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부진 영향 … 반도체수장 이례적 사과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3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수장이 이례적으로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이는 이미 낮아진 시장 눈높이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앞서 2분기에는 2022년 3분기(10조8520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었으나, 1분기 만에 도로 10조원 밑으로 내려갔다.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21% 증가한 79조원을 기록했다. 2022년 1분기(77조7800억원)의 기록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은 주력사업인 반도체 사업 실적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에서 상당한 수준 적자를 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잠정 실적인 만큼 삼성전자는 이날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증권업계에서는 DS 부문이 5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지난 2분기 6조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스마트폰 가전 등 사업에서 2분기와 비슷하거나 나아진 실적을 기록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2분기에 비해 1조5000억원 정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설명자료에서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견조에도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범용(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의 영향을 받은 가운데 일회성 비용과 환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며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7.07% 내리며 지난해 4월(-19.89%)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의 가격도 전월보다 11.44% 하락했다.

한편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은 이날 3분기 잠정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전 부회장은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발표와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주가 하락과 기술 경쟁력 우려 등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전사적인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위기 극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전 부회장은 앞서 지난 8월 DS 부문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현재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지만,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 문화, 축적된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반도체 신조직 문화 C.O.R.E 워크(work)’를 제시한 바 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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