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원전 진출 교두보 마련-싱가포르와 공급망 동맹 성과

‘명태균 파장’ 커지며 어수선 … 귀국 후 ‘한동훈 독대’ 등 현안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3국 순방을 11일(현지시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필리핀에선 동남아 원전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고, 싱가포르에선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약속했다.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열린 라오스에선 한·아세안 관계를 최고 단계로 올리고 한일정상회담 개최 및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 당부 등 바쁜 일정을 이어갔다. 5박6일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순방 내내 몰아친 국내 정치 이슈로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11일 윤 대통령은 라오스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을 마지막으로 동남아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다. 동아시아정상회의는 한국 중국 일본은 물론 미국 러시아 호주 인도 등 18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참여하는 지역 내 최고위급 전략포럼이다. 윤 대통령은 여기서 북한 도발과 북러협력에 대한 경고 메시지와 함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역내 지지를 당부했다.

앞서 국빈방문한 싱가포르에서도 윤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이 인·태 지역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는지 설명하는 데 중점을 뒀다.

9일 ‘싱가포르 렉처’에서 해외 청중들을 대상으로 연설에 나선 윤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이 인·태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한국 정부의 통일 비전에 대한 지지를 당부한 것이다.

이번 순방의 경제협력 성과로는 동남아시아 원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로 중단된 필리핀 바탄 원전의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를 한국이 맡아서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7일 첫 국빈방문국인 필리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싱가포르에선 각종 원자재와 에너지 자원 등의 공급망 교란 시 공동 대처하기로 하는 등 ‘공급망 동맹’을 이뤄냈다. 양국 수교 5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의 다자외교 노력이 열매를 맺고 있지만 국내 정치 상황이 어지럽게 전개되면서 순방기간 내내 뒷발을 잡는 모습이었다. 점점 커지는 명태균씨 관련 논란, 잦아들지 않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 국면 지속 등은 윤 대통령의 순방 결과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일단 윤 대통령 출국 다음날인 7일부터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에선 야당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놓고 파상공세에 나섰다.

명태균씨 관련 논란도 점점 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 순방기간 중 연일 언론 인터뷰에 나선 명씨는 “(대선 당시) 그 가족들(윤 대통령 부부를) 다 앉혀 놓고 (조언)했다”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 등 협박성 폭로를 이어갔다.

명씨를 ‘정치 브로커’쯤으로 평가절하하며 선을 긋던 대통령실도 결국은 해명에 나섰다. 순방 3일차인 8일 공개된 대변인실 명의의 해명은 윤 대통령은 2021년 초 명씨를 처음 봤고 자택에서 두 번의 만남을 가졌으나 거리를 두라는 다른 정치인의 조언으로 연락을 끊었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직후 윤 대통령과 명씨의 만남에 동행한 다른 정치인들의 반박이 쏟아지면서 대통령실 해명은 하나마나 한 해명이 되고 말았다.

윤 대통령은 귀국 후 한 대표와 독대할 계획이다. 윤한갈등을 진화하는 한편 정국 타개책을 도모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엔티안=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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