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가 연못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고꾸라졌다. 거대 이동통신 3사와 겨뤄보겠다며 야심차게 제4이동통신사업자로 출사표를 던졌던 스테이지엑스 얘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스테이지엑스의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취소를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4번째 이통사로 통신시장 경쟁을 높여 이용자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메기 효과’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정부의 새 이동통신사업자 선정 실패는 이번이 8번째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다시 새 이통사 선정을 추진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실패는 정부가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제를 등록제로 변경해 기준을 낮추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내놨기에 기존 경우보다 더욱 아쉽다.
이동통신시장에 메기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찬반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을 통한 이용자 혜택 증대에 대해선 토를 달기 어렵다. 이 때문에 통신사업 규제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메기를 키우려 했다.
대표적인 것이 2012년 도입한 알뜰폰이다. 알뜰폰은 통신망이 없는 사업자가 이동통신사 망을 임대해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알뜰폰은 외형만 보면 성공적이었다. 7월 말 현재 70여개 사업자가 존재한다. 가입자수도 지난 5월말 기준 924만404명이다. 전체 휴대폰 가입자(5674만6792명)의 16.2% 수준이다. 숫자로만 보면 12년 만에 이통시장 한축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국민은행 등 금융권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성장가능성도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속빈 강정에 가깝다. 당초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대했던 이통사를 위협하는 사업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70여개 가운데 10여개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입자 규모가 어지간한 이통사 대리점보다 못한 수준이다.
그나마 규모가 있는 10여개 가운데 5개 사업자는 이통사 자회사들이다. 이들은 가입자 점유율 기준으로는 40%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70%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통사에 자극을 주기 위해 도입한 알뜰폰도 이통사가 하는 셈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메기를 연못에 넣기 전에 메기처럼 보이는 미꾸라지 사촌을 집어넣은 정부의 잘못이다. 이통 자회사 알뜰폰 사업 허가는 도입 즈음에도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은 알뜰폰 가입자 숫자에 조급해하며 덩샤오핑의 ‘흑묘백묘’ 논리까지 동원해 이통사 자회사 진입을 허용했다.
정부는 새 사업자 선정 실패 후속 대책으로 통신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연구반을 준비한다고 한다. 하루빨리 진짜 메기가 나타나길 기대한다.
고성수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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