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이스라엘 점령지인 시리아 골란고원의 작은 마을 마즈달 샴스(Majdal Shams) 축구장에 로켓이 떨어져 어린이와 10대 청소년 12명이 죽고 19명이 다치는 비극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공격 당일 40발 이상의 로켓이 레바논에서 골란고원으로 날아와 대부분은 공터에 떨어졌으나 한발이 축구장을 때렸다고 밝혔다. 골란고원은 시리아 영토인데 1967년 6일전쟁 때 이스라엘이 점령해 1981년 자국 영토로 편입했지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불법 점령지다.

마즈달 샴스 주민 대다수는 드루즈(Druze)교인이다. 이번 폭발로 희생되거나 부상당한 어린이와 청소년도 드루즈교인이다. 드루즈교는 11세기 초 이집트 카이로에서 시작된 종교다. 이슬람교 이스마일리 시아파에서 파생되었지만 이슬람교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드루즈교는 이슬람교와 마찬가지로 유일신 신앙이지만 인간이 죽는 순간 영혼이 갓 태어난 아이의 몸으로 옮겨가 환생한다고 가르친다. 드루즈교인은 개인이 전생을 기억하고, 때때로 전생 가족을 찾는다고 믿는다.

점령지 골란고원에서 점화된 전쟁

이스라엘은 이번 로켓 공격의 배후로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지목했으나, 헤즈볼라는 공격에 쓰인 로켓 ‘팔라그(Falagh) 1’이 이라크의 이슬람 저항군 소유라고 하면서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공격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폭발성 탄두 53㎏를 탑재한 이란제 로켓 ‘팔라그 1’이 헤즈볼라 보유 모델이라면서 헤즈볼라의 주장을 반박했다. 사고를 당한 드루즈교인들은 공격배후로 거론되는 헤즈볼라와 사전에 공격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이스라엘정부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사고 현장을 둘러보려던 이스라엘 극우파 정치인 스모트리히 장관도 격앙된 주민들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떠나야했다.

유럽연합은 이번 골란고원 공격에 대해 국제사회가 조사할 것을 요청하고 관련 당사자들에게 추가 확전을 방지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미국 역시 확전을 말리고 있다. 물론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이스라엘이 순순히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골란고원이 점령지이다 보니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하다. 이스라엘에 사는 드루즈교인들은 이스라엘 시민으로 살아가지만 골란고원의 드루즈교인들은 이스라엘 시민이 아니다. 국제법상 엄밀히 말하자면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땅이 아니다. 이스라엘 주민도 이스라엘 땅도 아닌데 이스라엘이 보복을 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심지어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벌인 자작극이라는 말도 나온다. 물론 근거는 없다.

사실 이번 사건이 아니어도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밀어내기 위한 작전을 고심하고 있었다. 골란고원 사건 전날 이미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정밀타격해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따라서 헤즈볼라가 보복조치로 골란고원에 로켓을 날렸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은 왜 헤즈볼라 공격에 목을 매는가?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 때 태동한 조직으로 이스라엘에 맞대응하기 위해 이란이 후원해 만들었다. 1979년 이란혁명으로 세속왕정을 이슬람공화정으로 바꾼 이란의 혁명지도부는 혁명의 정신인 ‘억압받는 자 해방’이라는 목표 아래 이스라엘의 불의한 통치에 신음하는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꿈꾼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오랜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중동 민주화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하지만 다수의 시아파가 소수 순니파의 독재에 기를 펴지 못하다가 사담 후세인 몰락 이후 민주적인 선거로 이라크를 장악하면서 이란이 헤즈볼라를 후원하는 길은 더욱 안전해졌다.

사담 후세인은 이라크를 ‘이란을 막는 아랍세계의 동쪽 수문장’이라고 했는데, 2003년 이후 아랍 동쪽문이 열리면서 테헤란에서 이라크를 거쳐 이미 친이란 반미 시리아로 가는 탄탄대로 공사가 완성됐다. 시리아 이웃인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로 무기와 자금이 쉽게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후세인 제거되면서 ‘시아의 초승달’ 완성

2004년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는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길을 ‘시아초승달’이라고 표현하며 시아파 이란의 영향력이 아랍 지역에 깊게 자리잡았음을 우려했다.

