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단계에서 최단시간 내 적합병원 연결하는 소통망 우선 필요 … “이송-응급실-배후진료 한 몸처럼 움직여야”

제때 적절하게 의료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응급의료분야에 적극적인 투자와 체질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단위로 이송-응급실-배후진료 단계 중 한 곳이라도 부실하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주민의 응급상황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최근 응급의료를 안정적으로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분야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가운데 의사인력에 여유가 적었던 병원 위주로 24시간 응급진료가 어렵게 된 5곳도 발생했다. 전국 대다수 406개 응급의료기관은 작동되고 있지만 환자과 가족들은 불안하다. 우리나라 응급의료는 이송-응급실, 응급실-병원 내 배후진료 간 협력체계가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위 응급실 뺑뺑이는 이들 협력체계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으므로써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응급실 뺑뺑이의 주요 이유는 병원의 병상이나 의사 부족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가까운 지역 전체 병원 중 적합한 곳으로 ‘바로 가면’ 그만인데 무엇이 문제인지 의문이 생긴다. 관련해서 우리나라 응급의료분야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 환자중심 대안을 찾아본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보건의료분야 주요 과제다. 최근 의료공백이 길어지면서 다시 주요 사안으로 등장했다. 관련해서 시군구 혹은 최소 광역단위에서는 응급의료 완결체계를 갖춰야 응급실 뺑뺑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실제 응급환자를 골든타임 안에 가까운 병원에 이송하더라도 개별 응급의료기관이 응급처치와 배후 진료를 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갖추고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곳은 전국에 많지 않기 때문이다.

8일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는 환자중심이 아닌 응급의료기관과 119구급대 각자 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며 “응급의료기관과 119구급대가 한 몸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119구급대의 응급실 뺑뺑이, 전화 뺑뺑이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수 경상북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영남대 의대 교수)은 “이송단계에서 119구급대와 응급실, 병원 내 응급실과 배후 진료간의 협력체계가 원활히 이뤄져야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켜 낼 수 있을 것”이라며 “광역단위에서 응급의료를 완결적으로 해결하려는 정부 지자체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응급환자 대응은 적합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제 때 이송하고 응급실에서 신속한 처치와 진단 그리고 이어지는 배후진료의 협력체계가 매끄럽게 이뤄져야 한다. 연합뉴스

◆이송단계, 적정 병원 찾는데 인공지능기술 활용 =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응급의료 단계인 △현장·이송 △응급실 진료 △수술·입원 등 최종치료 과정이 분절적으로 이뤄져 연속성 있는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이 있다.

우선 119구급대원은 환자의 의료적 중증도를 반영한 환자에 맞는 적정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어렵고 제공할 수 있는 응급처치도 제한적이다. 또 이송 중인 환자를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할 경우 계속 전화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단위로 의료기관이나 인력 분포 등 다른 응급의료자원환경을 고려한 지역별 맞춤형 이송병원 선정에 어렵다. 환자의 중증도와 의료기관을 현황을 반영하지 못한 부적정한 병원으로 이송은 수용 거부나 잦은 전원으로 이어져 사망률을 높이곤 한다. 2021년 119 구급서비스 통계연보에 따르면 119 구급대의 재이송 사유 중 ‘응급실 병상 부족’이 16.2%로 나타났고 중증응급환자 병원 내 사망률이 2018년 5.7%에서 2022년 6.2%로 높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이 소방청으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1차 재이송된 환자는 531건으로 병상부족이 75건, 전문의 부족이 231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재이송자 376건, 병상부족 70건, 전문의 부족 166건과 대비된다. 재이송환자가 많아졌다는 것은 적정한 병원으로 이송체계가 개선되지 않았음을 반영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병원전 단계의 환자이송은 119구급대가 전담하고 이송병원의 결정은 평가된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응급처치에 적합한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을 선택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응급수술이나 심장-뇌혈관조영술 같은 전문시술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즉시 그 시술이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손가락 절단 환자나 임신부 환자 같은 경우는 처치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이 제한적임에도 전화 뺑뺑이를 했다. 이송 원칙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 대표는 “인공지능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응급환자가 최단 시간 내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되고 배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신속히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119구급대 응급구조사가 지금처럼 응급의료기관에 일일이 전화해 수용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 아니라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 종합상황판에서 지역 내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가능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인공지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응급환자에게 최적의 수용가능한 응급의료기관 추천해 줄 수 있는 응급의료정보 수집과 분석 및 이용의 첨단화와 고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려면 병원 내 응급전문간호사 등이 응급실 상황 등 주요 내용을 실시간 입력해야 하는데, 현재 그 중요도에 대한 응급의료기관 내 관심도가 낮다”며 “응급의료 개선을 위한 사업 접근이 바뀌어야한다”고 말했다.

