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의존 탈피 기정사실화 … 전문의중심병원안 8월말 발표
예상대로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에 거의 지원하지 않았다. 수련병원들의 구조개편은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전문의중심병원으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정부와 병원계에 따르면 7월 31일 마감인 하반기 수련병원 전공의 모집에 신규 인원이 104명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역 빅5병원 다 합쳐도 45명 지원했다. 그 중에는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곳도 있다.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수련병원들은 수술 등을 미루거나 진료를 6개월동안 축소해 왔다. 당장 새로운 충격은 추가로 생기지 않지만 전공의들이 충원되지 않는게 분명해져 병원 구조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정부가 8월 중 추가 모집을 허용한다고 하지만 지원 인원이 많지 않을 전망이다.
당분간 수련병원들은 자체 변화를 위한 시간이 될 전망이다. 빅5병원 한 관계자는 “기존 진료량을 줄이는 선에서 대처해 왔는데, 전공의 부재를 전제로 상응하는 전문의, 진료지원간호사 등을 포함해 인력체계에 어떻게 변화를 줘야 할지 병원 내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 및 충원이 어렵게 되자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중심체계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원하지 않는 전공의 대신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늘려 전공의들로 인한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전공의에게 의존하던 상급종합병원의 인력 구조를 전문의와 PA 간호사, 여러 의료기관의 인력이 협업하는 형식으로 혁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중심병원으로 하면 전문의가 대폭 늘어나야 하지 않느냐고 보통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 단장은 “‘전문의 중심병원’이라고 하면 상급종합병원의 양적인 측면은 그대로 두고 전공의가 하던 것을 전면적으로 전문의의 업무로 전환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급종합병원의 의료 이용량을 줄여가면서 전공의에게 의존하지 않는 진료체계를 갖춰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가 합리화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 위주로 진료해도 경영상 어려움이 없는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대까지 올라온 전공의 비율을 낮추고 전문의와 PA 간호사가 ‘원팀’으로 일하는 등의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전문의중심병원 재편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지방의 전문의를 유입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일부 수도권 병원에서 수술분야 전문의를 추가로 채용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의와 PA 간호사가 팀으로 일하는 구조로 운영하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며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제도 조정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부재 상당부분을 PA간호사 확대 등으로 상급종합병원이 제 기능을 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1만3000명 정도 PA간호사 숫자를 확대하고 국회서 간호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복지부는 “전공의가 나간 많은 병원에서 전문의와 PA 간호사가 팀을 이뤄서 업무를 재설계하면서 PA 간호사 숫자가 지난 5월께 1만1000명 수준에서 최근 1만3000명으로 늘어났다”며 “간호사들도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법적으로 보장 받으면서 숙련도를 높이고 싶어 하기 때문에 지원을 통해 PA 간호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발의된 간호법안을 보면 국민의힘이 발의한 간호법안엔 ‘일정 요건을 갖춘 간호사는 검사 진단 치료 투약 처치 등에 대한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있은 후에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에 따라 진료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발의 법안도 ‘불법진료 문제 해소를 위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에 대한 업무 범위와 한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의사들과 협업을 할 수 있게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복지부는 PA간호사가 제도화되기 전이라도 병원들이 PA간호사 훈련 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통해 여건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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