시아초승달의 핵심은 레바논의 헤즈볼라다. 이란에서 보면 이슬람 혁명의 가장 귀한 산물이다. 왕관의 보석과 같은 존재다. 팔레스타인 해방의 기치 아래 이스라엘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로서는 가장 귀찮고 두려운 존재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레바논 남부에 똬리를 틀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에는 남북한과 달리 비무장지대가 없다. 따라서 헤즈볼라가 로켓을 쏘거나 이스라엘이 이에 맞서 응사하면 국경 지역에 사는 양측 주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시 이래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을 막고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개시하면서 국경 5㎞내 이스라엘 마을 주민 6만명이 안전한 남쪽으로 옮겨 피란민 생활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들 주민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국경으로부터 북쪽으로 약 4~5㎞ 떨어진 리타니강 북쪽으로 올라갈 것을 요구한다. 비무장 안전지대를 확보해 북쪽 국경마을을 살리기 위해서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비현실적이라며 이를 거부한다. 국경 주변에 설치해 놓은 땅굴과 같은 군사시설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레바논 주민 9만여명도 국경지역 마을을 떠나 피란생활을 하고 있다.

헤즈볼라가 북쪽으로 물러서지 않는다면 이스라엘도 강수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헤즈볼라 요구대로 가자 공격을 멈추고 하마스와 종전에 이르는 휴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휴전은 가능하나 종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공세를 헤즈볼라만 홀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예멘의 후티반군도, 이라크의 이슬람저항군도 함께 힘쓰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스라엘 경제가 어쩔 수 없이 안아야만 하는 피해는 천문학적이다. 예비군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스라엘의 군체계상 국가수호를 위해 민간인들이 생계활동을 중단하고 전쟁에 참여하면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심각하다. 이스라엘 경제에 중요한 관광산업도 이미 몰락했다. 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하는 전세계 그리스도인의 발길이 끊기면서 예수 성묘성당과 십자가의 길은 텅 비었다.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이미 이스라엘이 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마스가 기습 공격으로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하면서 전쟁 초기 이스라엘에 우호적이었던 국제 여론도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작전을 펴며 불필요하게 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가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헤즈볼라의 위협에도 집을 떠나지 않고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은 하마스 침략처럼 헤즈볼라 대원이 국경을 넘어 마을을 공격할 수 있다고 보고 집집마다 방공호에 자물쇠 장치를 다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은 모든 건물에 적의 로켓이나 미사일 공격을 피하기 위한 방공호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누구나 들어와 피할 수 있도록 잠금장치를 따로 만들지 않는다. 적군이 지상으로 침입한다는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하마스가 이스라엘 마을을 침략했을 때 문을 잠그지 못해 상당히 많은 주민이 방공호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의 도발에 이란의 선택은?

7월 30일 이스라엘은 골란고원 참화를 복수하겠다며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폭격해 헤즈볼라 지도자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 그리고 몇시간 후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러 간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했다. 남의 축제에 재를 뿌린 만행이다. 적의 심장에서 대범한 공격을 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란과 이란이 후원하는 저항의 축인 가자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의 이슬람저항군, 예멘의 후시반군에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을 보란듯이 과시한 것이다.

동시다발 공격을 감행하면서 이스라엘 네타냐후는 휴전협상 탁자를 엎었고, 제재해제를 위해 대미 유연외교로 미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는 이란을 자극해 공격을 유도, 이란과 미국이 가까워질 기회 자체를 막으려 한다.

이제 이란의 시간이다.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해 이스라엘을 더 곤혹스럽게 할지, 아니면 이스라엘에 맞대응해 참혹한 보복으로 긴장이 더욱 고조될지 모를 일이다. 중동은 다시 시계제로의 먹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