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서 잘나가는 화장품 ‘톱5’ 휩쓸어
기초화장품·마스크 초강세 … 중국시장에선 미샤 등 중견화장품 브랜드 건재
K뷰티(한국화장품)도 ‘한류 열풍’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플랫폼 아마존에서 가장 잘팔리는 화장품이 죄다 한국산일 정도다. 기초화장품과 ‘마스크 팩’의 경우 독보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중국에서도 K뷰티 위상은 건재하다. 에이블씨엔씨 미샤 같은 중견화장품의 경우 중국 최대 쇼핑행사인 광군제에서 불티나듯 팔려 나간다. 화장품 본고장 유럽과 일본에선 한국산 색조화장품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23일 증권가와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16~17일 이틀간 열린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화장품 ‘톱5’ 안에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4개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아마존 화장품·개인관리 부문에서 코스알엑스 1종, 라네즈 2종, 바이오던스 마스크 1종이 가장 잘 팔린 화장품 5위안에 들었다. 이들 화장품은 아모레퍼시픽과 뷰티셀렉션 등 모두 국내 화장품회사 브랜드다. 또 이니스프리 브이티 구달 티르티르 아누아 달바 조선미녀 가히 등 한국 브랜드들이 가장 많이 팔린 화장품 100위(톱100)에 포진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 프라임데이 기간 최상위 화장품 부문에서 국내 화장품브랜드들이 상위권을 휩쓸며 한국 화장품 인기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는 ‘피크아웃’ 우려를 종식시켰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기초화장품뿐만 아니라 색조화장품도 선전하며 K뷰티 열풍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실제 립스틱 부문에서 페리페라 클리오 아이패밀리에스씨 등 한국화장품회사 립스틱(립밤) 제품이 ‘톱50’에 이름을 올렸다.
한 연구원은 “일부 국산화장품 브랜드의 경우 미국시장 진출 전 시험판매 단계에서 거둔 성과”라며 “그만큼 한국화장품 브랜드 잠재력은 크다”고 말했다.
중국화장품시장에 한류열풍은 여전하다.에이블씨엔씨 미샤의 경우 중국 최대 온라인쇼핑 행사인 ‘618 쇼핑 축제’ 기간 매출이 전년동기 51% 늘었을 정도다. 미샤 측은 “중국 내 소비 심리 위축, 한한령, 중국 로컬 뷰티 브랜드의 약진 등으로 K-뷰티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 거둔 결과”라고 평가 했다.
실제 미샤 ‘M퍼펙트 커버 비비크림’ 판매량은 전년대비 21% 증가했다. 중국에서 ‘홍 비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품목이다. 기존 비비크림의 단점으로 꼽히던 잿빛 컬러를 보완하고 자연스러운 색상을 완성해줘 2030 중국 여성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는 게 미샤 측 설명이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구매가 이어지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플랫폼인 티몰 내 재구매 수 ‘톱 2위’까지 기록했다. 미샤는 중국을 여전히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보고 온라인 채널 확대와 유명인과 협업 등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한국산 화장품은 중국을 넘어 화장품 강국 미국 일본 유럽까지 권역을 넓혀가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8.1% 증가한 48억2000만달러(약 6조66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 상반기(7억9000만달러)의 6배가 넘는다. 기존 반기 기준 수출액 최대치인 2021년 상반기(46억3000만달러)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치다. 수출액 증가 추세가 하반기에도 유지된다면 올해 화장품 연간 수출액은 최초로 1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최근 화장품 수출의 특징은 기존에 주 수요처였던 중국 비중이 줄고 대신 미국 비중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화장품 수출액을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12억10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미국(8억7000만달러) 일본(4억8000만달러) 순이었다. 중국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4.1% 줄어든 반면 미국은 61.1%, 일본은 21.5% 각각 늘었다.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일본시장에선 2022년부터 한국 화장품이 로레알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프랑스를 제치고 화장품 수입액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는 최근 한국과 프랑스가 점유율 1위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중소기업 화장품인 일명 ‘인디 브랜드’ 인기가 화장품 수출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올해 1분기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0% 증가한 15억5000만달러(약 2조1400억원)를 기록했다. 역대 1분기 중 최대치다. 한국 인디브랜드 화장품 성장 배경엔 세계 3대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중 2곳(한국콜마 코스맥스)이 한국업체라는 점도 부정하기 힘들다. 화장품 생산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는 신생 업체더라도 아이디어와 기획력만 있으면 ODM 업체와 손잡고 자체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고금리로 미국에서 럭셔리 화장품 대신 ‘가성비’ 소비가 트렌드가 됐다는 점, K팝과 한국 드라마 등의 글로벌 유행까지 겹치며 한국 인디브랜드가 주목받을 만한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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