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부실화로 저축은행 전체 연체율 끌어올려

금융권 토지담보대출 27조9천억, 연체 3조6천억

정리계획안 확정되면 9월부터 매각 추진 본격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올해 들어 연체율이 급상승한 토지담보대출 정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담보대출을 받아 진행해온 건설 사업이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사실상 중단되면서 자기자본이 취약한 시행사들이 금융부담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담보대출은 은행과 보험, 증권사들은 취급하지 않았고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 대규모 자금이 집행됐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금융권(새마을금고 제외)의 토지담보대출 규모는 27조9000억원으로 연체율은 12.96%다. 금융권 전체 부동산PF(토지담보대출 제외)대출은 134조2000억원, 연체율은 3.55%다. 토지담보대출 규모는 전체 부동산PF 대비 20% 수준이지만, 연체율은 3배 가량 높다. 연체규모만 놓고 보면 PF대출은 4조7641억원, 토지담보대출은 3조6158억원으로 약 1조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토지담보대출 연체율 첫 공개 =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토지담보대출 규모와 연체율을 공개한 것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 전체 PF 대출 연체율은 3월말 기준 지난해말 대비 0.85%p 상승한 반면,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해말 7.15%에서 올해 3월 12.96%로 5.81%p 상승했다.

토지담보대출 규모는 저축은행 11조3000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 4조6000억원, 상호금융 12조1000억원이다. 전체적으로 연체율이 상승했지만 특히 저축은행의 연체율 상승폭이 2배 이상 크다. 저축은행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20.18%로 지난해말 대비 10.27%p 상승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연체율 11.04%), 5.72%p. 상호금융(연체율 6.92%) 1.85%p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부동산PF 사업성 평가에서 경·공매 대상으로 분류되는 ‘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대다수가 토지담보대출을 받은 사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 연체율은 8.8%로 지난해 말(6.55%) 대비 2.25%p 상승했는데, 토지담보대출 연체로 인해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저축은행의 부동산PF 규모는 9조4000억원으로 토지담보대출 보다 작다. 본PF는 8조3000억원, 브릿지론은 1조1000억원이다.

본PF는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완공됐지만 미분양으로 인해 연체가 발생한 곳이라 경·공매를 통한 매각이 쉽지 않다. 브릿지론 역시 사업장 토지의 일부만 매입이 이뤄졌거나 인허가 문제 등으로 인해 경·공매가 어려운 사업장들이 있다. 금융당국은 토지담보대출 사업장 매각이 부실 PF를 정리하는 가장 빠른 길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이 토지담보대출 부실을 모두 털어낼 경우 연체율을 5%대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9일까지 정리계획안 제출, 아직 한곳도 안내 =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저축은행의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은 18%로 1분기 대비 0.2%p 하락했다.

연체율이 낮아진 이유는 저축은행 업계가 PF 정상화 펀드를 만들어 부실 PF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3차 PF 정상화 펀드는 저축은행 27곳이 참여해 51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하지만 펀드에 출자한 저축은행과 부실PF를 넘긴 저축은행이 대부분 일치하면서 일부 저축은행들이 경·공매를 피하기 위해 펀드에 PF를 파킹해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이 같은 행태를 ‘꼼수’로 판단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펀드 조성은 중단됐다. 일부 부실 PF사업장이 펀드에 넘어가면서 저축은행의 2분기 연체율이 낮아질 수 있었다. 7월 이후에는 다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9일까지 사업성 평가에서 ‘유의’와 ‘부실우려’ 등급을 받은 PF사업장에 대한 처리 방안을 담은 정리계획안을 금융회사들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다. 아직 정리계획안을 낸 금융회사는 한곳도 없다.

금감원은 정리계획안 작성시 ‘부동산PF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보다 강화된 지침을 금융회사들에 권고했다. 사업장 재구조화(자율매각)와 경·공매 방안을 담은 계획안이 제출되면 당국의 지침이 반영됐는지, 실행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서 부실하다고 판단되면 금감원이 현장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달말까지 정리계획안이 확정되면 금융회사들은 9월부터 PF사업장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부실 사업장을 빠르게 정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손실을 떠안으면서 PF사업장을 정리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이 정리계획안을 얼마나 실효성 있게 이행할지에 따라 구조조정의 성패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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