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의 계절이다. 올해 국정감사의 화두는 ‘김건희 여사’다. 야당 의원들은 위원회를 가릴 것 없이 ‘법적 지위가 없는 대통령 부인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온갖 의혹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념 성향에 관계없이 다양한 언론들의 폭로성 보도도 잇따른다. 그런데 대통령실이나 여당 의원들의 대응이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영 미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다. 사태가 왜 이렇게까지 흘러왔을까?

오늘은 9월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2024년 선거 투표율 분석 결과를 토대로 6개월 전 총선의 의미를 되짚으면서,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0.8%p, 40대 이하와 60대 이상 유권자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은 67.0%, 2020년 21대보다 0.8%p가 높았다. 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의 수로는 2020년 선거보다 52만8000명이 더 투표했다. 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집단은 셋이다. 1)2024년에 국회의원 선거 첫 투표를 한 18~21세 투표자 2)2020년에는 투표했다가 2024년에는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 3)2020년에는 투표하지 않았다가 2024년에는 투표한 유권자다.

먼저 연령집단별로 2024년 총선과 2020년 총선 투표참여에 관해 살펴보자. 위 그래프는 투표율 차이를, 아래 그래프는 투표자수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투표율 기준 감소폭은 18세에서 –10.6%p로 가장 크고 증가폭은 80세 이상 연령층에서 9.5%p로 가장 크다. 하지만 투표자수의 감소는 20대에서 가장 많았고 반대로 증가는 60대에서 가장 컸다.

2020년 대비 2024년 60대 투표자는 투표율로는 2%p가량 증가했지만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수로는 120만여명 정도가 늘었다. 60대 유권자의 전체 모집단이 2020년 650만여명에서 2024년 788만명으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20대 유권자의 투표율은 6.3%p 줄어 60대 유권자 투표율 증가폭인 2.0%p의 3배 이상 줄었지만 투표자수로는 80만여명 정도만 줄었다. 20대 유권자의 전체 모집단이 2020년에는 670만여명이었지만 2024년에는 597만여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2020년 선거에 비해 2024년 40대 이하 투표자가 200만명 정도 줄었고 60대 이상 투표자는 230만명 가량 늘었다.

우리 사회의 저출생과 고령화 인구변화는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불과 4년 사이에 발생한 선거인수 변동은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다. 유권자의 연령별 구성 변화와 변동 속도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런 사회변화를 고려할 때 연령 집단별 유권자들 사이에 국가운영 방향에 대한 더 충분한 토론과 합의 형성과정이 필요하다.

선거 결과는 특정 시점 국가 운영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과 집권당, 원내 제1당이 국정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법을 만들기 때문이다. 젊은층과 고령층 사이에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면 클수록 선거 결과 만들어진 정치지형을 둘러싼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인식 차이를 줄여나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이유다.

여성 유권자 투표율 경향적으로 늘어

2024년 전체 유권자 기준 남성 투표율은 66.5%, 여성 투표율은 67.9%로 여성 유권자가 1.4%p 더 투표에 참여했다. 선거인수 기준으로도 남성 유권자가 49.4%, 여성 유권자가 50.6%로 여성 유권자 비중이 1.2%p 더 많다. 2020년에는 남성 투표율 66.3%, 여성 투표율 66.7%로 여성 투표율이 더 높기는 했지만 0.4%p 차이에 불과했다. 선거인수 기준으로는 남성 유권자가 49.6%, 여성 유권자가 50.4%로 차이가 0.8%p였다. 투표자수로 환산해보면 2020년에 비해 2024년 남성 유권자는 7만여명이 더 투표했는데 여성 유권자는 41만여명이 더 투표한 것으로 확인된다.

여성 유권자의 투표참여 증가 현상은 2024년 선거에서 특이한 현상이 아니며 특정 연령대에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연령구간별로 남성과 여성의 투표율 격차를 보면 34세 이하 연령층에서 남성과 여성 투표율 격차는 선거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20대 전반의 경우 2016년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2.2%p 더 투표율이 높았지만 2020년 여성이 3.3%p 더 높았고 2024년에는 6.9%p 여성 투표율이 더 높았다.

이런 현상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서도 발견된다. 30대 후반과 40대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여성 투표율이 세 번의 선거에서 모두 더 높았다. 50대 이상에서는 남성이 더 높기는 하지만 그 격차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0대의 경우 2016년에는 남성이 5.5%p 더 투표했지만 2024년에는 그 차이가 1.7%p로 줄었다. 70대에서도 격차는 줄어들고 있으며 80대 이상에서도 마찬가지다. 2016년 남성이 24.0%p 더 투표했지만 2024년에는 21.8%p로 줄었다.

지난 3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 이슈는 모두 달랐고 각각의 쟁점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친 영향도 달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경향으로 여성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선거가 반복되면서 성별 정치정보의 격차가 줄어들었을 수 있고 스마트폰이나 SNS 사용 등 매체 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또는 민주주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성별 평등의 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주된 원인인지는 더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사회가 이 방향으로 변화해 간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정당이나 정치인, 정부 공무원 등 주요 정책결정자들이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에 부응하는 정책에 더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30대 이하 연령층에서 성별 투표참여 격차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모색될 필요가 있겠다.

유권자 고령화와 보수화, 같은 의미 아냐

2024년 선거에서 40대 이하 연령층은 2020년보다 투표에 덜 참여했고 60대 이상은 더 참여했음에도 선거결과가 현 정부나 보수 정당인 여당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총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정당투표 득표수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득표수에 비해 300만표가 작았다. 유권자 고령화가 사회의 보수화와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지금 보이는 답답한 모습이 고령 유권자 지지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 때문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