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부실 의대도 상관없다는 것” … 교육부·총장 ‘사실상 거부’ 논란
교육부와 대학들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의대 평가 강화에 부담을 표한 것과 관련해 의대 교수들이 “최소한의 검증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가톨릭대·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 등 6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각 의대 위원장 명의로 의견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의견문에서 “학생·교원 수와 시설, 재정 조달 등을 체크하는 의평원 평가는 온전한 교육이 가능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일 뿐”이라며 “이조차 거부하려는 교육부와 대학의 불평은 증원 여건이 미비하기 때문이거나, 부실 의대도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증원을 감행하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의대 교수들이 여러 차례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신입생 졸업까지 해마다 평가” = 의평원은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의학교육 평가인증과 관련한 주요변화평가계획 설명회를 열었다.
의평원은 이날 “이미 인증을 받은 의과대학도 ‘입학정원의 10% 이상 증원’ 등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변화’가 생기면 다시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2025학년도부터 정원이 늘어나는 32개 의대 중 증원 규모가 10% 이상인 30개 대학이 여기에 해당한다.
의평원은 또 ‘대규모’ 의대 증원이 학생 선발부터 졸업에 이르기까지 연차별로 의학교육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의대교육과정 기간인 6년 내내 주요변화평가를 실시해 의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의평원은 각 의대로부터 주요 변화 평가 신청서와 주요 변화 계획서 등 서류를 받고, 올해 12월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주요변화평가에서 인증받지 못하면 해당 의대의 신입생 모집이 중단될 수도 있다.
의평원 평가를 앞두고 의료계는 상당수 대학이 기준에 맞출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일부 지방 사립대학의 경우 병원 운영과 충분한 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평원은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의학교육계가 교육부 지정을 받아 2004년부터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평가·인증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교육부 “평가 계획 심의할 것” =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교육부는 “많은 대학은 의평원 평가 계획이 준비에 큰 부담이 되고 국회 예산 일정과 대학 회계연도 등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평가에 반영할 수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며 “교육부도 대학의 입장을 충분히 공감하며 이런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교육부는 “의대에 대한 주요 변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 의견 등을 바탕으로 주요 변화 평가 계획(안)을 심의해 결과에 따라 이행 권고 또는 보완 지시를 할 예정”이라며 평가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장인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현재 학생들 대부분이 수업을 거부 중인 상황을 고려해 이들이 수업에 복귀하고 3개월 이후 주요변화계획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홍 총장은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언제 돌아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교육을 정상화시킨 뒤에 보고서를 내는 것이 맞는 순서”라고 강조하며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의평원 등에 이러한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안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몇 년 앞조차 내다보지 않는 졸속 추진” = 홍 총장 발언에 대해 의대 교수들은 “의대생들이 교실을 떠난 상황과 교원 수 평가 등의 의평원 평가는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돌아온 후에야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하는 발언은 억지”라고 했다.
또한 교수 비대위는 “무릇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다”며 “백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6년 앞을 내다보는 교육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난센스라는 대학 총장의 발언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면서 “대학과 교육부의 의대 증원은 몇 년 앞조차 내다보지 않는 졸속 추진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홍 총장의 발언을 ‘재평가 거부’라고 해석하며 “환영한다”는 반어적 표현의 입장을 냈다.
의협은 “의평원 재평가를 거부하는 의대는 신입생 모집이 정지되며, 심지어는 의대 인증이 취소될 수도 있는데 제자에게 정상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모집정지까지 무릅쓰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것에 경의를 표한다”며 홍 총장 발언을 비꼬았다.
이어 “대학들의 여러 고충을 이해하며 결국 준비될 때까지 신입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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