◆응급환자 의무수용 원칙 지켜야 = 현재 119구급대가 갈수 있는 가까운 병원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가려는 병원이 병상부족이나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하면 그 병원 응급실로 갈 수 없다.

응급의료법 제6조에 따라 응급의료종사자는 업무 중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

하지만 복지부의 ‘응급실 수용 거부를 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 지침’에는 ‘응급의료기관 인력 시설 장비 등 응급의료자원의 가용 현황에 비춰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는 경우’가 포함돼 있다.

최근 의료공백 탓에 더해진 수련병원 등의 응급실과 배후진료과 인력의 피로도가 높아진 결과, 인력부족이라는 ‘정당한 사유’에 따라 응급의료기관은 환자를 거부하는 게 ‘어렵지 않는 선택’이 돼버렸다.

안 대표는 “응급의료법에 구체적인 응급의료기관의 수용거부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법원의 판단에 최종 맡겨 놓은 것은 가급적 환자를 수용하라는 취지”라며 “응급실 뺑뺑이 상황에서도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병상이나 인력 부족 등으로 혹 수용했다가 의료사고가 생기면 그 책임을 진료의사들이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안 대표는 “인근 모든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응급실 뺑뺑이가 생겼을 때 어느 응급의료기관이 수용하고 그 이후 의료사고가 생기면 그 부분에 대해 응급의료종사자의 형사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며 “일정 중증도 수준 이상의 중증 응급환자를 의무적으로 수용하고 수용 후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책임을 감면하고 재정행정적 지원을 하도록 입법적 제도적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응급 배후진료 강화하는 구조개편 필요 =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응급실 처치와 수술 등 배후진료 역량이 높지 않으면 환자의 생명을 보존하고 건강을 회복하기 어렵다.

국립중앙의료원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 내원 후 사망건수는 해마다 늘었다. 2018년 926만6269명이 응급실 내원해 4만9253명이 사망했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등으로 응급실 내원이 769만4473명으로 줄었지만 사망자는 5만4054명으로 되레 늘었다.

응급실 배후진료 중요성은 응급실 도착 시간과 진료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것에서도 나타났다. 임준 인하대병원 예방관리과 교수가 국가통계포털(2024)를 분석한 결과 심근경색환자 발병 후 2시간 이내 응급실 도착 비율이 전국 광역단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2022년 기준 울산 충남 경북 등 지역에서는 응급진료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뇌졸중환자 발병 후 3시간 이내 응급실 도착 비율이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응급진료사망률이 경남 등에서 눈에 띄게 높았다.

임 교수는 8월 28일 열린 ‘응급의료 배후진료 역량강화 및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상급종합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의무 설치하고 지역거점 공공병원 및 지역거점 민간종합병원은 지역응급의료센터 의무 및 300~500병상 인력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은 배후진료 역량이 있거나 확충계획이 있는 의료기관만 응급의료센터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야간·휴일 진료실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도 덧붙였다.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는 “외과응급질환은 제때 최종 치료 응급수술을 받지 못하면 생명을 위협 당할 수 있다”며 “지금은 응급수술 인프라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홍 교수는 “국내외 외과응급수술전담팀을 꾸린 병원의 수술시간 단축 및 합병증 감소가 확인됐다”며 “최종진료까지 도맡는 응급의료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당장은 배후진료 수가 개선 및 사법리스크 완화 등을 통해 응급의료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응급실 미수용은 의료계 집단행동 이전부터 있던 구조적인 문제, 특히 사법리스크와 낮은 보상 등으로 전공의 충원율이 낮고 응급의료 전문인력이 이탈하고 있으며 의사집단행동으로 인한 배후진료 역량 감소로 전반적 수용능력이 저하되었기 때문으로 봤다.

송영조 응급의료과장은 “이송·전원체계 강화와 배후진료 수가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응급진료에서 생길 수 있는 사법리스크도 완화해 의료진이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역단위 완결적인 응급의료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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