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언론의 주요 기사 중 하나가 ‘지난해, 폐업 자영업자 100만명 육박’이다. 폐업의 가장 큰 사유는 사업부진으로,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부진을 원인으로 꼽는다. 고금리와 내수부진이 폐업의 직접적인 이유가 되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자영업자 문제의 본질은 '자영업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무용 오피스가 밀집된 여의도나 구로디지털단지를 가보라. 한 건물에 카페가 10개 이상 되는 곳을 심심치 않게 본다. 아무리 장사를 잘 해도 그들이 모두 잘먹고 잘살 수가 있겠는가. 돈 많이 버는 사람도 한끼에 설렁탕 두그릇 먹지 않는다. 결국 한정된 시장에 차고 넘치는 자영업자가 문제의 본질이다.

한정된 시장에 차고 넘치는 자영업자가 문제의 본질

언론은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라고 외치고 있다. 어떠한 특단의 대책이 넘치는 자영업자를 폐업에서 구할 수 있을까. 대출상환 유예나 이자감면, 전기료 등 비용을 충당해 주는 대책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대책으로 넘어지는 영세업자를 잠시 잡아둘 수는 있어도 고객을 데려오거나 피 말리는 경쟁에서 구해줄 수는 없다. 일부 단체는 자영업자를 임금노동자같이 결사의 자유, 단결권 그리고 협상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영업자가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어도 그들은 스스로를 고용(self-employee)한 경우다. 누구를 대상으로 단결하고 협상을 한단 말인가.

자영업자를 구원하는 특단의 대책은 없다. 그러나 특단의 대책은 없을지 몰라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그저 걱정하고 문제를 외치는 데만 익숙하다. 지금부터 10년 전, 2014년 5월 기사 제목이 ‘벼랑 끝 몰린 자영업자, 폐업시 극빈층 전락 우려’다. 어쩌면 지금의 기사와 이렇게 닮았을까. 자영업자 문제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판박이다. 지난 10년 동안 민생을 입에 달고 사는 정치가와 수많은 정책을 생산하는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10년 전과 똑 같은 기사를 오늘도 봐야 한다는 말인가.

자영업으로 몰리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임금을 주는 좋은 일자리가 사회 곳곳에 존재하면 굳이 자영업으로 몰릴 이유가 없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다. 정치와 정부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기업을 도와야 한다. 고용이 늘어나도록 기업을 유도하고 고용의 유연성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개인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일자리 나눔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개개인의 임금은 우리나라보다 적을지 몰라도 사람들은 불안한 일자리 걱정에 내몰리지 않는다. 고용이 경직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지금같이 크면 일자리가 늘어나기 어렵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격차도 줄여야 한다. 규제를 통해서라도 대기업의 임금 상승폭을 줄이고 고용을 확대하고 굳이 대기업을 안 가더라도 먹고 살 수 있게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이 올라가도록 해야 한다. 물론 치솟는 부동산 값도 잡아야 한다.

고용확대를 주제로 범부처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금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전직 또는 취업 교육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향후 5년이나 10년간 가장 노동수요가 많은 직업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이에 맞는 전직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해보자. 이런 식으로 지금부터 10년을 꾸준하게 노력해 보자.

꾸준하고 근본부터 다시 세우는 대책 내놔야

우리는 10년 전, 그 이전에도 자영업에 대한 대책으로 중기부를 중심으로 비용을 대납해 주는 수준의 땜질식 처방만 해왔다. 이런 식의 해법으로는 자영업자의 폐업을, 그들이 실업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상황을, 그래서 야기되는 사회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 어차피 고도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하면 실업과 사회불안의 원인인 자영업 문제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특단이 아닌 꾸준하고 근본부터 다시 세우는 대책만이 그 해답이다.

김문겸 숭실대 명예교수 전 중소기업옴부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