들의 주식도 빠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하지만 현재 많은 사람들이 증시 조정을 두려워하고 있다. 특히 미국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로크는 “나와 대화하는 많은 사람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며 “거품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모두가 동시에 출구를 향해 달려갈까 봐 걱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슬로크만 그런 걱정을 하는 건 아니다. 이달 초 골드만삭스는 ‘여름철 블루스(Summertime blues)’라는 제목의 메모를 통해 “충격의 위험이 커졌음에도 주가는 채권 대비 상승했다”고 경고했다. JP모간체이스는 한걸음 더 나아가 “많은 투자자들이 수익성장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에 따라 공격적으로 포지션에 몰려들었다”며 “주가와 심리의 과대한 움직임은 과열이 진정되면 오히려 격렬하게 조정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경고했다.

모간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 마이크 윌슨은 그간의 비관론에서 벗어나 올해 초 ‘주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다시 약세론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금부터 미국대선 사이 증시에 10%의 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이 불안해 할 이유는 충분하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은 ‘비싼’ 수준에서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S&P500지수의 명목시장가치는 대략 80% 상승했다. 이는 미국 GDP 증가율의 2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가 대중화시킨 ‘경기조정주가수익배수(CAPE 또는 실러 PER)’는 현재 36이다. S&P500 기업 전체의 시가총액을, 경기변동요인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조정한 지난 10년간 평균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지금보다 높았던 때는 닷컴버블이 최악이었던 2001년 증시폭락 때뿐이었다.

이는 단순히 투자자들의 신경을 예민하게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CAPE의 역수이자 실질수익률을 예측하는 지표인 ‘CAPE 수익률’이 역사적 최저치에 가까워져 주식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CAPE 수익률은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의 실질수익률을 약간 앞서는 수준에 불과하다.

우려스럽게 커진 기업 밸류에이션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는 금융시장 분위기가 변해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포기할 구실만 생기면 큰일이 닥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현재 상황에서 CAPE 수익률과 국채 실질수익률 격차가 과거 평균으로 돌아가려면 미국 주가가 1/3 정도 하락해야 한다. CAPE가 장기 평균으로 돌아가려면 주가가 50% 이상 폭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현 상황을 급변케 할 요소는 크게 3가지다. 첫번째는 금융시스템 외부로부터의 충격이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그간 공언한 관세를 시행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동시에 경기침체가 촉발될 수 있다. 중동분쟁이나 우크라이나전쟁이 여러 국가로 확산될 경우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중국의 대만 봉쇄로 미국이 중국과 충돌할 수도 있다.

최근 트럼프 후보가 대만이 안보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바이든정부가 중국으로의 칩 수출에 더 엄격한 제한을 시사한 후 TSMC 및 기타 기술기업 주가가 하락했다. 그러나 확률은 낮고 후과는 엄청난 극단적 시나리오는 금융시장에서 가격을 책정하기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어쨌든 지정학적 돌발 상황은 불확실성과 연관돼 있어 투자자가 헤지할 수 있는 방법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두번째 요소는 금융시스템 내부에서 발생하는 충격으로, 미국채시장이 주요 우려대상이다. 올해 3월 미국 의회예산국(CBO) 이사 필립 스와젤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7.4%인 미국 재정적자가 2022년 영국 총리 리즈 트러스가 일으켰던 것과 유사한 채권시장 패닉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씨티그룹 수석주식트레이딩 전략가인 스튜어트 카이저도 “미국의 재정적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선거운동 기간, 그리고 2025년 새 대통령이 세금감면을 검토할 때 미국의 취약한 공공재정 싱황이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카이저 전략가는 “이는 국채시장 붕괴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안정성을 위협하고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수준의 긴축을 강요하는 상항이 닥치면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 요소는 성장률과 금리, 기업실적 변화 등 투자자들이 익숙하게 생각하는 경제상황에 관한 것이다. 성장률 수치가 계속 둔화된다고 해서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 2023년 내내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경제는 증시 상승세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경기 확장세가 둔화되자 주가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슬로크는 “투자자들은 거의 완벽한 소프트랜딩, 즉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것에 시장가격을 책정했는데, 이로부터 위험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소프트랜딩이 성공한 적은 거의 없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인플레이션 완화세가 멈추는 ‘노랜딩(no landing)’이나 경기침체가 지연되는 등 소프트랜딩과 다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주가에 이미 반영된 높은 기대감으로 증시가 조정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연준이 통화긴축 캠페인을 시작한 이래 투자자들은 계속 금리인하에 희망을 걸었다. 현재까지 유일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대하는 금리인하 횟수와 속도뿐이었다. 현재 트레이더들은 올 연말까지 3번의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들어 6월까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로 점진 하락하자 시장은 금리상승 가능성을 거의 완전히 배제했다.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공개연설에서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 따라서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다.

투자자들 거품 자각이 방아쇠

이코노미스트지는 “하지만 인플레이션 진정세가 둔화되고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지정학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시장충격의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며 “연준이 다시 매파로 돌아설 확률은 낮을 수 있지만 전혀 없는 건 아니다. 2022년 예상치 못한 통화긴축에 주가가 급락했던 것처럼 현재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기업실적도 있다. 1989~2019년 30년 동안 미국기업의 연평균 실질수익 증가율은 4%였다. 하지만 JP모간체이스 애널리스트들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향후 수년 동안 미국기업들의 연간 명목성장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냉각되고 수요가 감소하며 수익률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나온 컨센서스다.

애널리스트들이 내년 매출이 2배로 증가하고 이후 4년 동안 다시 2배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엔비디아는 그 자체로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다. 투자자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인공지능 주식뿐만이 아니다. 결국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강세장이 갑작스럽게 끝날 수 있다.

현 상황을 걱정해야 할 이유 중 하나는 굳이 금융위기 또는 지정학적 재앙을 예로 들지 않아도 증시급락을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강세장을 끝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아마도 실망스러운 실적발표 같은 평범한 것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닷컴버블 붕괴는 어떤 거센 충격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스스로의 거품에 취해 있었다는 단순한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난 여러달 어지러운 상승세를 누린 미국 주식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한 상황에 직면했다. 완벽하게 가격이 책정된 시장이 무너지는 데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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