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부에서 ‘인공지능(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 정책을 발표했다. 제조업에 AI를 도입해 생산성·안전성·환경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AI 자율제조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주력 제조업 12개 업종 153개 기업이 참여하는데 각 업종 대표기업들이 대부분 참여한 점이 고무적이다. 규모별로 대기업 21%, 중견기업 23%, 중소기업 56%로 구성돼 AI 기술을 매개로 한 기업 간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구축될 것이다. 제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지원해온 연구기관과 협·단체들도 대거 참여해 새로운 협력관계를 형성할 것이다. 한마디로 이 정책은 정부 기업 지원기관 3대 주체가 AI를 활용한 제조업의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탐색적 성격의 대규모 산업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AI 기술은 그동안 기술력 향상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근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산업 활용이 증가하고 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바야흐로 ‘산업의 AI 시대’가 열리고 있는 중이다. AI 자율제조 정책은 이러한 시대 흐름에 적극 대응하는 정책으로 높이 평가되지만 생성형 AI를 주축으로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중국이 미국의 AI 패권을 결사적으로 추격하는 엄중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 강력한 드라이브가 절실하다.
현행 AI 자율제조 정책은 정책목표 달성 쉽지 않아
현 정책의 추진체계가 정책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보자. 정책의 방향성과 조직의 성격을 기준으로 평가할 때 양자가 상충적일 수 있다는 의문이 든다. 정책의 방향성은 추격형과 개척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추격형은 방향이 분명해 따라가는 것이고 개척형은 밤길 걷듯이 미지의 방향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조직의 성격은 폐쇄형과 개방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폐쇄형은 추진력과 신속성을 갖춘 반면 경직적이고 개방형은 유동적이고 횡재 가능성은 있지만 추진력과 신속성이 미흡하다는 문제가 있다.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 정책은 방향성에서 개척형에 해당하고 조직면에서 폐쇄형에 속한다. 이 구도는 성격상 추진력과 신속성은 보장되지만 최적의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면 개척형과 개방형 조합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른 선택인가? 미국과 같은 여건을 갖추지 못해 이 선택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핵심은 현 구도가 불가피한 차선책이므로 보완책을 통해 성공의 조건을 높이자는 것이다. 보완책의 초점은 개방형의 특징인 선택의 범위확대 효과와 경쟁의 혁신촉진 효과를 활성화하는 데 있다.
정책 성공은 내부 협력과 외부 전문가 유치 성과에 달려
첫째, 내부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참여기업들과 지원기관 모두가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원팀정신으로 뭉쳐야 한다. 현재 한국 주력산업은 중국의 강력한 추격과 경쟁에 노출돼 있으며 AI 자율제조에서는 중국 선두기업들에 이미 추월당했다. 일례로 스마트폰의 샤오미와 배터리의 CATL은 지능형 제조 플랫폼을 완성해 24시간 자율생산 체제를 가동중이다. 개별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산업의 위기가 닥친 시점이다. 위기의식 공유는 협력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둘째, 참여기업들의 협력과 혁신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총괄적으로 추진할 분야와 개별 특화 분야를 구분, 총괄 분야에서 협력과 시너지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12개 업종이 각각 수요기업과 AI 전문기업으로 구성돼 자기완결성을 갖춰 사일로 문화가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총괄반과 자문단의 조정역량이 크게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제조공정이 조립공정과 연속공정으로 구분되므로 두 그룹으로 묶게 되면 경쟁효과가 생겨 혁신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클라우드 중심의 종합 데이터 축적과 학습을 수행할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최고 AI 기술력을 보유한 클라우드 기업을 참여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외부의 유능한 AI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항상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